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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6회]거짓말에 대하여
    정상오 / 2013-01-21 02:04:02
  • “아빠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거짓말 해”

    유치원에 다녀온 반야가 아빠에게 이야기 해준다.

    “주원이하고 시애하고 유진이가 내가 우유를 응! 엎지르고, 책을 찢었다고 선생님에게 이야기 했다!”

    그랬구나!”

    “내가 하지 않았어. 애들이 거짓말한 거야”

    하면서 억울해 한다. 그리고 아이는 친구들이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빠는

    “언제 그렇게 이야기 했어?”

    “응, 예전에”

    그랬구나. 그래서 반야가 많이 섭섭했구나? 반야는 우유를 엎지르지 않았고 책도 찢지 않았지?”

    “응 내가 안 그랬어.”

    “그런데 친구들이 반야가 그랬다고 해서 반야가 섭섭한 거구나”

    “응 거짓말쟁이야”

    “그랬구나!”

    “반야는 책도 안 찢고, 우유도 엎지르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잘 모르고 그랬나 보다. 친구들이 잘 모르고 그런 거니까 거짓말쟁이 아니겠다.”

    “응 그래, 친구들이 잘 몰라서 그랬어.”

    “그런데 언제 그렇게 친구들이 이야기 했어?”

    “응 예전에”

    그랬구나. 예전에 그렇게 이야기해서 반야가 지금도 섭섭한 거구나. 반야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까, 친구들이 몰라서 그런 거니까 이제 섭섭하지 않아도 되겠다.”

    “응 그래”

     

    아이가 유치원에서 있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며칠이 지나서 아빠에게 해주는 것을 보니 속이 상했나보다. 이럴 때 아빠가 할 일은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이야기 하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이해하는 것이 제일 먼저다.

    아이 말대로 친구들이 나쁘다고 이야기 할 일도 아니고, 그냥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은 나도 상황이 어떤지 잘 모르고, 또 아이의 이야기만 듣고 아이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할 수가 없다.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빠랑 호떡 만들기 중입니다. 반야가 제법 반죽도 하고 호떡 속에 설탕이랑 잣을 넣고 있어요. 아이들은 집중력이 대단해요. 그리고 함께 하자고 하면 정말 좋아합니다. 아이도 같이 합니다. 호떡은 오븐에 구워서 먹어요. 기름에 굽는 것 보다 오븐에 굽는 호떡이 제법입니다.

     

    반야를 통해서 듣는 연습을 다시 하는 중

     

    반야와 대화를 하다보면 정말 부모에게 원하는 속마음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둔해서 그런지, 지난 44년간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아서 그런지 우선은 못 알아 들을 때가 더 많고 ‘들리는 말’에 빠질 때가 정말 많다. 나이 40살이 넘어서 아이를 통해 귀담아 듣는 연습을 다시 하는 중이다. 사실은 아내가 나에게 자주 하는 소리가 있다. “당신은 내 말을 귀담아 듣지를 않아!” 이런 소리를 들으면 사실 스트레스였는데 반야를 통해서 듣는 연습을 다시 하는 중이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사는 일은 정말이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반야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건성으로 듣고 이야기 하면 아이가 먼저 알아차린다. “아빠 그러면 혼낼 거야! 얘기를 들어야지! 그렇게 하면 되겠어! 아빠는 그럼 나쁜쟁이야!” 자기의 의견을 듣지 않고 딴 짓을 하면 이렇게 혼을 낸다. 어른도 아이들을 무시하면 이렇게 혼나는 것을 배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지, 듣지 않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아이는 현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첫 방학을 맞이했다.

    유치원이 방학을 하면서 반야도 15일간 집에서 아빠와 종일 놀고 있다.

    “아빠 회사 어떻게 해?”

    “응, 반야가 방학을 했으니까 아빠도 휴가야. 반야가 방학이 끝나면 아빠도 회사에 다시 가야지”

    반야를 유치원에 보낼 때 아이에게 내가 이야기 했던 나름대로의 거짓 핑계가 있었는데 아빠가 이제 회사에 다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반야가 이제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 때가 되었고 아빠는 이제 회사에 가서 일을 해야 해요. 반야가 유치원에 갈 때 아빠는 반야를 바래다주고 오후에 반야가 마을에 올 때까지 아빠도 집에 올게요.”

    이렇게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던 터라서 아이는 아빠가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결정적인 실수를 자주 했다. 반야를 유치원에 보내고 하루에 2시간씩 우리 집 온실을 만들었는데 한 달이 넘게 만들면서, 매일 매일 변해가는 모습을 아이에게 이야기 해준 것이다. 오늘은 아빠가 온실지붕을 만들었어, 오늘은 선반을 만들었어, 문을 달았다. 잘했지!, 한 번 볼래?.... 이렇게 뻔히 드러나는 거짓말을 아이에게 했으니 나도 정말이지 거짓말을 할 위인은 못되는 것 같다. 내 생각인데 반야가 알고 있는 것 같다. 아빠가 회사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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