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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회]아이에게 아침밥 먹이는 법
    정상오 / 2013-05-27 04:04:46
  • 아내가 출근하고 나면 반야와 아빠는 함께 앉아서 아침밥을 먹는다. 아빠도 전업육아를 마치고 다시 일을 시작하였지만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유치원에 보내는 몫은 여전히 아빠 몫이다. 재미난 일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주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일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면 문제점으로 보이는 일들이 종종 있다. 생각해 보면 괜한 일에 시시비비하면서 살고 있다. 무슨 일인가 하면 반야가 잘 먹던 아침밥을 거르고 가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아빠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모 된 도리로서 아이가 밥을 맛있게 먹고 가는 것을 희망한다. 하지만 아이는 아침밥을 거르고 가는 것 쯤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실 한두끼 먹지 않아도 아무 문제없고 큰일 날 것도 없다. 그런데 부모가 되고 나니 내 아이에 대해서는 집착이 생기는 것 때문인지 아무 문제없는 일이 아니다. 이건 정말 큰일이다.

     

    “반야야 밥을 먹어야지, 밥 안 먹고 유치원 가면 배도 고프고, 이 다음에 키도 잘 안자라서, 엄마 학교에도 가기 어렵잖아”

    이렇게 협박 비슷하게 이야기 한다. 아이가 바라볼 때 치사하지 않게, 아빠의 이야기가 이성적이고 타당하게 보이도록 치장을 해서 이야기 한다. 그래도 아이는 밥을 잘 안 먹는다. 이렇게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아이도, 아빠도 스트레스가 되고 만다. 밥 안 먹는 일이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집에서 안 먹으면 유치원에서 가서 점심을 먹으면 되는 일을 밥 먹는 것 가지고 아빠가 예민하게 굴고 있다.

     

                        ▲엄마랑 아빠랑 함께 다녀온 바닷가 여행. 소라 껍질을 많이 주워왔다. 언니 오빠들에게 나누어 줄 거라고 한다.

     

    “유치원 밥은 맛있어”

     

    매일 매일 아이에게 잔소리 하는 것도 창피하고, 왜 잘 먹던 밥을 안 먹는지도 궁금해서 아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궁리를 해보았다. 대화를 나누면서 예상되는 두 가지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집에선 현미쌀 위주로 먹는데 유치원은 흰쌀밥이 나온다. 그래서 아이가 종종 이야기 한다. “유치원 밥은 맛있어”

    두 번째는 아침을 안 먹고 가도 유치원에서 오전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아내와 나는 “맞다! 아침밥을 안 먹어도 아이가 배가 고프지 않구나!”, 맞장구를 쳤다. 사실이었다. 유치원에서 오전 10시면 죽이나 떡국 같은 간식을 먹으니 아이가 집에서 안 먹어도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그럼 어떻게 할까?, 유치원에 이야기해서 아침밥 안 먹은 사람은 간식을 주지 말라고 할까?” 아내는 “그건 우리들 입장이고 다른 집 엄마 아빠들은 다를 수 있으니까 우리의견만 전달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아” 했다. 나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지 그건 우리들 생각이지, 음 그럼 어떻게 하지?”, 딱히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역시 반야는 아침밥을 먹는 일에 크게 관심도 없고 한두 숟가락 먹다가는,

    “아빠 배불러, 너무 많아 아빠가 먹어”

    “응 그렇구나 배부르구나”

    “응 아빠”

    “그럼 반야야 아침을 안 먹고 가니까 앞으로는 유치원에서 먹는 간식비용을 아빠가 유치원에 보내지 말아야겠다.”

    반야는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가,

    “응 왜?”

    “엄마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쌀도 사고 밥도 하고 반찬도 만들어 주는데, 밥을 안 먹고 가니까 속이 상해! 앞으로는 아침밥을 안 먹고 가면 간식비는 보내지 않을 거야.” 반야는 아빠의 이야기에 “응 알겠어, 유치원에 간식비 보내줘! 나 밥 먹고 갈거야. 봐봐 이렇게 먹잖아” 아이는 밥을 맛있게 먹고 유치원에 갈 준비를 했다. 솔직히 부모 마음은 딱 한가지다.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지혜롭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이 한가지다. 이것을 위해서 그렇게 실랑이를 하고 잔소리를 해야 한다니 정말이지 가끔 치사해진다. 그래도 그게 부모 역할이다.

     

    ▲반야네 닭장. “아빠 닭 사오지마!” “왜?” “응 우리가 여기서 놀거야!” 닭장을 만들어 놓았는데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옆집에서 품고 있는 닭이 부화되면 반야네 닭장으로 보내기로 했다. 하루 하루 손 꼽아 기다리고 있다.
     

    밥 먹는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어른들이 종종 말씀하시기를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몇 번 굶겨, 그래도 별 일 없어! 안 죽어!”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한 것이 확실하다. 한 번 더 생각할 일이 생긴 것이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때문에 거기서 밥을 먹으면 된다.

    예전 같으면 부모나 어른이 밥을 굶겨서라도 권위를 세울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의 습관과 버릇을 잡을 수 있었지만 세상이 복잡해졌다.

     

    요즘 아이가 아침밥을 안 먹고 깨작거리면 아빠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반야 아침밥 안 먹으면 유치원 간식비 안 보낼 거야” 아이는 아빠의 협박에 밥을 깨끗이 비우고 간다. 아이에게 언제까지 이런 반강제의 협박이 통할까?

    아빠가 좀 치사해진다. “미안해 반야야 그래도 밥은 먹고 가면 좋겠다.”

     

    아이와 밥을 먹으면 아빠가 먼저 아침밥을 다 먹게 된다. 그리고 밥을 먹고 있는 아이에게 아빠는 책을 읽어 준다.

    “반야야 오늘은 ‘작은집 이야기’ 들려 줄게”

    밥 먹으면서 들려주는 아빠의 동화책 읽기를 반야는 좋아한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방금 읽은 책이 재미있다고 또 읽어 달라고 한다. 그렇게 아빠와 반야는 아침밥을 먹는 시간에 실랑이도 하고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눈다.

     

    오늘 아침에 읽어 준 ‘작은집 이야기’라는 책속에 나오는 글 중에 일부가 인상적이어서 여기에 옮겨본다.

     

    “...오래지 않아 작은 집 위로 고가 전철이 지나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대기는 먼지와 매연으로 가득 찼고,

    심한 소음이 작은 집을 뒤흔들었습니다.

    이제 작은 집은 언제가 봄이고 언제가 여름이고,

    언제가 가을이고, 언제가 겨울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었습니다.

    날마다 똑같은 것 같았습니다....“

     

                                               ▲<작은 집 이야기>반야가 가끔 이야기 한다. “우리집 이뻐” 작은집이 이쁘다.

     

    반야네가족은 언제가 봄이고, 언제가 여름이고, 언제가 가을인지, 겨울인지를 느끼고 마음에 담는 생활을 하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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