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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4회]마을 운동회: 여자들은 프로그램 기획, 남자들은 음식
    정상오 / 2013-05-14 01:28:00
  • 들꽃마을에 입주한지 벌써 1년이 되면서 1주년 기념 마을 운동회가 열렸다. 입주한지 1년이 되는 날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운동회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 한 표를 던지면서 ‘마을운동회’를 하게 되었다. 마을 아낙들은 운동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남정네들은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마을운동회 첫 놀이. 족구시합이 열렸다. 남녀 모두 참여해서 즐거운 놀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들이 “남자들은 무슨 음식을 준비할 거에요?”라는 압력에 남자들은 슬슬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을 대표님은 시름에 잠시 빠졌다. “무슨 음식을 하지?, 잡채, 떡, 그냥 짜장면을 시켜먹을까?” “제가 쌍둥이 아빠랑 국수 준비할게요!” 주말이면 국수를 끓여서 우리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먹던 나름 노하우가 있어서 나는 국수를 준비하자고 했다.

    그런데 여성분들이 “국수를?” 했다. 난 이 말이 처음에는 “뭘 그렇게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지”라는 뜻으로만 해석을 했는데 막상 30인분의 국수를 삶아보니 비로소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2~3인분 국수를 삶고 준비하는 것과 30인분의 국수를 준비하는 일은 기본이 달랐다. 국수를 삶을 때 삶는 솥도 커야 하고 넣을 때 나누어서 넣고, 휘휘 저어가며 달라붙지 않게 잘 풀어지도록 해야 하고, 시간에 맞추어 찬물에 씻어내야 쫄깃하게 맛을 낼 수 있었는데 그걸 몰랐었다.

     

                                       ▲“얘들아 보물찾기 시작하는 거야 이 주변에 있어, 선물도 줄께요” 반야는 보물찾기 놀이를
                                    처음으로 해봤다. 들꽃마을의 아이들은 살면서 참 소중한 기억들을 보물처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르면 물어서 해야지, 원”

     

    “이번 운동회 국수는 어묵 국수입니다.”라고 호기를 떨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그런데 이번 운동회 국수 사건은 음식을 제법 한다는 반야아빠의 그동안의 명성이 바닥에 완전 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잘 모르면 물어서 하면 되는데 몇인분 해본 기억으로만 음식을 만들었더니 정말이지 얼굴이 빨개지고 화끈거렸다. 하지만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한마디씩 했다.

    “다음에는 국수 하지 말자”

    “풀어지지가 않고 달라붙어서 이건 완전 국수나무야”

    “그래도 잘 했네. 30인분 하는 게 쉬운 게 아니야”

    “그래도 어묵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모르면 물어서 해야지, 원”

    “먹어서 배는 부른데 왜 이렇게 허전하지?”

    착한 마을사람들은 남기지 않고 모두 맛있게 먹어 주었다. 음식을 함께 준비한 남자들은 모두 할 말을 잃은 채 조용히 젓가락질만 했다. 그리고 이렇게 한마디 했다.

    “여성분들 오늘은 남겨도 돼요!”

     

                                                  ▲운동회 마치고 저녁식사. 숯불구이부터 시작해서 각종 채소와 과일까지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다. 모두 한마디씩 했다. “오늘 점심 국수가 가장 인상에 남아”

    운동회는 마을 주차장에서 했다. 주차시킨 차들을 뒤로 물리고 족구, 피구, 포크댄스, 줄넘기, 훌라훌프 놀이를 했다. 10가구가 되니 운동회가 되었다. 함께 모여 살려면 적어도 10집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운동회였다.

    여성들이 준비한 운동회 종목은 알찼다. 그리고 준비물도 꼼꼼하게 챙겨서 재미난 운동회가 되었다. 옆집 아줌마 아저씨들이 손을 잡고 엉덩이를 부딪치며 리듬에 맞춘 포크댄스가 기억에 남는다. 함께 모여 살면 각각이 가지고 있는 재능들이 모이고 모여 부족함이 채워짐을 배우게 된다.

    운동회 날을 맞이해서 들꽃마을에서 중창단이 만들어졌는데 몇 일전부터 모여서 늦을 때는 밤 11시까지 노래 연습을 했다. 반야아빠도 중창단에서 함께 노래를 했는데, 노래를 하는 당일 날도 즐거웠지만 함께 모여 옆 사람과 화음을 맞추어 가는 과정이 참 신선했다. 마을사람들도 들꽃중창단이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작은 운동회였지만 즐겁고 행복했다.

     

    마을에 살아 행복하다

     

    반야는 언니들을 따라서 뛰어다니며 놀았다. 언니들이 훌라훌프를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한다고 따라했다. 아이들이 훌라훌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생각이 너무 비좁은 생각임을 알게 되었다. 운동회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노래모임도 갖게 되면서 각자의 재능이 다 다름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운동회 때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 사회를 잘 보는 사람, 열심히 노는 아이들, 훌라훌프를 잘하는 아이들이, 중창단에서는 목소리가 고운사람,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 상대의 목소리를 배려하는 사람 등 평소에는 잘 안보이고, 몰랐던 모습들이 운동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참 보기 좋다.

     

                                                             ▲아이들은 참 행복하다. 덕분에 어른들도 정말 행복하다.

    마을사람들의 표정이 참 밝고 보기 좋다. 나도 마을 사람들 중에 한 명이고 우리가족이 이 안에서 살고 있음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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