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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회]여신원형, 젠더, 섹슈얼리티를 통한 자기 이해2
    2013-02-19 03:52:03
  • 4) 성적학대에도 손상 받지 않는 본연의 아름다움, 피해자로서의 정체감 벗기 

     

    참가자P에게 첫 성경험은 신성한 사건이 아니라 일방적인 어이없는 수치스러운 기억이다. 참가자G와 같이 어린 소녀에게 가해진 성적 학대는 그녀의 영혼을 퇴행시키고 고립 속에서 살게 한다. 성폭력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성적행위가 이루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피해자는 자기가 무기력하고 취약하여 희생당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개인의 권리가 타인의 힘이나 협박에 의해 박탈당하면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어릴 적 나는 꽤 여러 번 다양한 경로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웃집 삼촌, 이웃집 오빠, 이웃집 친척, 숙모의 남동생, 사촌동생, 사촌오빠, 교회오빠... 심지어 첫 성관계도 당시 연애중인 사람이긴 했으나 합의나 동의 없이 어이없게 이루어졌다. 그런데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나는 누군가에게 사실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그들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냥 행동했다. 그러면서 내안의 나와 합의한 것은 '그들이 내게 그러는 이유는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내게 치명적인 성적 매력이 있어서이다'였다... 그림작업을 하면서는 내 경험 중 가장 뚜렷하게 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온 첫 기억을 생각하여 표현하였고, 그런 과정을 통해 조금은 홀가분해지는 기분도 느꼈다. 왜냐하면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내 입 밖으로 꺼내어 터놓고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참가자P).

     

    아마테라스 여신이 동생에게 강간당하고 동굴 속에 숨어있다 나와서 거울을 보니 그런 행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찬란한 광휘(본성)는 외상에 의해 하나도 손상당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는 문장을 볼 땐 왠지 마음이 뭉클하더라구요. 저에게도 그런 광휘가 있길 빌며 그림을 그릴 때 주황색으로 빛을 넣었습니다. 소녀와 여성이 학대당하게 되면 그녀의 영혼은 퇴행하고 고립 속에서 살게 된다는 코레 여신 설명에는 엄청 공감했습니다. 내가 그랬으니까요. 이난나는... 뭐라 말할 수 없이 눈부신 여신입니다. 언젠간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을까요?(참가자G).
                                                                                  

                                                                                           ▲출처:7iber.com

     

    참가자들은 코레와 페르세포네 신화에서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기억해냈다. 현실의 여성은 아버지 제우스의 남동생인 하데스에게 납치된 페르세포네처럼 근친상간의 피해자가 되어 우울증에서 빠질 수도 있고, 석류를 먹듯 경험을 소화해내어 희생자의 굴레를 벗어난 생존자가 될 수도 있다. 집단을 통해 피해경험을 이해받고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자신감과 역량강화에 도움이 된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과 함께 더 많은 지지를 받게 될 때, 고통 속에서도 무력한 객체로 남아있기 보다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 기운을 차리고 경험을 통합하게 된다. 

    아마테라스 여신이 남동생에 의해서 겁탈당하고 동굴 속으로 숨어버렸을 때, 주변의 여러 신들이 축제를 열고 동굴 앞에 '거울'을 갖다 놓는 행위는 여성들의 지지집단에 대한 은유이다. 참가자G는 아마테라스처럼 강간당하고도 찬란한 광휘가 손상당하지 않기를 빌며, 자신의 몸 그림에 주황색 빛을 그려 넣었다. 그 몸이 외상에 의해 손상되지 않고 여전히 광휘를 내뿜는다는 것을 집단에 함께 하는 여성들 하나하나가 거울이 되어 비추어준다.

    한 번도 꺼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꺼내놓고, 희생자에서 벗어나 삶의 무게를 감당하려는 의지를 나누며, 집단원들은 함께 페르세포네의 석류를 나누어 먹는 의식을 치룬 것이다.

     

    깜짝 놀랐던 것은 유년시절 아는 오빠로부터 몇 번의 성추행을 당했는데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페르세포네의 신화를 접하면서 나의 바닥의 그림자를 만난 것 같아 섬뜩하기도 했다... 결국 내 삶을 힘들게 했던 ‘희생자’라는 나의 깊은 굴레는 2년 전부터 성찰하고 자유로워지려 하고 있다(참가자E).

     

    불행한 어린시절과 학대, 알콜중독인 아버지 등 역기능적인 가족 관계 때문에 우울증에 반복해서 걸렸으며 괴물 같은 가족들의 희생자라고 느끼며 살아간 적도 많다. 쇼핑중독이나 각종 중독에도 빠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상담이나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 그 경험을 조금씩 소화해내 석류를 먹은 페르세포네처럼 기운을 차리고 경험을 통합해 더 강해지고 현명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참가자G).

     

    5) 이분법적 성역할을 초월하여 여성임을 긍정하기

     

    참가자K는 혼자서 내 안의 여성성을 들여다 보려고 하면 외로움, 두려움,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보여서 얼른 뚜껑을 닫아버리고 싶다. 고정된 자기라고 생각하는 정체성에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에겐 전통적인 성역할에 매이지 않고 자신을 발현할 심리적 자유가 있다. 자유로운 발현이 가능하려면 이분법적으로 규정된 정체성이론과 고정관념에 쉽게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개인적 속성을 성별집단의 특성으로 제한시키는 것을 넘어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참가자K가 말하듯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성들과 함께 솔직하고 진솔하게 마음을 나누는 것은 소중한 체험이다. 여성으로 구성된 그룹에서 자기에 대해서 끊임없이 숙고하고 고정화된 정체성에 대항하기 위해서 서로 반영하고 함께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그룹을 통한 성역할 정체감의 탐색은 고정된 성역할에서 해방되고, 여성으로서의 몸과 심리적 경험을 긍정하면서 성역할을 초월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내 안의 여성성을 들여다 본다고 했을 때 사랑이나 평화, 소통, 행복 그런 감정보다는 외로움, 두려움,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보이고 그래서 얼른 그 뚜껑을 닫아버리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의 나약함조차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한다는 것을 안다... 내 여성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첫걸음은 그래서 솔직함, 진솔함, 사심 없는 마음 나누기에서 시작하고자 한다(참가자K).

