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단이프
  • 이프북스
  • 대표 유숙열
  • 사업자번호 782-63-00276
  • 서울 은평구 연서로71
  • 살림이5층
  • 팩스fax : 02-3157-1508
  • E-mail :
  • ifbooks@naver.com
  • Copy Right ifbooks
  • All Right Reserved
  • HOME > IF NEWS > 문화/생활
  • [23회]다락방, 사무실이 생겼어요.
    진성일 / 2013-02-25 10:53:00
  • 어디로 갈까?

    지난 1월에 다니던 사무실을 정리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재밌는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 일을 시작해 보고 싶었습니다. ‘건축사사무소 다락방(茶樂房)’이라는 이름(차 한 잔 하고 가시라는 얘기죠^^)으로 설계사무실을 시작하면서 건축시행협동조합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문제는 사무실 공간을 얻는 일이죠. 회사 다닐 때는 계속 서울에서 일을 했는데, 자기 일을 하려니 서울 임대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입니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용인이라 해도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 도서관에 갈까도 생각했습니다. 몇 번 도서관에서 일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더군요.

    일단 전화는 밖에서 받아야 합니다. “아..네...잠시만요....”... 하는 일의 특성상 화면을 보면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그럴 땐 조금 난감합니다.

    또 하나, 마우스 소리입니다. 요즘엔 무소음 마우스가 나왔다곤 하지만 조용하게 책을 읽는 공간에서 계속 딱딱따닥...거리는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가 그리 달갑진 않겠죠. 물론 노트북 존이 있습니다. 헌데 그곳은 구석진 칸막이 공간이라 매우 답답하더군요.

    그리고 도서관이 바로 근처에 있는 것은 아니라서, 어쨌든 운동 삼아 자전거로 25~30분 정도 걸립니다. 전철로 두 정거장 정도 됩니다. 그러니 오고 가는 시간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어차피 집 근처에서 일할 생각이라면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이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길게 생각해서 큰 맘 먹고 상가 하나를 얻어 인테리어까지 할까? 


    움직이는 사무실

     

    드디어 사무실을 구했습니다.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뒤편으로는 책장도 놓고, 혹시 손님이 올지도 모르니까, 테이블도 여러 개. 원목으로 맞췄습니다. 벽 마감은 요즘 유행하는 무채색으로 시멘트 몰탈 느낌으로 거칠게.... 어떤가요? 건축사사무소 같나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면 감각이 조금 떨어지시는군요.^^

     

                         ▲제 사무실 어떤가요? 새로 오픈했습니다. 다만 이동식이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운영되는 사무실입니다. ^^

     

    왜냐면 여긴 사무실이 아니라 카페거든요. 제가 선택한 곳은 바로 커피숍입니다. 카페베O 상갈점이 이젠 저의 사무실이 되었습니다. 전화도 마음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주변이 도서관처럼 조용하지도 않으니 마우스 소리가 오히려 들리질 않습니다. 자전거로 5분 거리라 언제든 집에 오고 갈 수 있습니다. 어느 새 커피숍의 죽돌이가 되었습니다.

     

    9시에서 9시반이면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거의 첫 손님일 경우가 많습니다. 지정석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테이블이 작은 것이 흠이지만 두 개를 붙여 놓으니 제법 쓸 만합니다.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오후 내내, 어떨 땐 저녁까지 있다가 옵니다. 그래도 저번 사무실에 다닐 때보다는 퇴근이 이릅니다.

     

                                  ▲아침엔 거의 첫 손님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도 없으니 일에 집중이 잘 되기도 합니다.
                       점심 즈음을 지나면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오고가는 손님들도 많습니다. 이런 저런 인생을 듣기도 합니다.

     

    다양한 인간관계의 집합소

     

    커피숍에서 죽돌이로 일하다 보니 옆 테이블이나 앞 테이블에 여러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앉아 있다가 갑니다. 커피 한 잔 다 마실 동안 한 마디도 안 하는 커플도 있는가 하면, 남자가 여자에게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하는 연인도 옵니다. 테이블의 밀도가 높은 편이라 이어폰을 끼고 있지 않는 한, 의도하지 않게 대화가 들리게 됩니다.

    또 어떤 엄마는 먼저 와서 자식들을 기다리는데, 딸이 엄마에게 왜 혼자 여행을 가는지 묻습니다. 어? 잠시 그 가족 구성원의 관계를 상상하게 됩니다. 이모가 조카의 게임중독에 대해 충고하는 자리도 듣게 되고, 흡연실에서 급하게 담배 한 대 피고 자리로 돌아오는 학생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5분 동안 줄담배를 연신 피고 있는 할 일 없어 보이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매일 오후 같은 시간에 와서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대를 피고 가는 여자도 있습니다. 커피숍에 있다 보니 생각보다 여성의 흡연 비율이 높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커피를 마시는 많은 여성이 흡연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담배 피는 모습이 멋진 여자는 영화 ‘노스페이스’의 여주인공입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뉴욕의 빌딩 숲을 바라보며 옛 남자를 생각하는 장면에 나옵니다).

     

    ▲요즘엔 오후 5시가 지나면 햇살이 제 사무실 자리로 들어옵니다. 은근 멋있습니다. 가만히 지는 햇살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일에 다소 방해가 되는 햇살이기도 합니다만, 나중에 진짜로 사무실을 내더라도 서향 창문을 고려할 것 같습니다.

     

    이동식 사무실의 무거움

     

    하는 일의 특성상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하니 가방이 늘 무겁습니다. 외장하드도 덤으로 들고 다닙니다. 일의 진행상황이나 회의내용을 기록한 노트도 항상 챙겨야 하니 가방은 늘 빵빵한 상태입니다. 이럴 땐 어서 자리잡아 제대로 된 사무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스피커에서 하루 종일 나오는 음악도 제 취향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이어폰은 필수품입니다.

    그래서 처음 몇 번은 집에서 작업해 보기도 했으나 둘째 한서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니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 재택 근무는 아니지만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은 아니니 가끔 아내가 일이 있을 때나 어린이집 회의가 있을 때면 집에서 아이를 보기도 합니다. 육아와 작업 모드가 병행이 됩니다. 이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를 보면서도 머릿속 한쪽에는 캐드 도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제 아내와의 이야기 중에 제가 아이를 잠시 보더라도 더 이상 육아모드로 100% 전환되지 않음을 말했습니다. 어떨 땐 주말에도 일과 관련된 전화를 받기도 하고, 내일 어떤 일을 해야 할 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집과 가깝게 일하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가끔 일을 하는 것인지 육아을 하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아마도 처음이라 그럴 것 같습니다.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 집 근처에서 일하는 것도 처음이고, 제 일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 상황이 어설프기도 합니다. 게다가 어린이집을 지금 만들어가는 중이라 그곳의 일이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 아내도 덕분에 바쁘죠.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됩니다. 나중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재밌는 에피소드가 되겠죠. 사무실도 없이 하루 하루 이동식 사무실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일하던 때가 있었던 걸 추억으로 이야기하겠죠. 그래도, 가방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이 어깨가 견뎌야 하겠죠. ^^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2013/02/130225_512b6bfc11cec.jpg|263721|jpg|01.JPG|#2013/02/130225_512b6bff2d325.jpg|226979|jpg|02.JPG|#2013/02/130225_512b6c06bdf41.jpg|232613|jpg|03.JPG|#junk/130226_512c4bc14cdb6.jpg|634826|jpg|04.jpg|#@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덧글 작성하기 -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덧글이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