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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회]반야의 ‘아빠 미워’ 시대
    정상오 / 2013-03-25 09:09:43
  • “아빠 미워”

    “얼마만큼 미워”

    “다섯 개 만큼 미워”

    “아빠는 일곱 개 만큼 반야 좋아”

    “난 여덟 개 만큼 아빠 미워”

    “난 열 개 만큼 반야 좋아, 아주 좋아”

    아이는 요즘 ‘아빠 미워’ 시대에 접어 들었다. 어디서 배웠는지 “아빠 미워”를 달고 산다. 전에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거나 욕구를 다 들어 주지 않을 때는 주로 떼를 쓰고 크게 울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빠가 밉다’는 말로 자기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처음에 ‘아빠 미워’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 녀석이 아빠가 밉다고! 아빠 같은 천사가 어디에 있다고 그래”하면서 속으로 조금은 괘씸했다. 하지만 잘 살펴보니 아이는 ‘아빠 미워’라는 말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뿐이었다. 아이의 감정 표현인 ‘밉다’라는 단어에 내 생각이 묶여서 아이를 바라볼 일이 아니었다. 그 다음부터는 아빠도 요령이 생겼다. 그리고 아주 뻔뻔하고 능청스럽게 아이에게 이야기 한다. “아빤 반야 사랑해, 열 개 만큼 좋아” 이렇게 이야기 한다.

     

    말이나 소리 자체에 얽매이지 않을 일이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아이가 감정을 금방 풀지는 않는다. “아빠는 반야 좋아. 아주 좋아”라는 표현에 아이가 미소를 짓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른이고 애고 나이를 떠나서, 남자 여자를 넘어서 말이나 소리 자체에 얽매이지 않을 일이다. 반야를 통해서 아빠는 점점 똘똘해 지고 있다. 아빠는 소통의 기술을 이번 봄에 하나 더 배웠다.

    “아빠 미워, 열 개 만큼 미워”

    “아빠는 반야 좋아, 이이따아 만큼 좋아”

     

    ▲우리가족 수목원 나들이. 포천에 있는 수목원에 다녀왔다. 아내와 아이는 장미, 나난큘러스, 히야신스, 사포란 꽃을 함께 골랐다. 아내와 아이의 모습이 보기 좋다. 이번 주에는 안성에 있는 한택식물원에 가서 댕강나무를 사오려고 한다.
     

    낮 기온이 영상 14도를 넘는 따뜻한 봄이 왔다. 이번 주에는 반야네 마당에도 1년 만에 나무를 심었다. 봄, 여름, 가울, 겨울을 다 경험하고 나니 어디에 무엇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아내도 봄이 오기를 많이 기다렸다. 지난 겨울이 너무 춥기도 했지만 봄이 오면 나무도 심고 엉거주춤했던 지난해 텃밭농사도 제법 야물딱지게 해보고 싶었다. 날이 따뜻해지고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나무심기다.

    화요일에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나무시장에 갔다가 견물생심이라고 눈에 좋아 보이는 것들을 여섯 그루 골라서 사왔다. 나무를 사면서 아내랑 같이 와서 골라야 하는데, 내가 혼자 사면 집에 가서 퇴짜 맞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시간 났을 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때를 놓치겠다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나무를 사왔다. 이름이 좋아서 선택한 산사나무, 풍성한 가을도 느끼고 먹을 것도 주고 봄에는 차도 달여 마실 수 있는 감나무, 열매 색깔이 좋은 산딸나무, 반야가 좋아할 만한 빨간 앵두나무, 봄이 오는 소식을 전하는 산수유, 요즘 반야가 자주 쓰는 표현인 “매실차가 달달하네”에 어울리는 매실나무를 사왔다. 여섯 그루지만 제법 굵기가 큰 나무들이라 반야네 집 마당이 금새 든든해졌다.

     

    “아빠 이건 무슨 나무야? 신기하다. 그지”

     

    유치원을 마치고 돌아온 반야가 마당에 누워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아빠 나무다, 우와 크다. 우리 나무야?”

    “응 아빠가 시내에 나갔다가 사왔어!”

    “우와 엄청 많다. 아빠 우리 같이 심자”

    “아빠 생각에는 엄마가 퇴근하고 오시면 같이 심으면 좋겠어, 어때?”

    “응 엄마? 그래 엄마 오면 같이 심자”

    “그래 엄마가 오시면 좋아하실 거야”

    “아빠 이건 무슨 나무야?”

    “응 감나무야”

    “와 감나무구나. 맛있겠다. 이건 무슨 나무야?”

    “응 빨간 열매가 달리는 앵두나무야”

    “우와 앵두나무구나 좋다. 아빠 앵두나무는 내가 심을 거야”

    “응 그래 반야가 심자 어디다 심을지 생각해봐”

    “아빠 이건 무슨 나무야? 신기하다. 그지”

    “응 이건 산딸 나무고, 이건 산사 나무야”

    “응 산딸?, 산사? 신기하다. 그지”

    “응 신기하다 꽃도 피고 열매도 달릴 거야”

    “먹는 거야? 응 먹을 수도 있어”

    “우와 엄청 맛있겠다. 그지”

     

    ▲봄 햇살을 받으며 소꿉놀이. 봄 볕이 좋아지면서 아이는 소꿉놀이를 열심히 하고 있다. “아빠 빵이야 먹어” “아빠 미수가루야 맛있어” 아빠는 아이가 만들어준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후르르 쩝쩝, 음 맛있는데 무엇을 넣고 한거야?”
     

