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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회] 전지구적 살림과 살림이스트
    2014-08-12 02:36:08
  • -7월 여신스터디모임 후기

     

    7월 모임은 여신스터디 회원들이 대화문화 아카데미에서 열린 한국적 에코페미니즘 2차 포럼에 옵저버(토론에 참가하지 않고 공부하는 관찰자)로 참가한 자리였습니다. 이 날의 발제자인 정현경 회원의(유니언신학대 교수) 유쾌한 몸풀기 운동 후 참가자들이 가운데 놓인 연꽃을 보며 자신의 삶의 진흙과 그 속에서 피워낼 연꽃을 이야기하며 포럼은 시작됐습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
     

    에코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에코페미니즘은 페미니스트 운동과 환경운동이 만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접촉점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자연에 대한 억압이 너무도 비슷한 방법으로 가부장적 사회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여성=자연, 남성=문화라는 잘못된 의식이 이 억압의 근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성해방과 자연해방이 같이 이루어져야 인간 공동체와 지구 공동체가 살아남을 수 있고 생명력을 증진시키며 공생, 상생할 수 있다는 사상 체계입니다. 철학과 신학을 "업"으로 연구해온 저는(발제자 정현경 회원) 에코페미니즘이 현재 우리가 처하고 있는 인류의 문제, 지구파괴의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의 틀로서 가장 적합한 이론체계임을 확신합니다. 서양의 에코페미니스트들과 연대하며 그들의 지혜를 배우는 동시에 무엇이 한국적인 에코페미니즘일까를 숙고하다 1980년대부터 서서히 자라나온 한국의 여러 종류의 살림운동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저는 한국의 체화된 영성이 "한, 흥, 살림"이라는 한국인의 집단의식/무의식에 근거한다고 보며 거기서 한국의 지혜와 해방의 영성을 봅니다. 지구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상생의 가능성을 찾아가려면 현재 우리를 죽이는 "죽음"의 기제와 "살림"의 기제를 있는 그대로 보아야합니다. 죽음의 기제 중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와 제국주의적인 군사주의, 그리고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언론, 교육, 문화 시스템이며 그 모든 것의 기반에는 지배와 종속의 힘과 상상력에 근거한 가부장제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죽임의 세력에 저항하며 새로운 생명력을 창조해내고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살림의 힘을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풀뿌리 정치, 경제, 사회 민주주의 운동, 환경운동, 평화운동, 여성운동, 소수자의 권리보호운동, 영성, 치유, 창조적 예술운동 등에서 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왕가리 마타이, 나무를 심는 여인'

     

    세계 속 에코페미니즘

     

    왕가리 마타이는 가난한 케냐 여성들에게 나무의 씨를 심어 살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숲을 만드는 운동을 계속 해왔습니다. 나무의 씨를 살려낸 여성들에게 작은 돈을 지불하며 그들의 경제 자생력을 활성해온 이 운동은 자연스럽게 케냐의 환경운동과 민주화 운동과도 연결되었습니다. 여성들로 하여금 가난과 환경 파괴에서 동시에 벗어날 수 있게 한 이 운동은 많은 제3세계 에코페미니스트 운동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반다나 시바는 다국적 대기업의 GMO 생산과 패턴화에 저항하며 토종씨 보전과 살리기 운동, 인도고유의 농사의 지혜를 지키는 나브다냐 운동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계속 저항적 저술활동, 세계강연을 하며 이러한 생태, 생명 지혜를 다음 세대에 전수하기위해 인도 북부에 부미대학을 설립하고 농사, 음식, 치유 이론과 방법, 경제 사회 정치 분석등을 가르칩니다. 그녀는 신자유주의 지구화, 마초적 과학주의, 문화 정치 경제적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가부장제가 지구공동체 파괴의 주범임을 역설합니다. 반다나 시바는 다양성, 상호성, 호혜성, 지속가능성에 근거한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마조라 카터는 뉴욕의 흑인 케토 브롱스 출신으로 명문 대학 졸업 후 쓰레기 더미와 범죄에 시달리는 자신의 동네로 돌아갑니다. 가난과 폭력, 좌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녀의 동네를 그녀는 쓰레기를 치우고 강을 다시 살려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함으로써 변화시킵니다. 이 성공은 죽어가는 미국의 많은 도시들을 살려내는 영감이 되었고 환경 인종차별주의와 생태정의를 가르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미 볼리비아의 원주민 여성운동, 미국과 캐나다의 원주민 인디언 여성들의 운동 등은 지구를 그들의 어머니 파차마마로 보며 시간성보다 공간성에 근거한 영성, 정치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지구, 땅은 죽은 자료가 아니라 모든 생명의 근거인 어머니이고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그들의 확고한 믿음은 많은 자연의 공동 관리 나눔 운동으로 발전돼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흑인들과 함께 환경 인종차별주의가 얼마나 팽배한지, 그들의 지역에 묻혀지는 핵폐기물, 쓰레기들에 대해 고발하며 환경 파괴와 생존에도 인종, 계급이 존재함을 계속 밝혀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상의 세계관, 지혜에서 살아갈 힘을 많이 얻고 있습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현장(위,좌). 천성산에서 지율스님(위,우).한살림 운동(아래,좌).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한과 흥의 난장, 우리 자신보다 훨씬 큰 우주의 질서, 섭리, 도, 사랑, 깨달음

     

