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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회]젠더와 힘에 대한 이해2
    2013-03-05 03:23:53
  • 3) 권력감과 무력감은 그림자 관계, 마치 둘이 시소게임을 하듯

     

    여성들은 남성에 비하여 간접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사랑, 애정, 동의 등의 개인적 관계에 의존하는 권력을 사용하며, 무기력을 힘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참가자C는 아이와의 관계에도 권력관계가 있다는 것이 서글프면서도 자신의 권력행사 방식을 반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참가자H는 “아이들에게, 또 나보다 나에게 더 애정이 많은 남편에게,,.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은근한 권력행사를 하고 살았다는 것을 보았어요”라며 공적인 권력은 사용하지 못하는 반면 사랑과 애정의 영역에서 사적인 권력을 사용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연금술도 아이와 남편 관계에서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인간관계에서 간접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자신의 방식을 알게 된다.

     

    나도 내가 꽤 많은 권력을 이미 갖고 있고, 어떤 식으로든 행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마치 남에게 얻어 입은 헌옷이 알고 보니 명품 빈티지였다는 걸 알고 났을 때의 놀라움, 어색함, 그런 기분이었답니다... 아이와의 사랑에도 권력관계가 있다는 건 좀 서글펐어요. 내가 아이가 아직 어릴 때 본의 아니게 어떤 권력을 행사 했었나 반성 하게 되었지요(참가자C).

     

    부모라는 막강한 권력,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고... 인간관계속에서도 내가 내 느낌에 상처받았다고 느끼면 마음의 문을 닫고 철저하게 거부하는 방식으로 문제해결에 대한 노력은 안하는 등의 태도가 바로 관계 속에서 내가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어요(참가자Q).

     

    여성들이 직접적, 구체적, 능력의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집단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권력이 작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아이에게 최대권력자인 엄마는 자기 삶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무력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참가자M은 집단상담을 통해 엄마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버림받을까봐 조바심 나게 했던 절대 권력자인 엄마가 여성으로서 권력이 없어서 약자인 자식들에게 풀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도 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가 기분이 좋으면 우리 모두 기분이 좋아. 그것도 눈치 보면서. 엄마가 기분이 나쁘면 우리 모두 안 좋아. 막 조바심이 나고. 우리엄마는 우리한테 절대적으로 권력이 있던 사람이야. 근데 제가 이 작업을 하면서 엄마를 다른 각도로 보게 되었는데, 사실 엄마가 권력이 없던 사람이었던 거죠... 자식인 우리들한테 풀었던 거죠. 권력이 없다보니까... 내가 권력을 푸는 사람은 나보다 약한 사람... 우리엄마의 잘못된 권력의 남용을 나도 역시 다른 사람들한테 그런 식으로 쓰고 있는 거를 그 전에는 몰랐죠(참가자M).

     

    참가자Q이 이야기하듯이 권력감과 무력감은 그림자 관계다. 여성의 무력감과 방어는 약자에게 권력을 직접적으로 휘두르거나 수동적으로 공격하는 형태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참가자I는 부부간의 경제력, 학벌, 직업 등의 차이가 권력관계로 구축되었던 경험을 말한다. 남편은 권력의 위치에 있을 때는 분노 표출이 잦았지만 권력의 위치가 바뀌자 어깨가 내려갔다. 마치 부부가 권력감과 무력감으로 시소게임을 하는 듯하다.

     

    무력감과 권력감, 그 둘의 관계는 그림자 관계인거 같아요. 실제로는 내가 되게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이니까, 내가 관계 속에서 이렇게 무력하니까 그걸 방어하기 위해서, 누군가 휘두르면 휘둘러질 거 같으니까, 오히려 역으로 더 강한 권력감을 휘두르려고 하는 거 같아요. 그런 내 모습을 솔직하게 인정하게 되면서... 그 전에는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서 나는 권력이라는 거 싫어, 나한테는 없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러면서 그 권력을 제대로 쓰고 싶어진 거죠(참가자Q).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나의 관계에 권력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전 언제나 권력의 약자였던 거 같아요... 남편이 나보다 학벌이 좋다는 점과 시댁에서 경제적인 원조를 많이 받고 있었다는 점이 저를 언제나 권력의 바퀴 아래에 두게 했었던 것이죠... 점점 그 관계는 역전되기 시작했는데... 저는 지속적으로 돈을 벌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남편은 아직 비정규직(기간제 교사)에 머물러 있고... 남편의 위치는 갑에서 을이 되었어요. 결혼 초에 쉽게 분노를 표출하던 남편은 이제 자신의 위치가 처음과는 많이 다르고 저에게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어깨가 많이 내려갔어요. 저희 부부사이의 권력은 외적인 요소가 절대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참가자I).

                                                                               ▲출처:http://umentia.com/21

     

    4) 분노해! 돌봄과 맞섬이 함께 하도록

     

    분노는 자기 경계를 보호하는 자연적인 속성으로 여성에게 학대를 물리칠 힘을 갖게 해준다. 그러나 여성은 느낌을 직접 표현하거나 부정적인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억압되기 때문에 분노를 제대로 표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참가자Q와 같이 가부장적 성격이 강한 가정에서 자란 여자들은 화를 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재 받는다.

     

    늘 화내는 것은 나쁘다고 배워왔잖아... 화를 내는 나의 모습이 늘 후회되고 자괴감에 빠지게 했죠... 여성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모습은 사회에서 기가 센 여성으로 폄하되기도 하는데, 파괴의 여신원형을 보면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주장과 생각, 느낌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자유감을 준 듯 했어요(참가자E).

