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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2회]틈만 나면 나가서 땅을 만진다.
    정상오 / 2013-04-09 03:15:54
  • 따듯한 봄날이 시작되는 듯 하다 다시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봄은 봄이다. 산으로 오르는 들길에는 쑥이 푸릇푸릇 하고 꽃다지, 냉이 꽃이 봄에 색을 더하고 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와서 많이 기쁘다. 아이도 아빠도 따뜻한 봄을 만끽하고 있다. 반야는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오후시간이 되면 가방을 벗어놓고, 신발도 벗고 마당에서 소꿉놀이를 한다. 덕분에 아빠는 반야의 흙 ane은 양말과 옷을 열심히 손빨래 하고 있다. 반야의 양말은 흙양말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지경이다.

    봄날이 되면서 아빠도 텃밭을 부지런히 만들고 있다. 마을에서 한 해를 보내고 나니 햇살이 들어오는 곳, 바람이 지나가는 길, 물이 흐르는 땅의 모양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날씨에도 충실해지고 땅에도 어울리는 텃밭을 만들어 갈수 있다.

     

    때가 되면 그냥 몸을 움직이게 된다.

     

    봄이 왔다는 기쁜 마음에 무거운 흙을 수레에 실어 하루 종일 나르고 텃밭을 가꾸면서 탈이 났다. 마음만 앞섰는지 몸살이 왔다. 몸살이 났어도 텃밭을 가꾸고 마당을 정리하는 일이 즐겁다. 틈만 나면 삽과 호미, 가래를 들고 나가서 땅을 만진다. 일하는 것도 중독이라는 이웃들의 말에 공감이 간다. 겨울 동안 쓰지 않던 몸놀림을 하고 나니 몸이 살아난다고 좋아했는데 내 몸 상태를 잘 돌보지 않았다. 코감기에 일주일을 고생했다. 그래도 하루 한 시간씩은 시간을 내어 밭을 일구고 있다. 마을에 살면서 매일 땅을 밟고 부터는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궁리와 생각 대신 움직임이고 있다. 생활이라고 해야 할까? “해야지, 해야지”가 아니라 때가 되면 그냥 몸을 움직이게 된다. 단호박을 먹고 씨앗을 모으는 일도 그렇고, 비오는 날 막힌 수로에 물길내기 같은 일도 그렇다. 게으름을 피우려야 피울 수 없기도 하다. 봄이 되면서 이웃 어르신들이 부지런히 한해 농사를 준비하시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고 모른 척 하는 일이 더 어렵다. 마흔네 살 반야아빠는 동네 분들의 몸놀림을 따라서 배우고 있다. 덕분에 반야도 호미질, 가래질을 함께 한다. 아이가 땅을 만지고 흙냄새를 느낄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음이 고마운 일이다. 

     

    ▲마을 정원 이야기 모임에서. “삼촌, 이거 뭐야?” 정원사님이 강의 중에 나타난 아이들의 몸짓에 즐거워하고 있다. 아이도 정원사도 밝은 모습이 보기 좋다. 이날 강의에서 정원사님이 들려준 ‘리디아의 정원’이라는 책을 반야와 함께 읽어야겠다.

    “아빠 다음 주에 지음이 생일 이래” “응 유치원 친구 생일이구나?” “무슨 선물을 하지?” “응 아빠 내일 마트에 가자. 아빠랑 가서 선물 고르자” 친구들의 생일날이 되면 선물을 한 가지씩 준비해서 보내야 하는데 고민거리다. 천원에서 이천 원 사이의 선물을 준비해달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골라 보았는데 살만한 것이 없다. 지난번 친구 생일에는 반야가 아끼는 지갑을 포장지에 예쁘게 싸서 보내주었는데 쓰던 물건이라고 친구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의 기억 때문인지 선물은 ‘새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반야가 하게 된 것 같다. 이제는 반야도 새 물건을 사달라고 한다. 아내와 궁리 끝에 결국에는 스티커를 골랐다.

    반야는 요즘 스티커 삼매경에 빠졌다. 친구들도 스티커를 좋아한다고 한다. 우리 집 여기저기에 스티커가 붙어있다. 스티커가 왜 좋을까? 궁금하다.

     

    ▲냉이 캐기. 손님이 점심에 오신다고 해서 냉이국을 준비하고 있다. 반야가 “아빠, 여기도 있다. 여기도” 여덟 명의 손님이 맛있게 냉이 된장국을 먹을 수 있었다. 아이는 길을 가다가도 “아빠, 여기 냉이다”라며 풀이름을 말한다. 보기 좋다.

