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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회]개성화의 여정에 함께 할 여성의 지혜와 용기
    2013-04-30 02:14:55
  • 1) 싱그럽고 기운찬 할머니로 가는 길, 삶의 주기와 여성정체성의 통합

     

    여자의 인생은 처녀-어머니-할머니로 된 삼위일체 여신으로 비유된다. Bolen은 단계를 ‘젊은 여성-성숙한 여성-지혜로운 여성’으로 부르기도 한다. 제2단계 어머니(성숙한 여성)는 아이를 낳아본 경험뿐만 아니라 헌신하고 자양분을 공급하면서 성숙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처녀단계에서 여성은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자율적인 생활을 한다. 현대 여성들은 출산을 조절하고 원하는 삶을 살며 처녀단계를 연장한다. 결혼 후 아이를 출산하였어도 어머니로서 책임을 전담하지 않거나 심리적으로 성숙하지 않았다면 처녀단계일수 있다.

     

    Kamae Miller는 여성의 주기에 “여왕”의 단계를 추가하며 그녀들은 아름다움, 동정심, 지혜를 갖는다고 한다. 나이 40~65세 사이의 여성은 처녀, 어머니, 할머니의 원형과 동일시하기보다는 자기에 대해 보다 긍정적이고 확신적인 여왕의 원형과 동일시할 수 있다.

     

    참가자F는 자기가 단지 바라기만하는 처녀단계를 지나 삶의 혜안을 가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어머니단계라고 생각한다. 육체적, 관계적으로 어머니가 된다고 갑자기 어머니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출산함과 동시에 모성으로의 여성성을 긍정하고 이상적 어머니상을 체현한 어머니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압박이다. 참가자Q는 아이 엄마지만 심리적으로 처녀단계라고 느낀다. 이제 조금씩 책임감을 느끼며 어머니 단계로 진입하며 성숙해지는 것 같다. 아이를 낳아 키운지 20년이 된 참가자P는 요즘에야 어머니 단계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어머니 단계를 넘어 권위 있고 자애롭고 경험 많은 품이 넓은 여왕이 되고 싶다.

     

    단지 바라기만 하는 처녀 단계는 지났고, 삶에 대한 혜안을 가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어머니단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나 하나 감당하기도 힘들었던 시기를 거쳐, 이제야 비로소 내 몸 가누고 겨우 주변 사람들 돌아보기 시작한 정도이다... 예전엔 나의 미래를 생각하며,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막연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프로디테와 헤스티아의 장점을 살려 내 삶을 보듬으며 그 속을 알차게 꾸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참가자F).

     

    아직 심리적으로 처녀 단계에 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이제 어머니 세계로 진입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다른 무게감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이제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어머니 원형을 많이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싶어졌죠... 내 안에 모성이 없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기까지 했었으니까... 암튼, 성숙된 어머니의 단계로 진입, 내 안의 모성을 깨우기 시작한 것 같아요(참가자Q).

     

    아이를 낳아 키운 지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요즘에야 내가 어머니임을 자각하며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내가 집중하던 다른 일에 몰두하느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지냈거든요... 종국에 제가 살고자 하는 삶은 어머니보다는 여왕의 삶이예요. 권위도 있고 부족함이 없어 보이고 자애롭고 경험 많은 그러면서 누구든 돌봐줄 수 있는 넓은 품이 있는(참가자P).

     

    남편으로부터 아이로부터 독립하고 경제적으로 연연하지 않는 시기인 여왕의 시기에 접어든 참가자C는 이 시기를 잔잔하면서 살짝 외롭다고 표현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수 있을 것 같다.

     

    참가자J는 처녀와 어머니 단계를 고요히 되돌아보며, 지나온 시기에 활성화된 원형과 과업을 통합하여 에너지를 내면으로 향한다. Bolen이 표현한 ‘싱그럽고 기운찬 할머니’처럼 혼자 걷는 산행에서 싱그러운 봄의 기운을 얻고, 나를 위해 잘 챙겨먹는 식탁도 마련한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의미를 추구하며 내면의 활성화된 원형에 귀 기울이며 자기와 만난다. 


    여왕의 시기에 한 발을 들여놓았지요. 제 인생에 지금처럼 조용한 날이 또 있었을까 싶네요. 마음이 잔잔한 호수 같아요. 너무 잔잔해서 살짝 외롭기는 하지만. 정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모로부터 이미 독립, 남편으로부터도 이미 독립, 아이로부터도 독립, 경제적으로도 뭐 별로 연연해하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한 가지 바라는 건, 제 주변에 다양한 친구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었으면 좋겠다(참가자C).

     

    처녀단계나 어머니단계에서 내가 몰입하고 활동했던 것들을 고요히 되돌아보는 시간도 지니게 되고 마음을 요동하게 했던 잡다한 것들도 내면으로 향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지닌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무엇이 나에게 소중한 것인지 등을 많이 생각한다. 보여 지는 삶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면 이제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다. 요즘은 주로 혼자 걷는 산행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나를 위해 잘 챙겨먹는 식탁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가족들, 특히 딸과의 소통에서 느끼는 쓸쓸함을 극복하기 위해 집착을 줄이려고도 애쓴다(참가자J).

