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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회]어린이집을 만들어 볼까요?
    진성일 / 2013-02-12 01:30:42
  • 안녕하세요? 똥파리 친구 곰도리입니다. 오늘은 제가 객원필진으로 참여했습니다. ^^

    종종 주말이 다가오면 똥파리와 이프에 무얼 쓸까 이야기를 합니다. 이번주에는 제가 어린이집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제안했는데, 똥파리는 그건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는 제가 써야겠다며 슬쩍 미뤄두네요. 가끔 똥파리 입장에서 이프에 이야기하는 것 같을 때는, ‘언젠가 내가 똥파리의 다른 모습에 대해 고발(?)의 글을 한 번 실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는데, 고발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먼저 해드려서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

     

                                      ▲이번에도 겸서가 찍은 사진을 한 장 올립니다. 한서를 찍었군요. 언제 어떻게 찍었는지는
                                      모르지만, 제법 형체는 알아볼 수 있군요. 겸서 때와는 달리 한서는 잘 웃는 게 매력입니다.

     

    우리 모여 살면 어떨까?

     

    겸서가 5살이 되면 지금 다니고 있는 가정 어린이집에서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시골 분교처럼 생긴 어린이집이 있어 찾아가보았습니다. 어린이집은 뒷산과 텃밭이 널찍하게 있어서 아이들이 자주 산책 나간다고 하더라구요. 겸서를 데리고 가서 텃밭도 보고, 작은 그네도 타 보았습니다. 그리고 겸서에게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겸서는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녀와서 동네 아줌마들에게 물어보니 그 어린이집을 보내려 하지 않더라구요. 엄마들은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것이 물론 좋지만, 아이들의 안전이나 학습에 관한 불안감 때문에 오랜 동안 갈등하다 결국 시설 좋은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준비를 위해서 유치원을 선택하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겸서 혼자라도 보내야지, 싶었는데 놀이터에서 어린이집 별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니 나중에 겸서 혼자 놀이터에서 놀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 그냥 동네 친구들이 가는 마당 넓은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겸서를 친구들과 유치원으로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마음 한켠이 불편했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결정하다 보면 친구따라 강남(?)가게 되는 건 아닐까? 특히 제가 복직하고 나서 겸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방과 후에 친구 따라 학원 뺑뺑이를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사실 공부를 위해 아이를 학원에 보낼 마음은 조금도 없지만 부모가 챙길 수 없어서, 혹은 친구가 없어서 보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초등방과후 모임을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느날 같은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린이집 만들어 볼 생각이 있느냐고요. 그 친구는 이전 직장 동료들과 아이를 같이 키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직장 동료들은 교육적 가치관이 비교적 비슷하고 친구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서 함께 아이를 키우면 정말 든든할 것 같았습니다.

     

    가족이 아니라 마을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모여 살면 어떨까? 동료들과 모여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같이 아이를 키우자는 데는 모두 쌍수 들고 환영이었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드러났습니다. 부모님이 아이를 봐 주셔서 부모님과 같이 이사를 해야 하거나, 돈이 없어서 이사하기 어렵거나, 남편 직장이 멀어서 움직이기 힘든 상황을 이야기하다가 당장은 어렵겠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대신 거점을 정하고 시간을 두고 준비하자고 막연히 다짐하며 서로를 위로했죠.

     

                        ▲흠...한서가 이제는 모든 지형 지물을 이용해서 직립보행을 시도합니다. 엉덩방아를 찧어도 이젠 별로
                울지도 않아요. 사진 다음 장면이 궁금하시죠? 얼굴을 찧을까요? 아니면 일어설까요? 궁금해요? 궁금하면...오백원...^^

    별꽃씨 어린이집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지금 보내고 있는 어린이집에 문제가 생긴 친구가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독려했습니다. ‘시작할 수 있는 사람부터 먼저 해보자. 나중에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지금과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맞습니다. 막연한 미래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요. 그런데 ‘지금’ 어린이집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당장 경제적으로 이사하기 어려웠고, 직장 동료들과 모여서 같이 키우는 것은 좋지만 공동육아를 새로 만드는 것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공동육아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버거울 때가 많았습니다. 자기 욕구에 민감하면서 타인의 욕구에 둔감한 아이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에 직장 동료들은 공동육아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있어도 보내고 싶지 않은데 게다가 만들겠다니... 모두들 주저했습니다.

