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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사람을 읽다 - 공방 탐방 프로젝트1
2013년을 목전에 두고 가제트공방은 스스로에게 갈 길을 물었다.
오래도록 지속가능한 공간, 그리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주는 공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답을 얻기 위해서 그동안 눈여겨 보아왔던 공방들을 탐방하게 되었다.
첫 번째 여행, 나무와 늘보
나무와 늘보 공방은 최근에 구수동으로 자리를 옮겨서 새롭게 오픈을 했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자리를 옮긴 만큼 깨끗하고, 넓고 가지런한 공방이 부럽기만 하다. 깨끗하게 잘 관리한 장비들은 이 공방의 주인인 늘보(황연주,42)의 성격도 대략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늘보는 재생지를 이용해서 문구류를 제작하는 ‘이든디자인’이라는 회사의 대표이다. 자연과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가장 좋은 디자인을 만든다고 했다. 종이와 나무. 늘보가 목수가 된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종이와 나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언젠가는 목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항상 꾸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까지 꿈만 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공방을 차리는 데까지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꿈만 꾸며 내일, 내일 하며 미루는 것이 그렇게 안타깝다고 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미루지 않고 하는 것. 그것이 늘보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쏙 드는 말이다.
성미산마을에서 지인들을 통해 전해 전해들은 이야기로만 서로를 알고 지내왔으니, 내가 아는 늘보는 그냥 동네아저씨 혹은 동네의 또 다른 목수 정도였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닮아 있음을 느낀다. 동네 아줌마들과 수다 떨고 노는 걸 좋아한다고 하시니, 자주 볼 기회가 되어서 술 한 잔 나누는 사이가 되면 참 좋겠다. 그리고 나무와 그 외의 많은 것들에 대해서 배우고 이야기 나누는 아주 괜찮은 동종 업계 인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좋은 목수가 되기 위해서 하나씩 실천하며 나아가는 우직한 실천력이 부럽고, 그래서 그 가지런하고 깨끗한 좋은 장비들도 부럽다. 그리고 그 장비들보다 더 부러운 것은 목공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었다. 그 철학이 맞다, 틀리다 논하기 전에 자신만의 철학으로 나무를 만지고, 사람들에게 목공 기술보다는 철학을 전파하는 그 모습이 못내 부럽다. 그에 못지않은 나의 철학도 분명히 있을 것이니, 드러내고 정립하는 일만 남았다. 내가 꿈꾸는 목수의 모습이 그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용감하게 일어나야겠다는 나의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기에는 충분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목공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는 한 편, 사람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일어나는 시민문화공간으로서의 카페도 구상중이라고 하니, 나무와 사람을 좋아하는 동네 목수로서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무엇이든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또 자연스럽게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동네 목수 파이팅!
두 번째 여행, 성대골별난공작소
동작구에는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희망동네)’라는 마을 공동체가 있다. 이곳의 사무국장인 유호근(37)씨를 만나 성대골별난공작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희망동네는 지역사회에 다양한 일자리와 문화공간을 만들고 지역복지기금을 적립하는 등 지역순환형 경제기반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생활업종을 포함한 희망가게를 열기로 하고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그 중 ‘마을카페 사이시옷’과 목공방 ‘성대골별난공작소’, 그리고 3호점 ‘우리동네마을상담센터’가 주민출자를 통해 문을 열었다.
성미산마을과 양상은 다르지만 도시의 시민문화 창출과 건전한 경제기반 마련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눈에 띄었다.

공방을 둘러보니, 현재의 가제트공방과 어딘가 비슷하다. 공방에 온기를 주는 난로가 똑같이 생겨서인가? 지금은 비싼 기계도, 가지런히 정돈할 공구도 부족하지만, 시민들이 뜻 모아 힘 모아 꾸려나가는 소박한 이 공방의 미래가 더 궁금해진다. 성대골별난공작소의 실질적인 운영주체를 만나서 공방에 관한 조금 더 세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다양한 마을기업을 발굴하고 지역의 소중한 네트워크를 일구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하나하나의 사업도 중요하지만 그 기업들이 제대로 자리 잡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인프라 구축도 상당히 중요하다. 유호근 실장과의 대화는 우리 사회의 경제나 문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제 역할이 있다. 현재의 여건을 객관적으로 살펴야 자신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혹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이 여행은 우리에게 이러한 눈을 갖게 해 주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고 건전한 마을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다.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 언젠가는 꼭 이루어진다는 믿음. 그것이 이 인내심의 원동력이 아닐까. 누군가는 참 대단한 일을 한다며 칭찬하고, 누군가는 그 삽질 언제까지 하나 보자며 벼르겠지만 유호근 실장의 표정은 그런 것 다 상관없이 편안한 기색이다. 지난 6년간의 노력도 헛되지 않았고 앞으로 다가올 60년의 미래도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음…. 그렇다면, 마을 네트워커(network+er)도 파이팅!<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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