     

                                                              ▲드라마<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포스터

     

    2) 두려움의 순간, 도망칠 수 없는 그 자리에서 만나는 자기(Self)

     

    참가자M은 집단상담 과정동안 인생의 큰 도약을 한 것 같다고 말한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경험을 얘기하게 되고, 자기실현과 관련된 심리학 서적을 읽고 꿈을 기억하고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신호를 알아차리려고 노력한다. M은 개성화 여정을 기도문처럼 표현한다. “오늘도 내 안의 울림으로 잠이 깹니다. 나는 내 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음을 어린 시절부터 느끼고 있었나 봅니다... 나를 깨우려 어린시절부터 화상, 가난, 부모에게 거부당함, 상실감... 깨달음이란 공짜가 없나 봅니다. 오로지 철저하게 혼자일 때,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힘들 때 보상처럼 하나씩 보따리를 풀어 주니까요...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저는 제 인생에 새로운 도약을 맞이한 듯합니다. 그 새로움의 도약은 그전처럼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실패해도 실패가 아닐 것 같아 지금 저는 편안합니다. 내 안에 지금처럼 이렇게 고요함이 있었나 싶습니다...”.

     

    충만된 마음 한 켠에는 그만큼의 무게로 두려움이 있다. “무엇을 내가 보려고 할까. 어떤 본질을 보고 싶길래 여기에 이렇게 매료되고 있는가. 좀 두려운 마음이 들었고요... 죽음과도 같은 고통 이런 게 써 있으니까 그게 두려워... 다 내려놔야 정말 그 진정한 본질을 볼 수 있을까? 진정한 본질을 보고 나서는 무엇이 나에게 있는 거지?”

     

    도망칠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한 시련이 유난히 많았던 그녀의 삶에 찾아오곤 했던 고통은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한 토양이자 은총이었다. 두려움의 그 순간, 도망칠 수 없는 그 자리에서 그녀의 자기(Self)가 등장할 것이다.

     

    참가자E는 프시케신화를 통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를 알 수 있었다. 인내를 갖고 꾸준히 분별하고 참아내는 과정, 조화롭고 안전한 방식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 자아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조심스럽게 아니무스의 도움을 받으며 해결해 나가는 과정, 나의 욕망, 무의식을 위해서 나에게만 몰입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자신의 삶으로 이해해본다.

     

    개성화의 과정에서 나를 돌아본다면, 결혼 초기가 인내를 갖고 힘듦을 참아내면서 원인과 상황을 분별하는 힘을 키우게 된 것 같아요. 홀시어머니와의 갈등, 남편에 대한 실망, 육아의 책임, 조직에서의 갈등이 있어도 이를 인내하고 해결해 가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조금씩 조화롭고 안전한 방식으로 나아가게 되었어요. 내 스스로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지금인 듯해요. 이 과정은 사회, 조직, 가정에서 혼자 두드러져서 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조화를 통해서 함께 이뤄나가야 함을 배우게 되었어요. 지금 나는 ‘죽음의 강물’ 단계로 깨지기 쉬운 크리스탈의 내 자신을 잘 살피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적당량의 삶의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탐색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참가자E).

     

    참가자B는 프시케의 긴 여정에서 자신의 욕망을 최우선에 두어야 했던 것처럼, 나도 이제 착한 딸, 좋은 엄마, 현명한 아내, 괜찮은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으려는 것에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려고 한다. 내 안에서 목소리가 괜찮다며 그 길을 가라고 한다.

     

    프시케가 지하세계에서 페르세포네의 상자를 받아올 때 동정을 삼갈 것을 경고하는데, 이 여정에서 가장 우선에 놓아야 할 것은 주위 사람에게 대한 친절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욕망이기 때문이라고... 이건 착한 딸, 좋은 엄마, 현명한 아내 또는 괜찮은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려는 욕구에서 벗어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찾는 자아실현의 과제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프시케가 새로운 여신으로 태어나려면 종래의 것으로부터 단절과 아니무스와 접촉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건 제가 문제라고 여기는 분노, 권력에 대한 두려움 등에서 벗어나는 것과 제 아니무스인 독립성과 지성을 갖추는 과제와 연결되네요.

    실패하는 것도, 망가진 모습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었어요. 그런데 집단 상담하면서 이상한 제 모습을 드러내도 좋아해주고 다음 모임에서도 반갑게 맞아주는 경험을 해서인지 괜찮다, 괜찮다 하는 목소리가 제 안에서 들려요... 내가 과연 재능이 있을까 하며 주저하던 길에 한 발 내디딜 수 있는 용기와 힘도 생겼어요.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시작할 자신이 없고 에너지도 잘 생기지 않았어요... 결과가 어찌되든 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참가자B).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만나기 어려웠던 참가자K는 아프로디테가 프시케에게 과제를 주었듯이 “나에게 과제를 준다면 아마도 내 속의 말라비틀어진 감정의 우물을 파고 파고 또 파서 그 물로 운하를 만들고 홍수를 일으키라는 미션을 줄 것 같다. 내 페르소나를 벗고 가끔 낯 뜨거울 정도로 흥건히 감정에 젖어야겠다. 그 이상의 과제도 분명히 있을 텐데 우선 이 과제부터”라며 감정의 우물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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