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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7회]반야는 일춘기
    정상오 / 2013-01-28 05:47:31
  • 100점짜리 부모보다 0점짜리 친구들이 좋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아이는 유치원에 다닌 후로 말수가 늘고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고, 재미난 몸놀림과 얼굴표정으로 엄마 아빠를 어리둥절하게 해줄 때가 많이 있다. 덕분에 엄마 아빠는 행복한 표정을 짓게 되고 아이의 돌출행동을 놓칠세라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대고 있다. 반야의 요즘 언어와 상황들을 모아보았다. 아이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사춘기’가 오기 훨씬 전부터 찾아오는 ‘일춘기’라는 생각도 든다. 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아이는 ‘일춘기’ 일까?

     

    상황 1.

     

    “아빠, 왜 따라해? 내가 노래 부르잖아. 하지 마! 따라 하지 말라고, 내가 할 거야!”

    아이를 돌보면서 동화책도 많이 보고, 동요도 많이 듣게 된다. 내가 어려서 보지 못한 다양한 내용의 동화책은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재미나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 몇 가지를 꼽으라면 <숲속으로>라는 책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도 가끔 꺼내서 반야와 함께 보는데 책 내용은 꼬마 아이가 숲속에서 코끼리, 원숭이, 기린, 곰과 함께 놀이를 즐기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구성도 재미나고 그림 속을 들여다보는 흥미가 있는 책이다.

    책은 눈으로 보고 읽고 내용이 주는 메시지를 아이와 함께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다면, 동요는 따라 부르는 리듬의 맛이 있다. 아이가 유치원에 비교적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아빠와 함께 충분히 동요를 듣고 따라 불렀던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동안은 노래책 한권에 나오는 30여곡의 노래를 같이 앉아서 한 시간 가까이 불렀던 적도 있으니 반야도 아빠도 내공이 대단하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노래를 부르면서 논다. 나는 그런 아이 옆에서 아이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한 소절이나 따라 불렀을까? 아이는 바로 “왜 따라해? 내가 부르는데” 한다.

    “응 아빠도 재미나서 따라 부르는 거야”

    “그래도 하지 마. 내가 할 거야”

    “아빠도 부르고 싶어”

    하지 마! 내가 할 거야, 왜 따라해”

    박자와 음정은 좋지만 가사는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하는 반야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제법이다. 아빠는 자꾸만 따라 부르게 된다.

    아이는 바야흐로 “내가 할 거야”의 시대로 들어온 것 같다.

     

    상황 2.

     

    “내가 이렇게 했어”

    장난감통을 정리하고, 현관에 신발을 정리하고, 책을 정리하고, 가위로 자르고 남은 색종이나 그림 그린 종이들을 보여주면서 “내가 이렇게 했어”한다.

    한발로 깽깽이를 서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아빠 나 이렇게 할 수 있어”, 탁자위에서 뛰어내리면서 “나 이렇게 내릴 수 있어, 다른 애들은 못한다. 언니 오빠들은 할 줄 알아”, 다락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에 한손과 한쪽 다리로만 매달리고서는 “아빠 봐! 나 이렇게 할 수 있어”...

    반야는 요즘 “나 이렇게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으로 가득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도 아이의 모습을 보고는 함께 반응을 한다.

    “응 그렇게 할 수 있구나! 반야가 균형 감각이 많이 생겼네.”

     

                                                   ▲반야는 요즘 오리고 붙이고... 색종이랑 종이가 남아나질 않아요. 
                                               아이가 가위질하는 모습을 보면 “녀석, 고맙게 자라고 있군.” 감사합니다.

     

    상황 3.

     

    “사랑해요 엄마, 사랑해요 아빠”

    요즘 반야는 오리고 붙이고 찢고, 접고, 그야말로 종이다루기의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었다. 작은 가위부터 큰 가위까지 이용할 줄 알게 되고, 가위에 손을 베이고 피가 나는 것을 보고는 서럽게 울고, 코를 흘리고... 옆에서 보고 있으면 반야 표현대로 ‘우끼다’.