     

    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눈과 귀를 막고, 보고 느끼는 바를 억누르고, 권위와 갈등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함구해야 함을 배웠었던 거 같아요. 그러니 억압된 내 안에는 이 여신들에 필적할만한 분노가 도사리고 있어요. 그러한 분노가 저는 두려웠어요. 표현하면 안 된다고만 생각했고, 그 방식이 부정적으로만 생각되어졌거든요. 그런데 이 여신들의 신화를 보면서 통쾌함과 희망을 느끼게 되었어요... 나의 억압된 분노를 제대로 표현하고 삶의 에너지로 만들어 내어야겠구나 싶었어요(참가자Q).

     

    참가자G는 어릴 때 성적인 영역을 침범 당했지만 분노할 수 없었다. 아동기에 근친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한 참가자G는 분노하면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고, 분노와 더불어 긍정적인 정서들의 문도 닫았다. 여성이 자기 행위의 주체라는 느낌을 박탈당하는 경험은 분노를 억누르게 하고 뿌리 깊은 무력감을 형성한다. 무력한 여성은 분노를 억압하여 자신에게 향하도록 하고 우울을 불러온다. 분노는 남성적이고 우울은 여성적인 것이 된다. 분노와 저항을 간접적으로 불리하게 표현하는 여성다운 방식을 넘어서서 정당하게 분노하고 부정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학대의 기억으로부터 문을 열고 나오기 위해서 분노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저는 어릴 때 나의 가장 사적이고 존귀한 영역인 성적인 영역을 함부로 침범 당했고 그래서 내 영역이나 경계선을 지키는 법을 잘 배우지 못했습니다... 저에겐 분노 감정이 어릴 때 삭제되어 버려, 내가 분노한다면 나는 죽임 당할 거라 생각했던 듯... 분노가 무엇인지 지금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분노할 만한 일엔 지혜와 함께 분노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저에게 분노는 아주 중요한 화두입니다(참가자G).

     

    참가자F는 인생전반에 분노감이 올라올 때면 수많은 아버지와 싸우는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권력 앞에서 좌절해야만 했던 무력감, 억눌렀던 분노는 모호한 대상들에게 옮겨 다닌다. 참가자B도 아동기 때 남자아이들에게 몸의 경계를 침범 당했던 기억과 표출되지 못한 분노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내 인생 전반에 드리워진 막연한 분노, 내 인생 최초의 분노와 좌절은 아버지의 권력으로 시작되었다. 고집스럽고 독단적이며 권위적인 아버지... 수많은 아버지와 소리 없이 싸우는 듯한 느낌... 갈등을 피하기 위해 감추는 분노는 결국 다른 모습을 하고 찾아온다. 대상이 모호한 분노와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에 대한 좌절감, 그것을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 자긍심이 필요하지만 끝내 만족할 수 없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아버지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안의 상처를 감싸 안는 것으로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이다(참가자F).

     

    남자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끊임없이 장난치고, 내 몸을 함부로 만질 때마다 내 몸 안에 분노가 쌓였던 것 같고, 그 상황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고 인상을 구기는 것만으로 그 상황을 해결하려고 했지요... 그동안 전 누가 나에게 함부로 하거나, 내 몸을 건드리거나, 내 의사를 존중하지 않으면 내가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싶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곤 했어요... 내 안에 있는 분노를 끌어내거나 다스려서 사소한 상황에서도 끊임없는 느꼈던 분노에서 자유로워지는 일이 제게 남은 과제죠(참가자B).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상황을 바꾸기 위한 행동이 필요할 때는 분노의 여신이 등장해야 한다. 변화를 일으키는 분노의 여신인 이집트 여신 세크메트는 머리는 사자고 몸은 여성이다. 암사자는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불같은 분노를 뿜어낸다. 세크메트는 불같은 성격이지만 질병을 막는 힘을 가지고 있는 치유와 평화의 여신이기도 하다. 여성에게 불같이 화를 내어 분노할 수 있는 힘은 건강성을 회복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원천이다. 힌두교의 여신 칼리도 낯설고 기괴하며 무서운 얼굴에 몸은 여성이다. 페르소나가 아니라 본능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칼리는 악마들과 싸워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세상을 구원한다. 여성 내면에는 칼리와 같은 맹렬한 여성전사가 살고 있어서, 꼭 필요할 때 불러내어 전투를 맞기고 다시 안심하고 돌려보낼 수 있다.

     

    참가자N은 대학시절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하대를 당하고는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 힘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참가자H는 분노를 좋은 방향으로 풀려는 무의식이 (학생, 사회)운동을 하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분노의 여신 같은 원형적 에너지는 우리 시대의 악들에 대항하는 힘이기도 하다. 강력한 권위에 맞서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학을 가서 결정적으로 칼리가 확 치밀어 오른 것이, 나이가 어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굉장히 하대를 당하자나요... 그것을 몇 번 겪고 나서는 결심을 단단히 한 거죠. 누구도 날 못 건드리게 하겠다. 정말로 힘을 가져야 하겠다(참가자N).

     

    내가 운동을 하게 된 무의식적인 배경에는 내 분노를 좋은 방향으로 풀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 운동은 사회의 불합리하고 잘못된 모습에 대해 강력하게 분노를 표출해도 그것이 허용 되서 잘못된 행동으로 인식되기보다 용기 있고, 사회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이타성이 있어서 타인에게 비난받지 않아도 되니까... 화를 내고 분노를 표출하면 안 된다는 통념을 깨고 더 많이 분노해야하는 상황들과 만나고 그에 대항하는 힘으로, 어쨌든, 화를 내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머리를 내려놓고 가슴으로 만나...돌봄도 하고 맞섬도 함께 해. 세크메트와 칼리여신을 내 안에서 살게 해줘...(참가자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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