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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회]여자들끼리 여행가서 술마시기
    조윤주, 김우 / 2013-02-26 04:53:45
  • 전에 ‘동네부엌에서 세상보기’란 방에 에이미와 원고를 몇 차례 실은 적이 있다. 요즘은 ‘느리게 느리게 미지의 세상으로’란 방에 미지와 번갈아 글을 올리고 있다.

    “에이미, 고료로 무얼 할까요?”

    “술 마시자!”

    그동안 에이미와는 술을 마셨고,

    “미지, 원고료로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여행 가요!”

    미지와는 여행가서 술을 마시기로 약속한 바 있다.

    남자들은 군대 얘기, 축구 얘기를 뛰어넘는 게 ‘군대에서 공 찬 얘기’라지만 우리들에겐 ‘여행가서 술 마시기’의 조합만큼 당기는 것도 없다.

     

    여자들만의 여행 출발~

     

    느리와 미지와 에이미의 여행. 여자들의 여행일은 아이들이 1박 2일 태껸 캠프 가는 날을 길일로 잡고 여행지는 강화로 했다. 낙조에 물든 하늘과 바다를 보고픈 마음에서였다.

    남편 평범이의 본가가 강화다. 늘 밝고 맑은 마음으로만 가는 길은 아니었는데 모처럼 홀가분하게 출발했다. 행선지… 강화라도 좋더라. 그 어디라도 좋더라.

     

     

    며칠 전이 시할머니 생신이었는데 며칠 후가 시어머니 생신이다. 겸사겸사 어머님이 운영하시는 식당 ‘신아리랑’에 들렀다. 김포 아울렛 매장에서 패딩 조끼 하나 사들고, 드릴 용돈도 챙겼다. 마침 강화의 별미 ‘젓국 갈비’를 먹으러 온 단체 손님들이 바글대고 있었다. 우리도 젓국 갈비를 먹었다.

    난 어디서 뭐가 맛있으면 그냥 먹는다. 다음에 또 사먹어야지 하는 생각 정도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만드는지를 궁금해 한다. 집에서도 해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에이미가 젓국 갈비에 들어가는 재료를 챙겨 기억했다. 담에 에이미가 만들면 같이 먹으면 될 거 같다.

     

    어머님께 물으니 적석사 낙조가 좋다 하셨다. 적석사로 향하기 전 김포에 다시 갔다. 아울렛 매장 화장실에 미지가 사진기를 놓고 왔기 때문이었다. 아끼는 거라 부러 차에서 들고 내렸다 두고 온 거였다. 포인트 적립을 하는 카드를 발급 받아 다행이었다.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쩌구 하는 문자를 받았기에 연락처 확인이 가능했다. 내가 잠시 은행에 들렀다 나오며 김포 매장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미지에게 가서 전했다.

    “전화가 왔는데… 화장실 여기저기를 다 찾아봤는데….”

    내 얼굴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미지에게 나머지 말을 이었다.

    “… 있었대!”

    우리들만의 가벼운 여행길에 왠지 마음까지 아이로 돌아가 장난 한번 치고 싶어서였다.

     

                                                                                        ▲낙조에 물든 세 사람

     

    다르면서도 같은 우리 세 사람

     

    여행가서 술 마시는 조합도 훌륭했지만 다르면서도 같은 면이 있는 세 동행자의 조합도 우수했다. 뭘 능숙하게 잘 해서가 아니라 안 하는 걸 탓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 그랬다. 사실 여행 장소도 미지 보고 정하라고 했는데 여행 당일까지도 정한 게 없었다.

    “강화가 어때요? 해 지는 거 보러 가요.”

    “그래. 그러자.”

    출발 시간 에이미 차에 타서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어야 하는 순간에 내가 제안했고 둘이 바로 받았다. 차를 타고 가다 강화 가는 결에 생신을 챙겨 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즉흥적으로 들었다.

    “시어머니 생신인데... 저 앞에 보이는 아울렛 매장에 들러 선물 사면 좋겠어요.”

    “그래~ 우리도 이 참에 충동 쇼핑이야~”

    둘은 웃으며 시원시원 동행해 주었다.

     

    미지가 사진기를 두고 왔다 했을 때도 없을까 봐 한마음으로 걱정했지 다시 들러야 해서 귀찮다는 사람 또한 없었다. 여행 내내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서두르는 사람도 없었다. 미리 장소를 알아보고, 숙소를 예약하고, 맛집을 검색하고, 장을 보고, 회비를 걷고 하는 사람, 어느 모임에나 있기 마련인, 미리 준비하고 앞서 고민하는, 총무격인 사람이 우리 세 사람 중에 아무도 없었다. 우린 뭐 ‘그럭저럭 대충’인 세 사람이었다.


    북극의 낙조

     

    바닷가 찻집에 들러 늦장 피우다 적석사로 향하니 네비에 찍히는 예상 도착 시각이 ‘해는 져서 어두운데’의 시각이었다. 해 지는 걸 보러 왔는데… 선물 사고, 쇼핑하고, 점심 먹고, 다시 돌아가 사진기 찾고, 차 한 잔 마시니 밤이더라는 것은 조금 안타까운 결말일 터였다. 커브길이라 속도를 낼 수도 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하는 시점에 순간적으로 핸들을 틀었다. 미지가 방파제 비슷한 곳에 가로로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한 것이다.

     

    모인 사람들은 낙조 출사를 나온 것이었고, 모인 곳은 낙조로 유명한 강화 장화리였다.

    갔노라, 보았노라, 추웠노라.

    바다에 빠지기 전까지 구름에 가리는 것 없이 붉고 동그란 해를 보았다. 멋졌다. 하지만 더 기억에 남을 일은 태어나 가장 매서운 바람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DMZ 앞에서 보초 서는 군인들처럼 점퍼의 모자 눌러 쓰고 코와 입까지 똑딱단추 채워 올려 가렸건만 칼바람을 피하긴 어려웠다.

    “미지, 나중에 메일로 사진 보내 줘~”

    북극의 낙조 앞에 호주머니에서 손을 빼어 사진 찍는 일조차 생략했다.

     

                                                                                             ▲장화리 낙조

     

    저녁 먹고,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 숙소 돌아와 수다 떨고, 같이 자고. 별다를 것도 특이할 것도, 계획한 것도 없는 일정이 내내 편안했다. 저녁 먹은 식당에서 어디에 노래방이 있는 지 물어 저쪽에 있다더라, 알려 주니 둘이 입을 모아,

    “느리, 부지런하다.”

    태어나 접하기 어려운 격찬을 해주는 식이었다.

    음치라서 노래방에서 노는 걸 즐기지 않는데 흥이 많은 둘이 알아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감상’하면 될 일이었다. 시간을 아끼려고 간주 점프까지 누르면서 어찌 그리 많은 노래를 율동과 함께 소화해 내는지.

    뜻 맞는 여자들만의 여행… 복되고도 행복하도다.

     

                                                                         ▲해가 지고 돌아보니 건너편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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