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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회]자전거 타고 나눔의 집으로!
    조윤주, 김우 / 2013-06-17 03:11:39
  • 우리마을꿈터는 원래 우리 동네 아이들이 택견을 배우고 수련하는 곳이다. 택견 사부님은 이것저것 재주도 많아서 기타도 꽤 잘 치고, 자전거는 매~~~우 잘 탄다. 이 재주 많은 사부님은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곳, 먼 곳 자전거캠프를 떠나곤 했다.

     

    나의 자전거 여행은 2010년부터 시작되었다.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떠날 수 없음은 아마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 싶다. 마음 같아서는 비행기 타고 멀리멀리 가고 싶지만, 일단 큰아들을 데리고 자전거 캠프를 따라나섰다. 그렇게 주말만이라도 집에서, 일터에서 멀어지고 싶었던 거다.

     

    그 해에는 제주도 일주 자전거캠프를 떠난다고 했다. 마포 꿈터 아이들과, 양평에서 택견을 배우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가기로 했다. 나는 무리해서 두 명 분의 캠프 비용을 내고, 무리해서 자전거도 두 대 장만했다. 큰아들은 “아들이 간다면 내가 뭐든지 다 사줄게!”하는 엄마의 꾐에 넘어가서 3학년 짧은 키로 무지막지한 제주도 8박9일 자전거캠프를 따라나서게 되었다. 그 때는 우리 아들이 엄청 큰 아이인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아직 어린 아이를 데리고 참 용감한 짓도 했구나 싶다.

     

    하지만,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하는 어마어마한 경험이란, 나에게도 아들에게도 두 번 다시 얻지 못할 좋은 기억이 되었다. 그 멋진 풍광과 날씨, 눈부신 바다, 시원한 동굴. 그리고 살짝 곁들인 4·3항쟁. 그 많은 언덕과 바람이 밉긴 했어도 그 이후 큰아들은 먹성 좋은 아들로 바뀌었고, 나는 숨 쉴 구멍을 찾은 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자전거 60대. 마트와 빵집을 초토화시킨 메뚜기 떼

     
                                                                         ▲잊지 못할 마라도 일출. 해가 뜬다!

    일본으로 고고!

     

    그 후 두 해 동안은 동해 일주를 하고 이제 2013년이 되었다.

    올해는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미루어두었던 일본 자전거캠프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도 캠프에서 만나서 벌써 네 해 째 같이 여름 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양평의 무리들과 마포 무리들 중에서 택견유단자, 또 중학생들만 선별해서 일본 그린코프에서 진행하는 ‘공생 평화 자전거대’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 행사는 전쟁반대를 염원하는 많은 일본인들이 매년 자전거를 타고 참가한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이런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아들은 6학년이다.

    그래서, 나만 참가하기로 했다. 스태프 겸 보조강사라는 명목으로.

    아들은 애써 시큰둥한 척 한다. 그래. 올 해는 나만 떠날게. 냐하하하하~~~~

     

    퇴촌 나눔의 집으로 1박2일 자전거캠프를

     

    일본까지 가기로 한 이상 마냥 떠날 수는 없다.

    아이들과 함께 나름 일본어도 좀 익혀보고, 한중일 근현대사도 살짜쿵 맛을 보기로 했다.

    뭐, 어디까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건드려보는 걸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올해 1박2일 캠프는 역사여행을 곁들인 자전거 여행이 되었다.

     

    6월 초인데 한여름 같은 뙤약볕이 내리쬔다. 마포부터 경기도 퇴촌까지. 어마어마하게 멀기도 하다. 그래도! 자전거 바퀴는 굴러간다. 긴 한강을 지나서, 꼬불꼬불 국도도 지나고, 끝없이 이어진 언덕도 오르고 드디어 나눔의 집에 도착.

     

    나눔의 집 전시관에서

     

    설명을 듣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할머니들의 유품, 아직도 진행중인 수요집회, 당시 위안소를 재현한 전시실, 할머니들이 나눔의 집에서 그리신 그림들….

     

    창도 없는 어두운 방과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을 보자 나는 그만 울컥. 하마터면 욕할 뻔했다. 눈이 자꾸 빨개진다. 하나같이 앳된 얼굴들이 들어 있는 사진들. 그 와중에 임신한 여성, 생리도 시작하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용서받지 못할 이 만행을 도대체 어찌할꼬!

    그러고도 사과는 커녕 인정도 하지 않는 일본정부가 미워 죽겠다. 아이들은 이런 우리 역사를 어떻게 생각할까. 잘 이해는 되지 않아도 진지한 표정들이 그 내용의 무게감은 이해하는 듯하다. 일본에 다녀오면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겠지. 아프지만 이렇게 역사를 돌아보는 일은 참 중요한 것 같다.

     

    그 와중에 안 데리고 오려다가 국내 캠프에 끼워준 초딩들이 질문을 한다. “콘돔이 뭐예요?”그러자 옆에 있던 중딩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몰라도 돼. 나중에 알게 돼.”

    나는 그냥… 빙긋 웃어준다.

     

     
     
    ▲평소와 달리 아주 진지한 아이들

     

    택견, 이크에크!

     

    나눔의 집 할머니들에게 택견을 보여 드리기로 했다.

    이제는 노쇠해서 매일 약과 치료가 아니면 거동이 불편하고, 대부분 치유할 길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모진 생활고마저 겪어야 했으며, 그래서 대인기피, 우울증도 심하다고 한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조용히 아이들의 공연을 지켜보았다.

     

    공연을 보시는 할머니들은 아이들의 재롱에 애써 웃어 주신다. 너희들은 아프지 마라.

    그렇게 조용히 눈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다.

     

                                                                       할머니들께 택견 시연을. 겨루기 한 판!

    아들. 뭘 느꼈니?

     

    할머니들의 증언이 담긴 영상도 보고, 성미산마을의 아름다운 영화 ‘춤추는 숲’도 같이 보고, 즐거운 밤이 깊었다. 평소대로라면 캠프에 출동한 아빠들이 늦도록 술판을 벌였을 테지만, 덩달아 나도 맛나게 술을 마셨을 테지만, 오늘은 먼 길 달려온 피로감과 묵직한 슬픔이 더해져서 쏟아지는 잠을 어쩔 수가 없다.

     

    자전거 타러 길 위로 나섰다가 이런 캠프도 하게 된다. 처음엔 애들에게 역사를 알려줘야지 하며 시작했지만, 내가 더 진지해진다. 나조차 이런 것은 머리로만 이해했지 가슴으로 이해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 오자마자 씻고 뻗어버렸다.

    힘이 남아도는 큰아들은 씻자마자 게임을 붙들고 늘어진다. 좋겠다. 젊어서.

     

    “근데 넌 우리가 어딜 갔다 왔는지 알고는 있는 거니?”

    “응. 알아.”

    대체, 뭘?!

     

    그래도 속으론 많이 느꼈길 바란다. 이 다음에라도!
     

                                                                      ▲캠프 끝나고 돌아오는 길. 팔당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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