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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회]그림자와의 만남, 화해 1
    2013-03-19 02:43:04
  • 1) 내가 이유 없이 미워한 여인들을 닮은 엄마

     

    참가자들이 닮고 싶지 않고 부정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 아빠에게 무던히 양보하고 폭력을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엄마, 천상 꾸밀 줄 모르고 생활력만 강해서 아빠를 새엄마에게 빼앗기고 버림받은 엄마, 초라하고 풀어져 보이고 정숙하지 못해서 다른 남자의 시선을 끌었던 엄마, 밖에서 일하느라 따뜻하게 챙겨주지 않았던 엄마, 배우지 못하고 가난해서 억척스럽게 일을 하면서 화풀이를 아이들에게 해대는 엄마, 그리고 아빠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엄마, 엄마, 엄마들. 이 엄마들은 가부장제 자본주의에서 낮은 계층과 계급을 형성하면서 살아온 여성들의 모습이다.

     

    참가자F는 엄마와 같은 여성을 볼 때 구렁텅이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고 신경이 예민해진다고 보고한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부정적인 어머니 콤플렉스를 가진 여성에게 엄마 같은 여성은 환멸의 대상이다. 이 경우 다른 여성들에게서 어머니 같은 모습을 발견할 때 관계는 열리지 않는다.

     

    엄마는 아빠에게 무던히도 양보하고 희생하며 살았다.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아빠에게 맞는 모습을 몇 차례 보았다... 나는 아버지의 폭력적 성향도 엄마의 희생도,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볼 때, 구렁텅이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고 답답한 마음에 화가 난다. 그리고 내 자신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신경이 예민해지며 노골적인 행동을 보일 때가 있다(참가자F).

     

    딸들은 엄마의 실현되지 못한 자아상을 감지하고, 무의식중에 이를 실현하고자 무던히도 애를 쓴다. 그러나 내가 싫어하는, 결코 있을 수 없는, 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성격이 엄마와 닮았다니, 신경이 예민해지고 받아들이기 힘들다. 내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실현되지 못하고 그녀와 닮아버린 것이다.

     

    참가자A는 여우같은 여자들을 볼 때 엄마가 버림받듯 자신도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곰 같던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는데, 곰 같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버거웠던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참가자C는 그림자 작업을 하면서 며칠간 머리가 아팠다. 엄마의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순간 나도 엄마의 불행한 팔자를 닮게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단 한 번도 엄마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린다. 

     

    집단 상담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엄마가 떠올랐다. 울 엄마. 천상 꾸밀지도 모르고, 애교도 없고, 그냥 직선전인 모습... 아빠는 말했다. 여자가 저러면 같이 못산다. 아빠는 여우같은 새 엄마와 살았다. 난 그 애를 보면 상반되는 엄마 모습이 떠오른다. 또 새엄마가 떠오른다. 저런 애 때문에 엄마가 버림받고, 우리까지 버림받았다는 그런 느낌 때문에 아마도 난 그 애를 싫어했던 것 같다... 난 곰 같은 난 울 엄마를 좀 많이 닮은 듯하다. 그 모습이 싫었는데... 내가 내 모습을 그대로 인지 못하고 삶을 살아가는 게 좀 버거울 때가 있다(참가자A).

     

    엄마는 내가 이유 없이 미워한 다섯 명의 여인들과 닮았다... 며칠 머리가 아프게 생각했다. 엄마의 그림자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나마저 엄마의 불행한 팔자를 닮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렵다(참가자C).

     

    제 그림자가 엄마처럼 생활력 강하고, 외유내강의 강한 여자였고, 정숙하지 못했었다는 게 제 눈에 예뻤다면 이렇듯 꽁꽁 감춰놓고 살진 않았을 텐데 말예요. 제 눈에 안 예뻐 보이더라구요. 엄마의 모습은 내내 감추고 싶은 모습이에요. 그리고 성인이 되어 만난 제 그림자들의 모습도 초라하고, 지저분해 보이고, 풀어져 보이는 모습들이라 영 제 맘에 들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그랬듯이 단 한 번도 그 여인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참가자C).

     

    ▲출처:http://sinbustory.com/816
     

    참가자M은 엄마를 독자적인 인격체로 만나려고 노력한다. 엄마는 진정 위로받거나 사랑받아 본적이 없는 여성이었다. 잘 알 것 같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던 두 사람이 서로를 여성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관계로 나아가는 것, 그 길은 쉽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다. M은 우선 엄마를 용서하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엄마를 닮은 모습이 있음에도 나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엄마의 상이 투사된 무수한 그림자에게서 엄마를 떼어낸다. 참가자F는 집단상담이 끝난 후 엄마를 만나러 갔다. 나를 이해하게 되자 부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그녀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 가슴시린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내 그림자를 보고 쓰다듬어 준다.   

     

    나의 어린시절에는 엄마가 나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 했나 봅니다. 엄마가 통제력을 잃기라도 하면 방어력 없는 우리는 엄마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오늘 저는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엄마, 넘 힘들었겠다.'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힘이 되어 주지 못했고,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진정한 위로를 해 주는 이 없었고, 어느 누구도 온전히 그녀를 사랑해 주지 않았겠지요. 오늘 그녀를 용서해 주고 싶습니다. 나를 낳아준 엄마여서가 아니라, 자신도 역시 사랑 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했던 방어력 없는 희생양이였을 테니까(참가자M).

     

    나를 이해하게 되자 어머니, 아버지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힘없는 개인으로서 나와 같은 상처를 지닌 인간으로서 그분들의 인생을 돌아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어머니를 찾아갔고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동시대의 뼈아픈 역사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많은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가늠하게 된다. 그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고단하고 힘들었을 삶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시리다(참가자F).

     

    참가자E의 일하러 나가는 엄마는 따뜻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자식들의 어머니라는 역할 이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산다. 엄마가 만족할만한 직업을 가지고 그것이 딸에게 자긍심을 줄 수 있다면 딸은 남성에게 덜 종속되고 여성으로서 더 강한 자의식을 가질 수 있다. 가슴 한 켠이 휑하게 비어버린 엄마의 표상과 어머니가 실현하지 못한 긍정적인 여성리더의 상을 겹쳐서 투사하면서 딸들은 버겁지만 한걸음씩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 

     

    성장할 때 늘 일하는 엄마는 따뜻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냉정하거나 일 중심으로 사고하는 여성리더의 모습이 나의 그림자임을 내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그런 모습이 내 안에 있거든요(참가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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