    저는 외국의 에코페미니즘 운동에 버금가는 많은 영감을 한국의 살림 여성운동에서 보고 있습니다. 지구를 지키고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더 깊은 생명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모든 운동이 그것입니다. 그것이 현실 정치, 경제, 언론의 권력 앞에서 지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지만 그 생명 살림의 의식의 씨는 한반도 곳곳에 뿌려지고 있습니다. 김진숙의 노동운동, 김정희의 가배울 운동, 김세리 등 여러 젊은 여성들이 참가하고 있는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지율스님의 천성산·4대강 지키기 운동, 심현정의 단식과 민간요법에 의한 몸살림 운동, 김숙임·조연지 등의 남북여성 서로 잘살기 조각보운동, 많은 주부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한살림운동, 반핵·반전 평화운동, 밀양 할머니들의 내 고향의 온전성을 지키려는 싸움, 탈도시 귀농·유기농 농사운동, 토종씨 살리기 운동, 도시농부 운동, 젊은 예술가들의 협동조합과 코뮨운동, 공정무역운동, 동물 보호 운동, 채식운동, 여신 영성, 지구 영성 발견 명상 운동, 장애인·동성애자·외국인 노동자와 한국 이주민의 인권운동 등.

     

    한국인의 한은 잘 발효되면 대단한 변혁과 창조성의 근원이 됩니다. 잘 발효된 한은 우리 한국인들의 생명의 깊이입니다. 한국인의 흥은 극한 상황에서도 우리를 지켜분 생명력의 폭발입니다. 흥은 우리에게 더 높은 생명의 힘을 알게 해주며 우리 존재를 더 높은 차원으로 고양시켜줍니다. 한과 흥이 어우러져 난장이 일어나고 그 힘이 우리 자신보다 훨씬 큰 우주의 질서, 섭리, 도, 사랑, 깨달음에 우리를 연결시켜줄 때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보호하고 가꾸고 살려내는 살림의 힘을 체화할 수 있습니다.

     

    살림이스트로서 저는 지배와 복종에 근거한 위계적인 가부장적 맹수의 힘을 믿지 않고 거미와 개미의 연약함을 힘을 믿습니다. 생명의 부드럽고 강인한 힘, 힘센 존재 앞에서 쫄지 않고 힘없는 존재 앞에서 우쭐대지 않고 진정한 자신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연약함의 힘에 의한 살려내기. 이것이 살림이스트 영성의 핵심입니다.

     

                                                                 ▲포옹을 이어가는 참가자들과 발제자 정현경 회원
     

    발제가 끝난 후 여신영성에 대한 근거있는 비판과 그에 대한 답변이 오갔습니다. 김신명숙 회원은 영성이 추상적인 정신성이 아닌 물질과의 관계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물질의 긍정성을 제거한 가부장제 영성과 달리 여신영성은 모든 인간이 인간적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합니다. 김반아 회원은 페미니즘과 살림이스트를 더한 것이 모성이며, 생명모성을 꽃 피우는 것이 에코페미니즘이며 그것은 인류를 품는 모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발제자인 정현경 회원은 영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영성은 이성·감성·몸의 체화가 녹아진 진실, 내 세포하나가 알고 있는 진실이며, 이성·통제·계몽이 아닌 생명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갖는 것이며, 엘리트 남자 영성과 달리 여신영성의 메타포는 삶 속에서 진흙탕을 함께 기어가는 하나님이라고 대답합니다. 또한 고대 여성중심 사회에서는 인간의 공격성을 스포츠나 예술로 승화했고 방위군은 있지만 공격군은 없었으며, 모두의 복지가 중요한 사회였기에 계급이 차이가 없었다는 말로 여신영성의 필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여신스터디는 여신영성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와 그 이론을 사회적·일상적 실천으로 확대하는 노력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 이 글의 본문은 정현경 회원의 발제를 옮긴 것입니다.

     

    -여신스터디 회원 볼미 


    *여신스터디 모임에 동참하고 싶으신 분은 feminif@naver.com 으로 연락주세요^^

    이프 여신스터디 모임▶http://cafe.daum.net/ifgoddess/JpUw/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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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덧글(3)

  • hjh1984 [2015-09-04]
  • 수천 년 동안 인류사회를 지탱해온, 흔히 가부장제라 불리는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를 소위 ‘죽음’이라 섣불리 규정하며, 이에 반대하는 것을 ‘살림’이라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너무도 편협한 이분법입니다. 이런 이분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성에게는 여성을 교도(敎導)하고 지배할 권리를 부여하고, 여성에게는 남성에 의한 물질적, 육체적 보호를 보장한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가 어떤 연유로 만들어졌는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 hjh1984 [2015-09-04]
  • 주지하다시피 육체적인 강고함이 생존과 직결됐던 전근대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생존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스스로의 생존을 책임질 수 있는 남성이라 해도 출산과 수유(授乳)가 가능한 여성이 없이는 사회를 유지할 수 없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보호하는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생존을 보장하고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편이었습니다. 여성을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의 일방적인 희생자로만 간주하는 절름발이 페미니즘의 도그마(dogma)에 얽매인 이들은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지난 수천 년 간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는 자연과의 기나긴 투쟁에서 사회구성원 모두를 살리기 위한 ‘살림’의 기제였다는 것입니다.
  • hjh1984 [2015-09-04]
  •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나 자크 르고프(Jacques Le Goff) 등 근대 이전의 사회와 문명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수많은 역사학자들에 의해 입증됐듯이, 자연을 인류의 동반자로 여길 수 있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중세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자연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였고, 따라서 그런 자연과의 끊임없는 투쟁은 근대 이전의 사회사(社會史)와 문명사(文明史)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는 이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물론 후기 산업사회인 오늘날에 와서 보다 새로운 삶의 양태를 모색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난 수천 년 간 인류사회를 지탱하며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을 지켜온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를 ‘죽음’이라 낙인찍는 위와 같은 태도는 역사에 대한 무책임한 투정일 뿐입니다. 나아가 이는 정현경 선생님께서 역사를 얼마나 편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계신지를 보여주는 증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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