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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회]둘째의 설움?
    진성일 / 2013-03-25 09:15:22
  • 오늘 한서 돌잔치를 음성 할머니 댁에서 했습니다. 실은 어제가 한서 생일날이었습니다. 헌데 어린이집 총회 겸 개원기념 잔치가 있던 날이라 부득이 오늘 가족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3년 전 겸서 돌잔치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공부방 식구들하고 먼저 돌잔치를 한 번 하고, 다시 음성에 내려와서 식구들끼리 또 한 번 하고, 두 번이나 차려 먹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공부방에선 원년멤버, 창립멤버 대접을 받으며 한 상 차려 먹었고, 집안에선 첫째 아들이라 어른들도 많이 챙겨주었습니다. 백일 때 써 먹고 남은 풍선이지만 천장에 주렁주렁 달아놓았고 아침부터 한복 챙겨 입힌다고 난리를 부렸더랬습니다.
     

    ▲겸서가 직접 눈썹화장을 했다. 방에서 혼자 뭐하나 했더니, 조용히 혼자서 매직으로 눈썹을 그리고 있었다. 게다가 유성이다. 헉!!!!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어어....눈썹이 너무 흐려서..”란다. 넌 송충이 눈썹이야.....-_-;;;

     

    얌전하고 조용하게

     

    그에 비하면 한서 돌잔치는 아주 얌전하고 조용하게 지냈습니다. 공부방에도 부러 알리거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작년까지도 겸서 생일을 공부방에서 챙겨주셨는데, 둘째 생겼다고 애 생일 때마다 잔치하는 것도 좀 걸렸습니다. 예전에 손수 겸서 돌복을 만들어서 보내주었던 아내의 친구에게도 ‘한서 한복은 괜찮다고’ 제발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맙게도 예쁜 드레스를 골라서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지난 한서 백일 때도 풍선을 매달아 놓지 않았으니, 돌잔치에도 별다른 장식을 없앴습니다. 겸서 때와 비교한다면 얌전해도 너~~~무 얌전하게 보낸 셈입니다. 더군다나 음성으로 내려가는 길에 ‘창고대방출’이라는 문구에 차를 유턴해서 겸서 신발을 한참 동안 골랐습니다. 다행히 겸서 맘에도 드는 신발을 얻었는데, “오늘이 한서 생일”이라는 생각은 그 사이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별로 아쉽거나 한서에게 미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겸서 돌잡이 때 뭘 잡았는지 생각도 안 나는 거보니 ‘거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를 키우는 부모의 여유겠지요. 참, 한서는 돌잡이 때 실을 먼저 잡았습니다. 오래 살겠네요. ^^
     

                                         ▲“어허...바람 한 번 좋군.” 간만에 나들이길. 한서가 바람을 쐰다고 고개를 내민다.
                                     얼굴에 후~하고 바람을 불어도 좋아하던데,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바람을 좋아하는 걸까?

     

    옆에서 아내가 한서 돌잔치도 두 번 했다고 거듭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에 동네 엄마들과 같이 한서 돌잔치 겸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게다가 한서와 비슷한 시기의 아이가 또 한 명 있어서 같이 했습니다. 아파트 동네의 관계성이 겸서 때보다는 높아졌다는 이야기겠지요. 요즘 돌잔치엔 기본이 5만원이고 부부 둘이 가면 10만원이라는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와중에 동네 엄마들과 지낸 한서 돌잔치는 꽤 선방한 편입니다. 애 낳고 1년 동안 제일 고생한 사람이 바로 엄마들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젖 먹이랴, 기저귀 갈아주고, 이유식 먹여가며 눈도 못 뜨는 갓난아이들을 어느 새 걸음마를 가르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겸서 때도 그랬지만 한서 때도 하는 일이 바빠서 제대로 챙겨보질 못 했습니다. 그러니 아내 혼자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관리실 아래에 두 남매. 사과주스를 마시고 있다. 어느 새 한서 발에도 신발이 신겨있고,
                               조금씩 걸음마 연습을 한다. 손가락으로 먼 산으로 지는 낙조를 가리키며 한 마디 한다. “떼에~~떼?”

     

    한서의 필살기

     

    그래도 겸서 돌잔치 때는 못 했던 몇 가지들을 챙겼습니다. 우선 어제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 먹였습니다. 겸서 때는 음성 할머니 집에 가서 미역국을 먹었다고 기억됩니다. 아쉽게도 요즘 밥을 잘 안 먹는 녀석이라 많이 먹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음성에선 지난 번 옮겨 심다가 미쳐 못 옮긴 나무 한 그루를 ‘한서 나무’로 삼아서 이번에 옮겨 심었습니다. 매화나무입니다. 한창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데 한 번 더 흔들어서 심은 거라 조금 걱정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겸서 나무’도 하나 만들어줘야겠습니다. 어떤 나무가 좋을까요? 대추를 잘 먹으니 대추나무? 곶감을 좋아하니 감나무?

     

                                                    ▲또 다시 카메라에 잡힌 두 남매. 키 차이가 많이 나는 군...호오.
                               한서는 자꾸 일어서려고 하고, 겸서는 자꾸 한서 손을 잡아주고 싶다. 둘이 잘 맞는 쿵짝이다.


    생각해보면 한서는 그 동안 필살기를 연마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집을 봐서 알겠지만 대개 첫째는 잘 챙겨주지만 둘째는 얼렁뚱땅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 가서 어머니께 확인 한 번 해 보시지요. 한서도 그걸 알았을까요? 나름 귀여움 받고 밥 얻어먹는 기술이 많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돌 때도 데면데면 하던 겸서와는 달리 한서는 애교도 많고 배우기도 빨리 배웁니다. 도리도리짝짜꿍은 안 시켜도 곧잘 하고, 먹을 게 생기면 먼저 입에 넣어주려고 건네줍니다. 낯도 많이 안 가리고 여러 사람 잘 안깁니다. 그러니 떡이라도 하나 더 얻어먹습니다. 고도의 전술입니다.

    하지만 밉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겸서는 음성에 와서도 찬밥 신세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래도 할머니는 떠나기 전 차에 타니 겸서부터 먼저 찾으십니다. “아, 우리 금서 어딨노? 어디 앉았노? 안 뵈네?” 수줍은 목소리로 겸서가 대답합니다. “할머니....안녕히 계세요.” 한서의 애교가 아직은 첫째 고개를 못 넘는 모양입니다. 이제 한서는 두 살, 겸서는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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