    아이는 종이에 하트를 많이 그린다. “아빠, 하트는 이렇게 그리는 거야, 아빠도 해봐, 응 이렇게 하는 거야”. 아이가 하트의 의미와 ‘사랑해요’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트를 보여주면서 “아빠 엄마 사랑해” 할 때는 아주 담백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며칠 전에는 잠을 자는 도중에 자다 말고 “아빠 사랑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잠결이기는 했지만 그 느낌이 좋아서 “응, 아빠도 반야 사랑해, 엄마도 사랑해”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잠을 잤다. 아이의 말에 늘 응답을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말을 받아서 “나도 사랑해”라고 이야기 하면 나도 아내도 마음이 환해짐을 느끼는 시절이다.

     

    상황 4.

     

    “이게 아빠, 이건 엄마, 이건 반야”

    아이는 이제 본격적으로 사람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한다. 좀 더 정확히는 우리 가족의 얼굴을 그린다. 얼굴 그림을 그린 지는 6개월도 넘었지만 눈, 귀, 코, 입, 머리카락, 팔과 다리, 몸을 비교적 상세하게 그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반야가 연필을 잡고 있는 모습과 집중해서 또릿한 눈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냥 좋다.

    아이는 그림을 그리면서 “아빠, 엄마, 반야” 언제나 우리가족이 함께 그림 속에 있다. 아이의 그림을 가지고 이래저래 해석할 생각은 없다. 난 아이가 우리가족을 한 종이 안에 같이 그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이렇게 커가고 있네.”를 발견하고 있다.

     

    ▲아빠, 반야, 엄마. 누가 엄마고 아빠인지는 아직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이제 색깔로 표현도 하고 눈, 귀, 코, 입, 팔다리도 그리기 시작합니다. 엄마 아빠 닮았으면 반야가 그림을 좀 그릴 것 같아요. 저도 아버지에게 솜씨를 물려받았거든요
     

    상황 5.

     

    일주일에 한두 번 도서관에 갈 때면 반야는 차안에서 신호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가 신호위반에 대해서 꼭 짚어준다.

    “아빠 앞에 차가 빨간불인데 그냥 갔어.”

    “응 그렇구나. 빨간 불인데 그냥 갔네. 아저씨가 신호를 지키지 않았다”

    “맞아 그냥 갔어, 빨간불 멈춰요, 파란불일 때 가야죠”

    “그래 우리는 파란불이 들어오면 출발하자”

    “응! 아빠”

     

    크리스마스가 한참 지났지만 반야는 산타할아버지 책에 푹 빠져있고, 아빠가 연주하는 우케렐레 악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마을길에서 눈썰매를 타고, 우리 동네 고양이가 쥐를 잡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고 있다. 43개월 된 반야. 우리 나이로 5살이다. 반야는 유치원에 다니면서 사회적 관계에 대한 규칙과 질서, 원칙, 친구사이를 배우고 있다.

    사용하는 언어나 행동, 노는 모습을 보면서 드디어 ‘사회적 관계’라는 것을 배우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만 2살이 넘었을 때는 자기의 기본적인 의견을 표현하고, 간단히 상황을 설명할 정도였다면, 만 3살이 넘어서는 자기의 생각과 의견을 꽤 밀도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한다. 단어에 힘을 주고, 필요한 단어는 강조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나 많이 듣고, 재잘거리고, 손끝으로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필요한 것을 들은 것, 본 것, 경험한 것에서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산타할아버지에 푹 빠져 있고 산타할아버지는 정말 착한아이들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를 보면서 크리스마스가 1년에 4번 정도 분기별로 있으면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일이 더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계절이다. 일춘기의 반야에게는 부모보다 산타할아버지의 한마디가 더 힘이 있다.

    “너 자꾸 그러면 선물 안준다.”

    부모는 지금 아이를 돌보면서 5춘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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