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잘 생존한다는 것은 잘 협상한다는 것과 동의어일 정도로 현대사회에서 협상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여자들은 이 중요한 협상에서 얼마나 잘 하고 있을까? 여자는 남자와 전혀 다른 협상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데....여자들이 협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도록 하기 위해 협상에 대한 생각의 물꼬를 틔워주는 책,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내용을 총 4회에 걸쳐 소개한다. 그 두 번째 편.-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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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성별에 적합한 행동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가. 또 성인들에게는 남자와 여자의 행동 방식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을 준수하도록 어떻게 압력을 가하는가.

우리 사회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게 행동하며 서로 다른 성격을 나타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남자는 적극적이고 지배적이고 결단력 있고 야심차고 자기지향적이라고 여기는 반면, 여자는 따뜻하고 표현적이고 부드럽고 감정적이고 친절하다고 여긴다. 이는 하나의 성 고정관념이다. 성 역할은 거기에서 더 나아간다. 여자는 다른 사람의 행복에 더 초점을 맞추는 공동체적 경향이 있다고 여겨지는 반면, 남자는 자기 자신의 목적과 이익에 더 초점을 맞추는 대리자적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완벽하게 타자 지향적이거나 자기 지향적인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성 역할은 규범적이기 때문에 무조건 여자라면, 남자라면 지켜야 한다고 성립되는 사회적 기대와 충돌하는 것이다.

이렇듯 ‘인위적으로 자연스러운’ 행동에 대한 규범들은 생리학적인 요인들을 통해 처음 규정되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리학적인 차이는 줄었지만 이후에는 문화적인 영향력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가정적인’ 역할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여자 차지이다. 사회에서 남녀가 일반적으로 맡는 직종들도 역시 성 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을 영속화시킨다. 유치원 교사, 초등학교 교사, 간호사, 엔지니어, 건설 노동자 등의 직업들과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성별이 그것이다.

여성들은 요구하거나 받아야 할 것에 대한 확신이 불투명하다

도서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연구에 따르면 35세 이하 연령대와 더 나이 든 연령대는 권리 의식에 대한 남녀 격차를 거의 동일하게 생각한다. 이는 곧 연령대와 상관없이 여성들은 뭔가 요구하거나 받아야 할 것에 대한 확신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자라오면서 성 고정 관념이 여성의 권리 의식에 가하는 강력한 압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여자아이에 대한 억압이 적어졌지만, 아직도 올바른 자녀 교육 방식을 실천하지 못하는 부모가 많다.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는 항상 문제가 있는 부모가 있듯이.

여자아이들은 대중문화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는다. 특히 영화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보면, 각각의 인형들의 역할을 통해 어린이들이 무의식적으로 성 역할 규범을 습득하게 된다. 남자 인형과 장난감들이 구조 임무를 맡고 여자 인형들은 뒤에서 기다리거나 응원하는 역할이다. 한국의 MMORPG같은 게임 등에서도 주인공은 대개 남자이며 여자 캐릭터는 헐벗고 있는 소품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을 통해 성 고정 관념과 성 역할 개념이 아이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혀 나간다. 결과적으로 남녀 아이들은 성 역할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것은 자부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사회의 성 역할 규범이 부적절하고 불쾌하다고 확고히 믿는 여성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런 규범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이런 고정 관념의 위협은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는 것을 더 불편하게 만들고 협상에 대한 기회도 저버리게 만든다.

여성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사회적 제약들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이런 불평등한 성 규범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일까?

책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심리학자 메리 웨이드는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자주 요구하지 않는 이유로, 요구해서 얻는 이익보다 그 대가로 감수해야 하는 희생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았다. 여성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사회적 제약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다른 이유로는 협상에 앞서 호감이 가는 스타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적극적인 여성은 호감이 떨어진다. 여성이 협상에서 자신의 주장을 잘 피력하더라도 적극적인 여성은 선호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다른 연구에서는 여성이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며 남성과 같은 대화법을 사용하면 남성은 물론 같은 여성들도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런 ‘호감’의 문제는 여성을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이는 여성 리더에 대한 편견의 문제로 번진다. 남성 리더들은 독재적이거나 민주적이거나 동일한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여성 리더들은 민주적인 리더십 스타일이 훨씬 선호된다. 리더십 역할에서 남성과 여성에 요구되는 행동이 다른 것이다. 게다가 매우 모호한 누군가의 ‘개인적인 특징’이 리더로서의 자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여성에 대해 갖는 무의식적인 편견, 여성에게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편견은 리더가 되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심각한 제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여성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 천장’이 있다. 여성들은 머리 위의 유리 천장을 떼어내고 싶지만 그 위에 있는 남자들은 유리 천장이 없다면 추락의 위험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남성들은 여성이 전통적인 남성의 고유 영역에 침범해 들어오는 것에 혐오감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편견을 표현하는 데 조심스러워 하지만, 그 편견이 아예 작동을 멈춘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