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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회]“내가 말하면 한 번에 들어”
    정상오 / 2013-04-30 12:08:49
  • "아빠는 내가 말하면 한 번에 좀 들어 응! 나는 한 번에 듣잖아"

    "미안해, 아빠가 다른 거 하느라고 잘 못 들었어“

    “내가 한 번 말하면 좀 들어”

    “그래 아빠가 한 번에 못 알아 들었네, 그래도 아빠가 다른 것을 하고 있을 때는 다시 한 번 이야기 해주면 좋겠다.”

     

                                          ▲봄날 산보. “아빠, 진달래가 여기도 있어” 우리동네 뒷산은 지금 진달래와 철쭉이
                                         환하게 피고 있다. 우리 가족의 표정도 마을사람들의 표정도 진달래처럼 분홍빛이다.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말이 세련되고 사용하는 단어의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아이는 역시 100점짜리 부모보다 0점짜리라도 친구들하고 놀 때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고 배우고 실천에 옮기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아이는 자기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있다. 평소에 “반야야, 자기 의견을 분명히 하면 좋아” 하면서 아이에게 이야기 해주었는데 이제 아이는 정말 자기 의견을 너무도 분명히 이야기 한다.

     

    아이가 종이접기를 하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블록놀이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었을 때,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그림을 그렸을 때, 아이는 엄마 아빠를 부른다. “아빠 여기 봐, 내가 했어. 이건 나무, 새, 해야” 그런데 엄마나 아빠가 책을 읽거나 무엇을 할 때는 아이가 이야기 하는 것조차 잘 모를 때가 많이 있다. 그런 아빠를 두고 아이는 “내가 한 번 말하면 들어!”라고 호통을 친다. 아이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아빠를 혼내는 반야를 볼 때면 억울하기도 하다.

    "아빠 한 번 말하면 좀 들어"

    "알았어! 반야가 아빠 도움이 필요했었구나"

    엄마에게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엄마 내가 말하면 한 번에 들어" 이런 소리를 들으면 엄마도 지지 않고 이야기 한다.

    "야, 너는 왜 엄마가 말하면 한 번에 안 듣니?"

    아이는 아무 말 안하고 씩 웃기만 한다.

    그런 아내와 아이를 보고 있으면 사는 게 쏠쏠한 봄날이다.

     

                         ▲나무에 매달리기. “아빠 나 어때, 잘하지?” 아이는 높은데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가 힘도 세졌다. 

     

    포도나무를 얻어왔다.

     

    몇 주 전에는 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포도밭에 가서 포도나무를 얻어왔다. 일주일 전에 전화로 “선생님 금광면에 살고 있는 반야아빠인데요, 포도나무를 얻을 수 있을까요?” “몇 그루나 필요해요?” “세 그루 정도면 좋겠어요. 집 마당에 심으려고 해요” “그래요, 일주일 후에 전화하고 오세요. 준비해 놓을께요” “고맙습니다. 전화 드리고 갈께요”

    설레는 마음으로 일주일을 기다렸다가 유치원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 아이와 함께 포도집에 다녀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희들 왔어요” “반야 많이 컸구나! 그래요, 여기 세 그루 준비해 놓았어요. 올해 포도가 열릴 겁니다.” “와, 고맙습니다. 얼마 드리면 좋을까요?” “그냥 가져가세요” “그래도..... 그럼 잘 심도록 할께요” 십년 가까이 다니는 포도농원에서 포도나무 세 그루를 얻으면서 마음이 든든했다.

    “반야야, 우리 집에 포도나무 심는 거야”

    “응 포도나무? 그럼 포도 열리겠네”

    “그럼 포도가 열리지”

    “와, 맛있겠다.”

     

    포도밭에는 올해 자연퇴비로 쓸 풀들이 가득 자라고 있었다. 반야가 좋아하는 민들레부터 시작해서 별꽃까지 포도밭은 아름다운 푸른 초원이었다.

    “반야야, 여기 민들레다”

    “응 아빠 여기도 많아”

    “응 정말 많다. 예쁘다 그지” 아이는 포도밭에서 놀면서 민들레 씨를 입으로 호호 불었다. 2살이 막 넘었을 때부터 늘 민들레 꽃씨를 찾아내서 호호 불던 아이다. “반야아빠, 민들레 캐다가 무침을 해먹어 봐요. 맛이 쌉쌀한 게 아주 좋아요. 보약이 따로 없어요” “이걸로 무침을 해먹는다고요?” “그럼요” “듣기만 했었는데 맛있겠는데요, 어떻게 캐는지 알려주세요” 아이와 아빠는 민들레를 캐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빠, 씨앗을 우리 집 마당에도 심으면 좋겠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아빠는 민들레를 캐고 아이는 민들레 씨앗을 봉투에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동네 사람들에게 알렸다. “민들레 무침을 할 건데 드실 분들은 오셔서 가져가세요. 처음 해보는 것이라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괜찮을 거예요” 아내와 옆집 누나, 동수삼촌 가족이 함께 모여서 뜨끈한 밥과 새콤한 민들레 무침을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우리 동네 아이들 풍선 미끄럼 놀이. 언니들과 풍선을 들고 미끄럼틀 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가 아직은 언니오빠들 틈에 끼어서 책을 읽거나 무엇인가를 만들기에는 ‘또래문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도 아이도 어울려 논다.
     

    그러고 보면 동화책에는 민들레 홀씨를 부는 그림이 많다. 민들레 홀씨처럼 자기의 꿈을 훨훨 펼치는 아이들이 되라고 그러는 걸까? 민들레 홀씨를 부는 반야를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참 편하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바라보셨을 것이다. 올 가을이나 내년 봄에는 우리 집 마당에 민들레가 제법 필 것 같다.

    24년 전 군대시절에 노란 민들레를 캐다가 부대 막사 앞 입구에 작은 화단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이도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노란 민들레를 많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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