    목마른 친구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었고, 직장 동료들이 육아문제에 고민하지 않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돕고 싶어 했습니다. 친구의 진심이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아니, 동료들과 회의하는 동안 같이 온 아이들끼리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을 보니 참 좋더라구요. 여러 말보다 아이들이 함께 하는 모습에 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저도 옆에서 돕기로 했구요. 어린이집 운영하신 분들을 뵙고 조언을 받으며 설립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국가에서 지원 받을 수 있는 인가형태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인가받기 비교적 쉬운 부모 협동조합으로 시작하고, 조합원은 학교 교사 뿐 만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 남편의 적극적이고 절대적인 노력으로 2달 동안 순식간에 많은 일들을 해결했습니다. 어린이집 터전 구하기(정말 추운 날 여러 사람들이 발품을 팔아가며 돌아다니셨어요. 등기부등본을 100통 정도 떼어보셨다니.....모두들 감사합니다!)와 조합원 모집(우선 가능한 사람부터 시작하기로), 인가에 필요한 각종 서류(예상하시겠지만 이건 정말 많은 준비가 필요하더라구요) 및 물품 준비, 운영진 선출, 총회 준비 및 운영, 교사 선발 등 많은 일을 해결하면서 어린이집 개원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아! 어린이집 이름은 ‘별꽃씨 어린이집’입니다. 하늘에는 별, 땅에는 꽃, 땅 속에는 씨앗을 품고서 잘 자라라고 눈빛이 고운 국어 선생님이 지어주셨습니다.

     

                        ▲겸서도 이젠 어린이집 3년차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집근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계속 다니리라
                   생각했는데, 새로 만들 줄이야. 새로운 환경이 또 다시 낯설겠지만, 저 웃음을 잃지 않는 겸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몇 가지 놀라운 사실들

     

    어린이집 운영을 위해 예산안을 짜는 과정에서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첫 번째는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 어린이집 운영비용이 생각보다 크게 들지 않겠더라구요. 건강한 먹거리를 챙기면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어요. 두 번째는 민간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근무조건(급여, 시간 등)이 무척 열악했습니다. 국공립과 민간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급여차이가 2배 이상 나기도 했습니다. 교사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어렵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어린이집 보육료가 비교적 저렴하면서 교사들의 근무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상충되는 조건 같지만 합리적인 지점이 보이더라구요. 교사들의 급여, 근무 시간, 연수 지원, 안식월 등 기존 민간 어린이집보다 근무 조건을 훨씬(40%정도) 높여 운영하더라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 어린이집은 현재 민간 어린이집보다 보육료가 매월 5~30만원 가량 비쌉니다. 하지만 16명 정원이 모두 차게 되는 내년에는 지금보다 보육료가 내려갈 겁니다. 선생님들 월급은 더 올려 드릴 거구요. (아! 터전 전세비는 2억정도 들었고, 이자는 5%로 매월 지출됩니다. 그리고 출자금은 100~200만원입니다.)

     

    별꽃씨 어린이집은 앞으로 초등방과후로 연계하여 운영할 생각입니다. 생각보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주변사람들과 모여서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일이 정말 가능해질 것 같아요. 장학금을 마련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나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도 함께 할 계획이구요.

    어린이집이 개원해서 잘 굴러가면 여기저기에 자랑하려고 합니다. 다른 곳에도 만들어 보시라고 찌르고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내 아이 하나 잘 키우는 것보다 우리 아이들 같이 잘 키우면 더 즐겁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많은 형제와 자매, 삼촌 이모들이 생기는 것은 정말 커다란 선물이지요. 게다가 협동조합을 통해서 수익을 고루 나누고 어려운 친구들과 함께 살 수 있다면.... 정말 그런 게 말로만, 책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가능하다면 팍팍!한 세상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데 용기가 생길 것 같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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