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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회] 책을 내기로 했다
    조윤주, 김우 / 2013-04-02 02:10:28
  • 엄마가 아파 아버지랑 수술실 앞에서 기다릴 때다. 금요일 오전이라 마포에프엠에서 생방송을 할 시간이었다. 대타인 안성댁이 간밤에 내가 써서 전한 대본을 읽을 때 아버지 귀에 스마트폰을 대 드렸다. 누군가 깔아 준 알투 엡을 통해 안성댁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방송을 듣고 아버지가 책 이야기를 꺼내셨다. 2011년 3월 어느 날이었다.

    내가 문학소녀였던 중학생 때 ‘네가 앞으로 첫 책을 낼 때 내가 지원을 하겠다.’ 했던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셨다. 나도 잊고 있던 꿈이었다. 아니, 먼 훗날의 일로 미루고만 있던 일이었다.

    2011년 11월 11일에 책을 내자고 하셨다. 왜 그 날이어야 하는지 물었더니 다시 오기 어렵게 숫자가 겹치는 길일이어서 그렇다 하셨다. 마포에프엠 3년 방송 원고 중 일기처럼 수필처럼 써서 음악 깔고 읽었던 꼭지를 엮기로 했다.

     

    게으른 나는 그냥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흐르자 맘 편하게 그럼 2012년 12월 12일에 책을 내겠다고 했다. 책이 나오기 한두 달 전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아쉬워 하셨다. 엄마 생전에 책을 보여 드렸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셨다. 말기 암에 치매가 겹쳤던 엄마가 좋아하실 수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사실 책엔 엄마 흉 본 내용만 잔뜩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내겐 다행이었다. 정리해야 할 글이 있어, 집중해야 할 일이 있어 그 시기를 견딜 수 있었다. ‘내 이야기, 내 첫 책을 내가 책에서 많이 욕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랑하는 줄도 몰랐던,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 바친다’고 맨 앞 장에 적었다.

     

    책이 나왔다

     

    29일에 소행주 공용 공간 씨실에서 출판 기념회를 했다.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주었다. 어른들은 기타 연주를 해주고 축하 글을 읽어 주었다. 저해모(저녁해방모임)에서 늘 따듯한 밥과 국과 반찬을 마련해 주시는 해당화는 이날 민요로 배를 부르게 해주셨다. 내 이웃들의 소박한 축하공연만큼 이 소박한 책에 어울릴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출판 기념회 포스터

     

    책을 내겠다고 생각하곤 팀을 꾸렸었다. 편집을 부탁한 미지에게 말했다. 맘껏 미지의 세상을 펼치라고. 의뢰한 이에게 맞추느라 하고 싶은 대로 편집하기 어려웠을 테니 이번엔 맘 가는 대로 하라고. 겉표지에 글씨도 그림도 없어도 된다고. 한 장 넘겼는데 깨알 같은 거꾸로 글씨가 제목이어도 아무렇지 않다고. ‘그냥 원고를 받았을 때 느낌대로’ 내 주문의 전부였다.

    그림을 의뢰한 아니까에게도 말했다. 그리고 싶은 분위기로 그리라고. 그리고 싶은 만큼 그리라고. 어느 글에 들어갈 건지 몇 장을 그릴 지 맘대로 정하라고.

    미지가 편집한 걸 본 것도 없고 아니까가 그린 걸 본 적도 없었다. 그저 관계였다. 내 책을 맡기고 싶은 느낌이 드는 관계였다.

    그렇게 호아저씨가 교정 교열을 봐주었고, 노을이가 옆에서 잔소리를 보태 동관언니가 일하는 평사리라는 출판사에서 펴냈다. 물론 비용은 관계로 축을 내지 않고 전했다.
     

                                                                       ▲<엄마면서 걱정 없는 느리의 내 이야기>

     

    책으로 후원한다

     

    책값의 30%는 책이 팔리기도 전에 마포에프엠에 기부했다. 남편이 300권, 아버지가 100권 하는 식으로 먼저 책값을 내고 많은 단위로 책을 사주는 이들이 있어 가능했다. 책을 펴내는 데 도움 준 이들에게 비용을 주고, 마포에프엠에 기부까지 했으니 나름 훌륭하다. 동네에 깔아놓은 거래처 ‘동네책방 개똥이네 책놀이터’나 ‘작은나무 카페’, ‘민중의집’, ‘비누두레’에도 판매금의 절반만 받고 절반은 기금으로 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아는 이들에겐 책을 이고지고 다니며 정가로 팔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선 10%할인가로 판매되는데도 말이다. 누구에겐 선물하고 누구에겐 팔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예전에 공연하는 지인들의 초대권을 받아 구경을 갈 때 미안했었다. 간식이라도 사가서 분장실들에 전하곤 했다. ‘나 열심히 연습했어. 돈 내고 와서 구경해.’라고 청하고 그렇게 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찬가지로 책도 ‘나 열심히 썼어. 돈 주고 사서 읽어.’ 책이 나오기도 전에 생각해 둔 말이다.

     

     ▲거실에 쌓여 있는 책

     

    12월에 1500부를 펴내 3개월여 만에 집에 남아 있는 건 350권 정도니 잘 팔았다 싶다. 베스트셀러를 원하진 않지만 1년에 500권 씩 펴내는 스테디셀러를 감히 꿈꾼다.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 들었다가 소소한 이야기에도 감동해 준 독자가 출판사를 찾아와 저자 사인을 요청하며 편지와 책을 두고 간 일은 두고두고 자랑거리다. 물론 감동으로 따지면 독자보다 내가 백배 감동이다. 나무를 베어내 책을 내는 일.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누구 특별한 사람만 책을 내는 게 아니라 나 같은 사람도 책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들고 나간 책 한두 권 팔아 그 날 밥값도 내고 술값도 내니 나를 후원하는 책이요. 읽고 재미와 감동을 얘기하는 후기를 듣고 있으니 다른 이들을 응원하고 후원하는 책이기도 하다.

     

    ‘돈도 안 벌면서 당당한, 살림도 안 하면서 떳떳한, 조금 나쁜 엄마면서 걱정 없는 느리의 내 이야기’라는 긴 제목의 책. 돈도 안 벌고 살림도 안 하고 조금 나쁜 엄마이기까지 한, 나를 닮은 누군가를 다독이고 쓰다듬는 책이었음 바랄 게 없겠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너, 분발해.’ 재촉의 다그침이 아니라 괜찮다, 괜찮다 귓가에 작게 들리는 위안의 한마디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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