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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회]만나는 사람 밀도에 따른 심리상태 분석
    진성일 / 2013-01-21 06:07:32

  • am. 7:30 (1명)

     

    집에선 모두들 자고 있다. 간혹 겸서가 때 없이 일어나긴 한다. 그러면 안아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 눕힌다. 하루 잘 지내라고, 날이 아직 어둑어둑하다고 하면 도로 잠이 든다. 가끔 밖에서 들리는 출근길 자동차 엔진소리 외엔 조용하다. 위, 아래층 디지털 도어가 열리고 닫히는 소리,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오르내리는 소리, 지하 주차장 앞 경보 사이렌 소리... 아침의 이런저런 소리들이 들려온다.

     

    ▲이번에도 겸서가 찍은 사진 한 장 넣었습니다. 한서가 청각에, 음악에 관심이 많은 반면 겸서는 시각에, 영상에 좀 더 집중을 합니다. 흠,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뭐 카메라를 좋아하고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게 반갑지요.

     

    찰칵, 하는 자물쇠 잠기는 소리를 뒤로 하고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일부러 창밖을 내다보지 않는 이상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얼마나 추운지 알기 어렵다. 1층 로비에 있는 현관문을 열어야 드디어 아침공기와 만난다. 흠, 이 정도면 오늘은 어제보다 낫군.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직장이 있는 광화문 근처로 가기 위해선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신갈오거리 정류장으로 가야 광역버스를 탈 수 있다.

    아직까진 마주치는 사람은 없었다. 일부러 눈이 녹지 않은 뒷길로 다닌다. 곧 있으면 버스에 치일 테니 조금이라도 여유를 맛보자.  

     

    am. 8:15 (40~50명)

     

    오늘도 초만원이다. 강남으로 출퇴근할 때는 이 동네사람들 전부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직장을 전부 광화문 쪽으로 옮겼나보다. 좌석버스 요금을 내지만 앉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도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반강제적인 ‘나의 자유의지’로 선택을 했기 때문일까?

     

    갑자기 주변 밀도가 확 높아졌다.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모두 콩나물처럼 서 있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좌석에 앉아있는 퍼진 콩나물들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밀도를 무시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헤드셋이나 이어폰이다. 귀를 막아 주변 소리들을 차단한다. 지나가는 자동차소리, 빵빵 거리는 소리, 코고는 소리들. 잠이 덜 깼으면 눈까지 감게 된다. 눈도 막고, 귀도 막고. 옆 사람과 부딪히는 촉각은 어찌하지 못하더라도 만원버스에서 조용히 혼자 보내는 방법이다.

     

    am. 10:10 (3~4명)

     

    직장에선 보통 라디오를 켜 놓고 일한다. 하지만 귀를 좀 쉬게 하려고 아무것도 안 틀기도 한다. 게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소리와 밀도는 거의 화장실 수준이다. 걸려오는 전화도 그리 많지 않다.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 난로 위의 주전자 소리. 모두 외근 중이어서 혼자 사무실에 있으면서도 라디오를 안 틀 때도 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하루 종일 일하기 때문에 심리적 밀도는 상당히 높다. 버스에서 어깨에 부딪히는 사람들은 잠시 후 헤어질 사람들이지만, 사무실 옆자리 사람은 퇴근 때까지 붙어 있어야 한다. 물리적인 밀도는 낮지만,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심리적 밀도는 상당히 높다.

     

    pm. 6:00 (2~3명)

     

    알바사원은 먼저 퇴근하고 우리는 야근을 한다. 저녁엔 스탠드를 켜고 할 때가 많다. 같이 일하지만 독립영역의 확보. 다른 대기업이나 일반 사무직에 비해 직장 내 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pm. 11:40 (2~3명)

     

    집으로 가는 버스는 12시가 막차다. 허겁지겁 사무실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간다. 이 시간에 버스를 타면 제일 좋은 것은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것. 피크타임 때는 역시 자리가 없다. 버스에 올라타면 타고 내리기 좋은 자리보다는 옆에 타고 있는 사람이 없는 자리를 먼저 스캔한다. 물론 조심해야 한다. 옆자리 인기척이 없는 버스는 종점으로 데려다 주곤 하니까.

     

                                                  ▲동네 앞 과일차. 이 자동차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퇴근을 조금은
                                    빨리했다는 이야기다. 8시 넘어서는 금방 문을 내리고 가시기 때문이다. 많이 파세요.

     

    pm. 12:30 (1명)

     

    신갈 도착. 신갈오거리에서 환승을 하고 싶지만 이 시간 막차도 끊겼다. 하는 수 없다. 걸어서 가야지. 낮은 산을 넘으면 10분 만에 집에 가지만, 원래 다니던 길로 가면 15분은 더 걸린다. 야심한 밤, 산을 넘기로 한다. 산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곳도 있다.

    산을 넘을 때는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귀에서 뺀다. 발자국 소리가 잘 들린다. 나무계단을 올라가는 소리, 삐걱대는 계단참, 눈 위를 밟는 소리, 나뭇가지 똑똑 부러지는 소리. 운이 좋으면 달빛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선 완전히 혼자다. 열두시 넘어 어두컴컴한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도 없고, 바람도 잠시 의자에서 쉬어간다.

     

    하루 중에 거의 유일하게 갖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숨소리, 발자국 소리를 여과 없이, 방해 없이 들을 수 있다. 길을 걸으며 자신을 돌아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느낌이 오는 순간도 있다. 컴컴한 산길이 나 있는 어둠을 한참 바라보기도 한다. 저게 무서운 건 왜 그런 거지? 공포는 어떻게 내 안에서 만들어지지?

     

                               ▲새벽 한 시 넘어 집으로 들어가는 길, 산을 넘어오다가 한 컷.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는 이 시간.
                                                하지만 아무도 없는 듯한 여기서 제일 무서운 것은 바로 ‘사람’이다.

     

    pm. 1:25 (4명)

     

     다시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간다. 하루 종일 붙어 있어도 심리적인 밀도가 거의 ‘0’에 가까운 가족들. 발코니 쪽 불을 켜고 오늘은 누구누구 사이에서 자야할 지 확인한다. 따뜻한 이불 속으로 차가운 몸을 집어넣는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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