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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7회]이번 여름은 조금 더 느리게 호흡을 할 것이다
    정상오 / 2013-06-18 04:09:11
  • “아빠 오늘 주차장에서 기다려?”

    “아니 아빠가 오늘은 서울에서 회의가 있어! 대신에 엄마가 유치원에 가실거야”

    “잉 싫어 아빠가 기다려” 아이는 아빠가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빠도 이제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같이 주차장에서 유치원차를 기다릴 수는 없다.

    “반야야 엄마가 유치원 가는 게 싫어”

    “아니 하지만 엄마는 늦게 오잖아”

    “그럼 엄마보고 일찍 가시라고 할까?”

    “응, 그래도 엄마는 늦게 와”

    “그렇구나, 오늘은 아빠도 늦게까지 회의를 해야 해서 일찍 올 수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할까?” “그럼 오후 간식 먹고 나면 와”

    “응 그거 좋겠다. 그럼 아빠가 반야 오후 간식 먹고 나면 갈 수 있도록 할게, 만약에 늦어지면 엄마가 데리러 갈 수 있도록 할게”

    “응 간식 먹고 나면 와”

    아내가 반야를 데리러 가게 되면 학교를 마치고 가야한다. 6시를 넘겨서 유치원에 갈 때가 많다. 아내가 데리러 간 날은 나도 물어 본다.

    “여보 오늘은 몇 시에 갔어? 반야 말고 다른 아이들도 있었어?”

    “아니 반야만 남아 있었어”

    “그랬구나, 반야가 심심했겠다.”

    “그러게 별 수가 없네. 학교 마치고 아무리 빨리 가도 6시가 넘어야 해서” 반야네 유치원은 5시 10분이 종일반 귀가 시간이다. 엄마가 6시를 넘겨서 가게 되면 종일반 아이들이 모두 가고 몇 명만 남아서 엄마아빠를 기다리는데 반야는 그 시간이 싫은 것 같다.

     

    6시전에 집에 올 수 있도록 일량을 조절하고 있다

     

    나도 전업육아를 마치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회의도 많아지고 건축현장에 갈 일도 많아졌다. 아빠가 바빠지는 만큼 반야가 종일반에 남아 있는 시간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나마도 아내 학교가 유치원에서 가깝고 집으로 오는 길목에 있어서 아이는 6시 전후로 집에 올 수가 있다.

    나도 가능하면 일주일에 두세 번은 주차장에서 기다리거나 오후 간식시간에 맞추어 가려고 한다. 아이가 6시 넘어서 까지 유치원에 남아있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종일반에 남게 되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조금 더 자랄 때까지는 가능하면 6시전에 집에 올 수 있도록 일량을 조절하고 있다. 이런 나를 세상 사람들이 보면 너무 아이에게 맞추는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아이를 돌본 아빠로서는 나를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아이와 낮 시간에 더 많이 교감하고 싶다.

     

                                          ▲“아빠 닭장 다 만들었어?”. 닭장에 닭이 들어왔다. 5마리나 왔다. 아이는 닭장에
                                     닭이 없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닭이 오니까 제일 먼저 닭들에게 달려온다. “닭들 밥 먹었어?”

     

    오늘아침에도 아이는 아빠가 주차장에서 기다릴 거냐고 물어본다. 나는 “오늘 아빠가 회의가 있어. 엄마가 일찍 가실거야”, 아이는 “아빠가 주차장에서 기다려”라고 이야기 한다.

    “반야야 쌍둥이 언니네 삼촌도 매일 회사 가죠?”

    “응”

    “삼촌이 회사에 안가고, 일도 안하고, 돈을 안 벌면 쌍둥이 언니가 학교에 갈 돈도 없고 밥도 못 먹고 그럼 어떻게 불쌍하잖아”

    “응”

    “우리 마을에 회사에 가서 열심히 일 안하는 사람 있어?”

    “아니, 없어”

    “그럼 아빠도 회사에 가서 아빠가 하고 싶은 일도 열심히 하고, 일해서 번 돈으로 반야 유치원 비도 내고 간식비도 내야하잖아”

    “응”

    “아빠가 회사에 안가면 반야가 좋아하는 유치원에도 못가고 간식도 못 먹는데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반야야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할일이 있어. 아빠는 회사에 가서 아빠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반야는 유치원에 가는 것처럼”

    “응 난 유치원에 가고”

    “오늘 엄마가 유치원에 가실거야, 괜찮지”

    아이는 씨익 웃으며 “응” 하고 가볍게 대답한다.

     

    ▲딸기밭에 딸기가 달렸어요 : “아빠 여기도 있어, 여기도, 요기도 있다.” 딸기 밭에서 작고 귀여운 딸기를 따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하나 따 먹었다. 맛있다. 딸기는 지금이 제철임을 알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세월을 앞당겨 제철이 아닌 과일을 먹고 있는지 알겠다. 반야네 밭에 있는 참외도 이제 꽃이 피는데 마트에 가면 참외가 한참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까?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여름이 오면서 마당에 있는 수돗가가 인기가 좋다. 동네 아이들이 그곳에서 물놀이를 한다. 텃밭에 물을 정성껏 주면 쑥쑥 자라는 것처럼 아이들은 놀면서 커가고 있다. 딸기밭에 딸기도 많이 열렸다. 크기는 작아도 쫄깃하고 시큼 달달한게 맛이 좋다. 반야는 딸기를 따서 언니들과 나누어 먹는다. 시장에서 사오는 딸기보다 모양도 맛도 크기도 변변하지 않다. 그래도 아이가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덕분에 아이와 딸기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동화책 중에 딸기가 나오는 이야기 책도 생생하게 함께 읽을 수 있다.

    여름이 온다. 벌써부터 한 낮에는 후끈하다. 이번 여름은 조금 더 느리게 호흡을 하고 먼 산을 자주 바라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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