    생강차처럼 따뜻하고 달달한 사람

     

    “반야 아빠랑 생강차 만들까?” “생강차?” “응 생강으로 맛있는 차를 만드는 거야, 아빠가 잘게 자르면 반야가 유리병에 넣고 설탕을 뿌려주면 돼” “응 알았어. 재밌겠다.” “응 재미겠지! 지금부터 만들어 볼까” 나는 도마를 준비하고 아침에 씻어서 물기를 빼놓은 생강을 가져왔다. 껍질을 벗기고 도마에다 놓고 생강을 썰었다. “우와, 아빠 잘 자른다.” “응 잘하지, 칼질을 할 때는 손을 베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서 하는 거야” “응, 아빠처럼?” “응, 힘으로 하지 않고 천천히 하면 돼” “나도 해볼래, 이렇게?” “응, 그렇게” 하지만 아이가 칼질을 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는 듯하다. 아빠가 썰어 놓은 생강을 한 줌 집어서 유리병에 넣으면서 반야가 묻는다. “아빠, 이렇게 넣는 거야?” “응, 그렇게 넣으면 돼 그리고 설탕도 넣어 주는 거야. 여기 설탕 있잖아 이렇게 넣는 거야” “응, 설탕? 달달하겠다. 그지” “응, 달달해”

     

    반야가 요즘 많이 쓰는 단어 중에 하나가 “달달하다”라는 말이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는데 자주 사용한다. 그리고 달달한 음식도 좋아한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달달한 것을 먹을 기회가 자주 생기는 것 같다. 반야랑 만든 생강차는 발효가 잘 되고 있다. 어제는 감기기운이 있어서 아직 발효가 되지 않은 생강차를 뜨거운 물에 타서 마셨다. 반야의 이야기처럼 “달달했다.” 아빠도 반야처럼 달달한 맛이 좋다. 살면서 생강차처럼 따뜻하고 달달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맛있는 차가 만들어졌다. 조금 더 숙성이 되고 나면 아내와 아이에게도 따뜻하게 생강차를 타주어야겠다.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는 계절에 잘 어울리는 차다.

     

    ▲오후 3시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시간. “아빠 나 여기로 갈래” “그래 중심을 잘 잡아야 해. 떨어지면 아파, 피가 날 수도 있으니까  균형을 잡는 거야” “응, 아빠 나 어때 잘하지” “응” 아이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

    겨울에는 눈썰매를 타고 눈사람을 만드는 일이 아이와 같이 하는 놀이였다면 봄이 오면서 부터는 흙하고 놀 일이 많아졌다. 아이는 흙으로 떡도 만들고 미수가루도 만들어서 아빠랑 맛있게 먹는다. 흙 놀이 외에도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지난번에 나무 심을 때는 흙을 같이 파고 덮고 하는 일도 했었고, 지금처럼 생강차를 만들 때는 제법 어른 몫을 해내고 있다. 어느새 이만큼 컸나 싶을 때가 바로 이런 때다. 아이가 손놀림도 능숙하고, 대화도 막히는 것이 없이 되면서 아이와 많이 이야기 하고 함께 할 일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 아이가 스스로 자라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화초 씨를 뿌리는 일과 화단을 관리하는 일이다. 한 해 동안 마당에 잡초만 자라고 있었는데 이제는 제법 여유가 생겼는지 허브씨도 뿌리고 잔디도 심고 있다. 여기저기에 화단을 만들고 있다. 아이도 할 일이 생겼다. 화단에 물주는 일이다. “반야야 화단에 물줄까?” “응 아빠 물 틀어줘” “응 반야가 물 틀 줄 알잖아?” “응 잘 안 돼 아빠가 해줘” “그래 알았어, 물은 이렇게 왼쪽으로 수도꼭지를 돌리는 거야. 그렇지 그렇게 하는 거야! 쓰고 나서는 물을 잠가야 낭비하지 않아” “아빠 이거 들어줘 너무 무거워” “응 무겁지? 아빠가 들어줄게” 아이는 물 조리개와 분무기를 가지고 여기 저기 화단에 물을 뿌려준다. 물을 뿌려주면서 아빠가 이야기 한다.

     

    “나무야 잘 자라라” 따라 쟁이 반야도 “나무야 잘 자라라” 인사를 한다. 난 아이와 이렇게 인사를 나누는 일이 행복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많이 이야기 나누고 함께 가꾸는 일이 많으면 좋겠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나무에게 인사를 하고 나면 나무도 우리말을 알아듣는 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도 그런 느낌을 받고 있겠지. 요즘은 아이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꽃아, 잘 자라라” 지금까지는 아내와 내가 아이를 기르고 있었는데 새봄 들어서는 이제 아이가 스스로 자라고 있다. 아이가 엄마 아빠의 생활을 자기의 생활로 받아들이면서 같이 걷고, 같이 풀을 심고 같이 웃는다.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서 봄이라는 따뜻한 품을 느끼고 있다. 날씨가 춥지만 햇살이 좋은 봄날이다. 내일은 아이와 쑥을 따러 다녀와야겠다. 맛있는 쑥떡을 해먹어야지. 아내와 아이와 쑥덕거리면서.......맛있겠다. 이번에는 쑥버무리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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