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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회]동네사람들과 야유회 다녀왔어요~
    진성일 / 2012-12-25 02:08:51
  • 겸서와 한서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새 대통령이 최초의 여성이든, 보수세력들의 또 다른 집결이든 상관없이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주말에도 해야 할 일들, 가야 할 곳들이 많아 음성에 사시는 할머니 댁에는 몇 달째 못 가고 있습니다(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외국도 야근과 특근이 우리나라랑 비슷하다더군요. 세계 어딜 가나 건축설계 일이란...쯧쯧).

     

    그렇게 아이들이 잘 자라는 데 어린이집이 한 몫을 톡톡히 합니다. 맞벌이는 아니지만 아이가 둘 있는 집안들,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같이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 아닌 가족들에겐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몇 시간이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집은 아시다시피 겸서가 어린이집을 다닙니다. 그 사이 한서와 엄마는 청소를 하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개는 청소하고 빨래하고 물건 정리하고 아침 겸 점심 대충 챙겨 먹으면 다시 겸서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간이 되죠.

     

    요즘엔 그래도 아내가 그 시간에 제법 다양한 일들을 합니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엄마들을 종종 만나면서 활동들이 늘어났습니다. 10개 동이 있는 우리 아파트 단지 중에 요즘 만나는 엄마들은 아랫동네 사람들입니다. 한 동안 윗동네 엄마들을 만났었는데, 멤버가 조금 변경된 거죠.

     

    얼마 전 겸서와 유치원 작전을 벌였던 그때, 아랫동네 엄마, 아빠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다들 같은 나이 대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서로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유쾌하고 가리는 게 별로 없는 성격들이라 이야기도 잘 통합니다. 처음 만났는데 별 격식 없이 유치원에서 서로 인사하고, 유치원에서 마련해 준 오뎅과 김밥으로 점심 대신하며 수다 떨다가 왔습니다.

     

    원주의 펜션으로 고고~~

     

    그런데 얼마 후 야유회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우리까지 여섯 가족이 펜션 같은 곳을 빌려서 하루 놀고 오자는 겁니다. 그만큼 엄마들 사이에는 돈독한 관계가 형성되었나 봅니다. 그 중 몇몇 집 아빠들은 개인적인 술자리를 갖기도 한 모양입니다. 사실 아파트 단지에서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데, 6년 아파트 생활하면서 처음입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엄마들이 서로 연락하며 시간을 맞추고 아빠들은 토요일에 시간을 비워 원주에 있는 한 펜션으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가기 며칠 전부터 엄마들은 계획표를 만듭니다. 점심 담당을 정하고,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게임들을 준비합니다. 유치원 입학설명회 때 처음 봤는데, 두 번째 만남은 1박2일 펜션이라니, 조금은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원주 펜션 전경. 여름에 찍은 사진을 퍼 왔다. 한 시간 반을 달려서 온 거리가
                                 멀게 느껴졌는데, 출근길 광화문까지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리는 거 보면 그곳이 먼 곳일까?

     

    눈이 펑펑 왔습니다. 얼마 후 출발인데 원주까지 가는 길이 걱정입니다. 98년식 아토즈에게는 다소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자동차 검사소에서 ‘빠꾸’ 먹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타이어도 새 걸로 모두 교체했고, 내부 점검도 새로 받았으니 별 문제는 없겠지요. 출발할 때 시간을 보니 두 시간이 조금 안 걸립니다. 오랜 만의 장거리 여행길, 아이들 둘도 번갈아 잠이 들면서 도와줍니다. 차는 조금 막히지만 퇴근 후에 밥 먹고 잠자기 바빴던 우리 부부에게 지금은 오랜만에 이야기할 시간이 됩니다.

     

    원주시 신림면, 펜션이 있는 곳 주소입니다. 결혼하기 전 서울 신림동에서 20년을 살았던 터라 ‘신림’이라는 지명이 꽤 반갑습니다. 다른 펜션들과 달리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서 조용한 곳에 그저 무심한 듯 들어서 있습니다. 옆에 있는 살림집과 구별이 안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오늘은 겸서네가 꼴찌입니다. 점심이라야 김밥과 라면이지만 라면은 생략하고 기다려준 다른 식구들과 김밥을 나눠 먹습니다. 같은 방에 시끌시끌 아이들이 여섯, 그에 딸린 동생들이 서넛, 엄마와 아빠들이 각각 열 둘, 크고 작은 스물 대여섯 명이 한 방에서 김밥을 나눠 먹으니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다른 가족의 구성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아빠들과 아이들이 한바탕 뒹구는 게임을 시작으로 야유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두 팀으로 나눠서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맞추는 스피드 퀴즈는 가족별로 승자를 가립니다. 이기고 지고는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아이들에겐 모두 선물이 돌아갑니다.

    그래도 이긴 팀은 환호성을 지르고 진 팀은 아쉬워 합니다. 선물받은 아이들 모두도 소리를 지르며 좋아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던 게임들이 의외로 일찍 끝이나 버렸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기운이 팔팔한데, 엄마 아빠들은 하나둘씩 바닥에 등을 붙입니다. 여기저기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떼부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때 우리를 구원해 준 사람은 ‘번개맨’입니다.

     

                         ▲우리를 구원해 준 첫 번째 타자, 번개맨. 겸서도 일요일 텔레비전 보는 시간에 보는 프로그램. 별 재미는 없어
                      하는 것 같은데, 볼 게 없으니 끝까지 본다. 헌데 그날 온 아이들 중에는 번개맨을 엄청 좋아하는 아이도 있었다.
     