    반야는 나무들을 보면서 아빠 이상으로 좋아했다. 그러고 보면 동네사람들이 집 마당에 큰 나무들을 심었었는데 반야네만 몇 그루 심지 않았다. 아이가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집에도 큰 나무가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이참에 나무를 사오기 잘 했다. 아빠는 아직도 아이가 표현을 해야만 알아듣는 수준이다. 사실은 표현을 해도 못 알아 들을 때가 더 많기는 하지만 늦게라도 아이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삽질 잘 하는 반야, 이유는?

     

    나는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보 나무를 사왔어, 마음에 든다. 산딸, 산사, 매실, 산수유, 앵두, 감나무 사왔어” 아내의 답변은 “뭐야, 나랑 같이 가야지! 아무튼 잘했어” 나와 반야는 엄마가 퇴근하고 오는 시간까지 급한 마음을 달래며 기다렸다. 반야엄마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저녁을 간단히 준비하고, 오자마자 식사를 했다. 깜깜해지기 전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 드디어 우리 집에도 나무를 심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나무들을 어디 어디에 심자고 했지만 막상 심으려고 하니 다시 고민이 되었다. “여보 어둡기 전에 해야 하는데 당신이 위치를 알려줘. 그럼 내가 땅을 부지런히 팔게” “막상 자리를 잡으려니 고민이 되네. 음 어디에 하지?” 반야는 “아빠 여기에 앵두 심어. 앵두” 반야는 벌써 괭이를 들고 땅을 파고 있었다. 그런데 반야가 원하는 자리를 보니 길 한복판이었다. 그래서 “반야야, 거긴 안 되겠다. 다른데 하자. 그리고 아빠가 지금 큰 나무를 먼저 심으려고 여기에 땅을 파고 있으니까 조금 기다려!” 나무를 몇 그루 심고 나서야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고른 자리를 아빠가 바로 거절을 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반야야, 여기다 앵두나무 심는 거 어때?” “응 여기다 심자” 반야는 자기가 심겠다고 아빠가 들고 있던 삽을 뺏더니 열심히 삽질을 했다. 아내와 나는 앵두나무를 심기 위해 열심히 삽질을 하는 반야를 대견하게 바라보았다. 반야는 삽질을 또래 아이들보다 잘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마을을 만들 때 아저씨들이 하는 삽질을 유심히 보고, 자기도 몇 번 해보았기 때문이다. 삽질만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호미질, 톱질, 도끼질도 잘 한다. 그런 반야를 볼 때면 아빠도 엄마도 웃음이 나온다.

     

    건축 일 다시 시작

     

    반야가 앵두나무에 흙을 넣다가 갑자기 삽을 놓고 가버렸다. 순간 아이가 화가 났나 싶어서 “반야야 왜 그래?”했는데, 알고 보니 반야가 삽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돌에 찧은 것이다. 아플 만도 한데 손가락을 부여잡고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엄마가 따라갔다. 많이 아팠을 텐데 왜 울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을까? 궁금해진다. 나중에 살짝 물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자리를 떠났던 반야는 아내와 함께 금방 돌아왔고 나무들도 모두 제 자리를 잡았다. 아내의 의견대로 앵두나무를 안방 앞에다 심었는데 그 자리가 정말 잘 어울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앵두나무 가지가 안방창문을 1/3정도 살짝 가려주고 있었다. 비로소 아내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았다. “여보 앵두나무 자리가 그만이야, 안방 창문에 풍경이 하나 생겼는걸. 마음에 들어”

     

    ▲반야의 편지 쓰기.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언니 오빠들이 쓰는 글자를 따라 쓰기 시작한다. 아이에게는 공부는 나중에 하고 매일 신나게 놀라고 하는데도 글자와 그림을 열심히 쓰고 그린다. 앞집 의사 선생님에게 드릴 편지를 쓰고 있다. “반야야 그 편지 이름이 뭐야?” “응, 아빠 의사선생님 똥구빵구 편지야”
     

    반야는 요 며칠 동네 언니 오빠들에게, 삼촌과 이모들에게 이건 감, 이건 산수유 하면서 나무 이름을 알려준다. 그 모습이 보기 좋다. “아빠 이건 무슨 나무더라?” “응 산딸 나무야” “맞다 산딸나무”. 봄이 왔다. 반야아빠도 이제 본업인 건축 일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덕분에 시간을 쪼개어 알뜰하게 써야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유치원에서 돌아올 때까지 일을 좀 할 수 있다. 요즘 반야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종일반에서 논다. 아빠가 서울이나 지방으로 회의하러 가면 반야가 돌아오는 오후 3시에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엄마가 퇴근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온다.

    “반야야, 내일은 아빠가 회의하러 서울 가서 저녁 늦게 와요. 내일은 엄마가 반야를 데리러 갈 거에요” “응, 그래도 아빠가 마을 주차장에 데리러 오면 좋겠다.” “아빠도 그러면 좋겠다. 내일 저녁에 서울에서 회의가 있어요. 엄마가 학교 마치고 가실거야. 아쉽다 그지.” “응” 생각해보면 유치원 생활만 3년을 해야 한다. 꽤 길다. 이 기간 동안 아이 표현대로 반야는 ‘엄청’ 자랄 거다. 지금 반야의 키는 1m다. 부쩍 자랐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갈 때쯤이면 어떤 모습으로 우리 가족은 이야기를 나눌까? 궁금해진다. 새봄이다. 내일은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냉이를 캐러 가야겠다.

    요즘 냉이랑 쑥이 한창 오르고 있다. 맛있는 봄국을 끓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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