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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6회]아이는 밥을 먹을 것이고 아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상오 / 2013-06-11 02:07:16
  • 드디어 여름이 왔다. 반야네 집 앞 마당에 심은 감자는 꽃을 피우고 있다. 감자꽃은 정말 이쁘다. 뭐랄까 원시적인 느낌을 주는 고운색이라고 할까? 겨자채, 돌산갓, 롤로상추와 들깨들도 잘 자라고 있다. 장에 가서 사온 고추, 토마토, 참외, 애호박 모종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올해는 완두콩을 심었는데 꽃도 좋고 자라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아이도 아내도 텃밭을 좋아한다. 나도 텃밭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빗물저금통에서 물을 받아 매일 저녁 물을 주고 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상추, 고추, 토마토를 사먹었는데 이곳에 이사 온 후로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쌈 채소를 사먹는 일이 이상한 일이 되었다. 채소가 풍성하게 나오면서 매일 매일 먹어도 부족하지 않다. 확실히 작년보다는 올해 텃밭 농사가 제법이다.

     

                                             ▲동네 아이들과 소꿉놀이 : 아이들이 옹기종이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할 일이 참 많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

     

    요즘 우리 동네는 반딧불이들이 유영을 하고 있다. 저녁 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 올 때나 새벽에 일어나 마당을 조용히 걸으면 반딧불이들을 볼 수가 있다. 나 혼자 보는 일이 아쉬워서, 한 마리를 잡아 아이와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잡히지 않는다. 반딧불이들의 비행은 밤하늘의 별들과 잘 어울린다.

     

    아이를 존중할 때 아이도 부모를 존중한다.


    “아빠 배고파”

    반야가 자다 말고 일어나 배가 고프다고 한다. 이때가 새벽 4시다. 아내는 “여보 반야가 배고프대” 아내가 나에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자기는 졸리니까 아빠가 밥을 주라는 이야기다. 이럴 때는 두말 말고 일어나서 기쁜 마음으로 가볍게 아이의 요구와 아내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이 몇 시간 후, 몇 일 후 우리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도움이 된다. 괜히 나도 피곤하니까 당신이 하라는 이야기를 하거나 반야에게 계속 자라고 해보았자 소용이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아이는 밥을 먹을 것이고 아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흔쾌하게 아주 가뿐하게 아내와 아이의 요구에 부응하는 일이 내 몫이다. 다행히 난 새벽 4시면 일어나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아이와 아내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었다. “반야야 아빠가 따뜻한 물에 밥 말아 줄게. 밥이 차가우니까 따뜻하게 먹자” 반야는 “잉잉 그냥그냥 먹을래”

    “그래 그럼 꼭꼭 씹어서 먹자. 여기 있어” 아이에게 따뜻한 물을 담은 컵도 함께 주었다. 아이는 정말 밥을 꼭꼭 씹어서 먹는다. 아빠는 그런 아이를 보면서 “우와 반야가 꼭꼭 씹어서 먹는구나, 무럭무럭 자라서 아빠보다 키가 더 커지겠다.” 아이는 아빠를 보면서 씨익 웃어준다. 이럴 때는 내가 기뻐진다.

    반야가 밥을 다 먹고 빈 그릇을 보여 주었다.

    “아빠 다 먹었어”

    “응 그렇구나. 그런데 여기 밥풀이 남아있네” 아이는 밥풀이 남아 있다고 말하는 아빠를 유심히 쳐다보고는 먹기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아빠가 아니다.

    “반야야 남은 밥풀이 나도 반야 뱃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반야 뱃속에 있는 밥풀 친구들도 만나고 똥으로 만들어져서 땅으로 가고 싶어요.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아” 아빠의 이야기에 반야는 또 한 번 씨익 웃어주면서 남은 밥풀을 모두 먹었다.

     

    ▲마루에 페인트 칠하기 : 나무로 만든 데크는 1년에 한번 페인트 칠을 하는데 오늘은 반야도 함께 하고 있다. 이 녀석이 한참을 칠하다가    벽에도 칠한다고 한다. 결국에 벽에도 칠했다. 아내는 “야, 너 뭐하니 이 녀석아”

     

    이럴 때도 기분이 좋다. 아이가 아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돌보면서 내가 아이를 설득하기보다는 이해를 돕고, 어른의 힘과 권위를 이용하기 보다는 아이의 눈빛과 요구에 맞추어 존중할 때, 아이도 부모를 존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은 매일 매일 아이와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이럴 때 내가 중심을 놓치면 여지없이 아이와 다툼이 벌어진다. 유치원에 가야할 시간에 옷을 안 입고 노는 아이를 볼 때도 그렇고, 아토피가 있어서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조금만 먹었으면 하는데 언니 오빠들을 따라서 많이 먹을 때도 그렇고, 졸리면서 안 잔다고 칭얼거릴 때도 아빠와 아이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래도 요즘은 실랑이로 갈 것인지,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판단을 할 만큼 요령이 생겼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아빠가 육아를 분담하고 이야기 나누고, 몸으로 맘으로 느끼고 배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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