    부럽구나, 겸서야~

     

    엄마, 아빠들이 잠시 쉬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노트북에서 나오는 ‘번개맨’과 ‘나잘난’의 대결에 집중합니다. 평화로운 시간입니다. 3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아이들은 또 웅성거립니다. 앞이 안 보인다, 내가 더 잘 안다, 네가 싫다, 저리 가라, 시끄럽다....등등. 그 소리에 아빠들도 하나둘 토막잠에서 깨어나고, 엄마들은 눈썰매 타기를 제안합니다.

     

    전날 비가 온 터라 눈이 꽤 무겁습니다. 군데군데 얼음이 된 곳도 많습니다. 마당이 넓어 다른 곳으로 굳이 가지 않아도 놀 곳은 많습니다. 자동차 뒤에서 눈썰매와 양동이, 작은 세숫대야를 꺼냈습니다. 세차도구도 훌륭한 놀거리가 됩니다. 눈을 가득 채워 뒤집으니 먹음직한 케익같아 보입니다. 겸서는 양동이 들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아빠는 아이스크림 케익을 만들고 있습니다. 9단 케익을 쌓는데 성공했습니다. 작년 눈사람 만들 때도 느낀 거지만 아이들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즐거워합니다. 9단 케익을 완성하고 감상할 사이도 없이 아이들은 박수 한 번 치고 그대로 부숴버립니다.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한서야, 사진 찍을 때는 고개를 드는 거야!” 하면서 겸서가 알려준다. 왼팔에는 한서, 오른팔에는 겸서.
                            겸서 앞에서 한서를 안고 있으면 꼭 자기도 안아 달랜다. 아직까진 가능하다만,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경사진 곳 없는 마당에서 놀다 보니 눈썰매는 끌고 다녀야 합니다. 겸서를 태우고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겸서의 자세가 너무도 부럽습니다. 2인용 눈썰매에 대자로 뻗어 누워 세상에서 제일 편한 모습으로 눈썰매를 탑니다. 눈을 감으면서 타기도 하고, 가끔 ‘더 빨리, 더 빨리’를 외치면서 닦달을 하기도 합니다. 올해 초 공부방 악어떼 녀석들과 갔었던 눈썰매장이 생각납니다. 아무리 계속 타도 질리지 않았던, 눈 속에서 엎어져도 기분이 좋기만 했던 눈썰매. 겸서처럼 누가 끌어주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저녁은 삼겹살,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도 고기를 잘 먹고 원래 고기를 좋아하는 가족도 있어서 모두들 잘 먹습니다. 우리도 오랜만에 실컷 먹어 봅니다. 아이들부터 밥을 먹이고 건너방에 모두 불러 모읍니다. 이번에 우리들을 도와줄 사람은 ‘파워레인져’와 구름빵의 ‘홍시와 홍비’입니다. 이때부터는 30분간 교대로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과 놀기로 했습니다. 그 사이 다른 방에선 아이들의 식탁을 정리하고 소주와 맥주들이 대신 상 위로 올라옵니다. 엄마들이야 거의 매일 만나지만, 몇몇 아빠들은 처음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술 한 잔이 들어가고, 369게임 몇 번에 분위기는 대학생들의 엠티가 되었습니다.

     

    ▲저녁시간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먹여주고 입도 닦아주고 난리를 피우는데, 겸서는 혼자 앉아서 밥그릇을 비웠다. 우리 부부는 그냥 옆에서 한서랑 놀고 있었다. 다른 엄마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근데, 겸서야......집에서도 그렇게 해 주면 안 될까? 꼭 밖에 나와선 얌전하고 말 잘 듣고 의젓한 척은 혼자 다 해요...
     

    아빠들의 이야기는 밥벌이쪽으로

     

    아이들이 하나둘씩 잠자리에 들고 엄마들이 건너방으로 아이들을 재우러 갑니다. 자리가 한 번 더 정리가 되고 새롭게 김치찌개가 안주로 등장합니다. 이제는 아빠들만 남았고, 아이를 재운 엄마들이 다시 건너옵니다. 아이들을 재운 엄마, 아빠는 부러움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제부턴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늘 피곤한 엄마들, 오래 버티지 못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자러 갑니다. 아빠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주식과 스키에 능한 아빠도 있었고, 제약회사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동차 딜러도 있고, 영어를 잘 하나 뭘 하고 싶은지 막연한 아빠도 있습니다. 서로의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이 아닌, 아이들 하나로 만난 인연들. 그렇다고 만나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진 않았습니다. 그건 매일매일 엄마들의 차지였으니까요. 대부분 외벌이인 가족들, 아빠는 밖에서 일을 하고 엄마는 안에서 살림을 합니다. 자연스레 아빠들의 이야기는 밥벌이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주식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한 마디씩 거듭니다. 자신들의 경험담도 안주거리로 올라옵니다. 비싼 수업료를 치른 이야기, 아직도 발을 빼지 못하고 있는 상황 등. 하지만 주식이야기, 군대이야기까지 나오면 마지막으로 먹게 되는 식어버린 술안주 같습니다. 다들 고개를 주억거리지만 깊은 공감은 이미 안주처럼 식어버렸습니다. 남은 아빠들 다같이 담배 한 모금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군대 이후로 남자들끼리 이불펴고 자긴 정말 오랜만입니다. 대학교 때도 한두 명의 여학생은 있었으니까요. 방바닥이 뜨뜻한 게 찜질방에 온 것 같습니다. 아이들하고 신나게 놀고, 머리도 비운 채 게임도 하고 몸보신에 술 한 잔도 하고 아빠들끼리 수다도 떨고, 여러모로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산책길을 기대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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