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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회]장 담그기. 그까이꺼~
    조윤주, 김우 / 2012-12-17 02:00:37
  • 마을에 ‘민중의 집’이란 단체가 있다. 민중이란 이름을 ‘아직도’ 버리지 않은 게 신선해서 회원으로 가입했다. 민중의 집은 이름 말고도 신선한 게 많은 집이다.

    ‘시민강좌’는 수강료가 천 원이다. 강의를 하러 오는 이는 강사비 대신 천 원씩 모은 돈으로 마련한 소박한 선물을 받는다.

    ‘토끼똥방과후’는 학원으로 돌리지도 못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상 보육을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며 놀고, 자치회의를 하며 자라는 곳이다.

    ‘화요밥상’이라고 재료비만 내고 같이 밥해 먹는 날도 있고, 독립 생활자를 위한 생활 강좌도 다채롭다.

     

    이렇게 만드는 법이 쉽다니...

     

    민중의집 ‘장독대 만들기’란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장을 담아 민중의집 옥상에서 같이 관리하고 나눠 먹는 내용이다. 지난번에 고추장을 만들었다. 발효 전문가 고은정 선생님이 피피티로 꼼꼼하게 시중에서 파는 고추장을 고춧가루 가격 대비 따져 보여주셨다. 말이 되지 않게 터무니없이 쌌다. 도대체 고춧가루 대신 뭘 집어넣어 그 가격을 맞추는 걸까, 싶었다.

    선생님은 “고추장 사러 갈 시간이면 고추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하셨다. 정말 그랬다. ‘물을 끓인다. 조청을 섞는다. 고춧가루를 푼다. 메주가루를 푼다. 소금을 넣는다.’가 끝이다. 이렇게 장을 만드는 게 쉬운데 장 만들기가 어렵다는 생각의 유포는 누군가의 음모가 아닌가 싶다고도 하셨다.

     

    이번엔 함양 견불동으로 메주 쑤러 다녀왔다. 딸아이 한울이와 같이 갔다. 아이는 마을어린이합창단 녹음도 포기하고, 돌잔치 뷔페도 마다하고 따라 나섰다.

     

                                                                      ▲버스에서 내려 산장으로 올라가는 길

     

    메주 쑤는 것도 어려울 건 없었다. ‘콩을 씻는다. 콩을 삶는다. 콩을 으깬다. 네모난 통에 다져 담는다. 꺼내 모양을 다듬는다. 새끼를 꼬아 묶는다.’까지 우리가 했다. 산장 쪽에서 매달아 말리고 띄워 민중의집으로 보내주실 거다. 콩이 끓은 뒤 약한 불로 다섯 시간 넘게 뭉근하게 뜸을 들일 가마솥만 있으면 딱이다 싶었다.

     

     
    ▲메주 모양 다듬기, 묶기
     
    ▲장이 익어가는 산중턱
     

    나는 갖가지 나물 식단에 군고구마, 두부콩 설기떡, 절편 간식에 막 만든 두부, 김치볶음, 김치전 안주가 흡족했다. 거기에 술은 한산 소곡주였다. 나름 일도 좀 하고 먹으니 내 배에 덜 미안했다. 한울이는 나보다 많이 먹고 신나게 놀며 체험했다.

     

       
    ▲한울이의 신나는 포대 썰매타기 와 장작 패기 체험

     

    시골에서 내가 눈 똥오줌으로 야채 정원 가꾸며....

     

    떡도 멥쌀가루 물에 섞어 찜기에 찌고 반죽해서 떼어내 무늬 있는 걸로 눌러주면 절편 탄생이었다. 고은정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리 쉬우니 집집마다 떡을 해먹었으면 좋겠어요. 제발~”

     

                                                                                          ▲떡 빚기

     

                                                                          
    ▲고은정 선생님(좌)과 필자와 딸 한울이

     

    장독대 만들기를 신청하면서는 한 가지 마음이었다. 해보자. 해보고 어려우면 말고. 물물교환이란 방법도 있으니까.

    시골에서 내가 눈 똥오줌으로 야채 정원 가꾸어 먹고 글 쓰며 사는 삶이 내 미래다. 사실 뭘 키우고 재배하는 것보다 산과 들에 자라는 산야초를 그냥 쑥쑥 뽑아 먹고 싶다. 언제 무엇의 어디를 어떻게만 알면, 그 저장법만 익히면 1년 365일 내 작은 한 몸 건사할 수 있을 거 같아서다. 돈을 많이 벌고 보험 들어 병원비 댈 생각 하는 것보다 효소에 초콩에, 간단 소박 건강식으로 병원 다니지 않고 지내다 가고 싶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공이 기다랗게 줄을 선 통장이나 창고에 그득그득 쌓인 뭔가를 바라진 않지만 햇볕 잘 내리쬐는 곳에 소담한 장독대는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옹기마다 담긴, 씨간장이라고 하는 몇 년 묵은 간장이며 해를 넘긴 된장, 고추장만 있으면 얼마나 풍족하게 느껴질까.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junk/121217_50cea49c686eb.jpg|222785|jpg|고은정 선생님과.JPG|#junk/121217_50cea4a387cc6.jpg|147634|jpg|떡 빚기.JPG|#junk/121217_50cea4a9a538d.jpg|139308|jpg|메주 모양 다듬기.JPG|#junk/121217_50cea4b2ebae8.jpg|153984|jpg|메주 묶기.JPG|#junk/121217_50cea4bc97774.jpg|135496|jpg|버스에서 산장으로.JPG|#junk/121217_50cea4c6413ea.jpg|155123|jpg|장이 익어가는 산중턱.JPG|#junk/121217_50cea4ceaaea8.jpg|150903|jpg|장작 패기.JPG|#junk/121217_50cea4d9343a8.jpg|168746|jpg|포대 썰매.JPG|#@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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