     

                                                                                      ▲출처:rakins.com

     

    참가자E는 자기의 결핍이 여성성을 억압함으로 인해 자기를 부인하는데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자기의 체험이며 중요한 관계맺음인 출산, 육아, 돌봄, 미의 추구, 정서의 교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한다. 밀러는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유대관계, 양육, 배려, 사랑의 관계가 인류의 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세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남성적 가치가 숭배되어 이미 과도하게 계발된 것들과 소홀하게 취급되었던 부드럽고 관계적인 능력이 통합되어야 한다. 가치절하되고 억압된 여성성을 재규정하는 것은 개인, 조직, 사회의 이익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성성을 열등함으로 인식했던 것 같아요... 집단에 참여하면서 나의 결핍이 어디에서 오는지 탐색하게 되었죠. 그건 내 안의 여성성을 인정하지 않고 억제하면서 살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며느리, 아내, 엄마, 직장인 등등의 역할갈등에서 오는 많은 문제를 숙제로 살아가고 있죠... 제가 남성성, 여성성의 구분에 대한 인식이 바뀐 부분이 있다면 여성으로서 갖는 출산, 육아, 돌봄, 미의 추구, 관계와 정서의 교감 등의 영역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부분을 나 역시 인정하고 수용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어요(참가자E).

     

    참가자P는 내가 닮고자 하는 미지의 남성이미지 때문에 힘들게 살았다는 것을 떠올리며 이제 욕망에 충실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남성과 동일시되기 위해 허덕이며 살던 삶에 종지부를 찍기로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스스로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신뢰하고 자기의 시각으로 여성성을 재해석하며 여성으로서 자기에게 가치를 부여한다.

    참가자Q는 여성성, 남성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 짓지 않고 내안의 것을 더 많이 꺼내서 활성화시키고 싶다. 참가자I는 남성적 가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여성성을 긍정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일단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으로 바뀌었어요. 나의 장점을 더 부각시키고 나의 욕망에 조금 더 충실하기 위한 옷차림과 장신구로 나를 꾸미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게 되었죠. 또한 연약한 이미지의 여성성을 부정하고 남성과 동일시하려 애쓰며 사느라 씩씩하고 힘세고 궂은일도 흔쾌히 하며 허덕대는 삶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어요... 내가 닮고자 했던 미지의 남성 이미지 때문에 지나치게 힘들게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참가자P).

     

    여성성, 남성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지어서 여성성이라는 것에 대해 낮은 가치를 매긴 사회적 기준에 편승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신 원형 안에 사냥과 같은 이런 특성이 다 있잖아요. ‘이건 그냥 남성성이 아니라 여성이 가질 수 있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런 나의 성향과 특성들을 억압시키지 않아야겠다 그런 생각도 들고, 오히려 더 많이 꺼내서 활성화 시켜야겠다, 이런 생각도 들구요(참가자Q).

     

    남성적이고자 하는 가면을 쓰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가면이 아니라 여성성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긍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아닌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기분이 아니라 여성적이라는 것이 내 안에서 긍정되어 밖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성역할과 연관시켜 보자면 그동안 막연하게 성역할로 주어진 여성스러움을 거부해왔다면 이제는 성역할이라는 것에 무조건적인 거부감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측면을 발견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참가자I).

     

    참가자M은 살림만 하는 여자는 무능력하고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여성을 보면 모멸감을 느꼈던 여성혐오에서 벗어나 이제 경제적 활동과 연결하지 않고도 즐기고 자기를 위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성적 리더쉽이 있다고 칭찬을 받던 참가자C는 좋은 건 남성적, 나쁜 건 여성적이라고 비하했던 것을 넘어서서, 이제 굳이 나누지 않고 사람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여성적 약점으로 인식되던 것들을 자기발달의 에너지로 바꾸는 작업들이 시작된 것이다.

     

    살림만 하는 여성은 나에겐 곧 무능력이었으며, 비생산적이었고, 특히 할일 없이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수다 떠는 그들을 보면 내가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 시간이 아까워 목욕탕도 못 갔던 내가... 요사이 나는 요리하고 집안을 청소하며 목욕탕에서 아줌마들과 수다를 떨고 화분을 잘 키우며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아주고 싶다... 경제적 활동과 연결되지 않더라도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 공부도 할 수 있을 것 같고(참가자M).

     

    주변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남성적 리더십을 가졌다라고 했었어요... 물론 그들의 말은 칭찬이었어요. 통 크고, 쿨하고, 뒤 끝없고,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추진력 있는 게 꼭 남성의 성향만은 아니잖아요. 여자에게도 있는 성향인데, 주변에 남성 리더가 많다보니 남성적이라고 갖다 붙인 거지요. 그렇다면 여자들의 리더십은, 잘 품어주고, 잘 들어주고, 주위를 살피고, 차분하다, 따뜻하다 뭐 그런 걸까요? 글쎄 그건 남자 리더들에게도 있는 거 아닐까요? 아직은 소수인 여성 리더에 대한 편견이 많다보니, 좋은 건 다 남성적이라고 하고, 나쁜 건 다 여성적이라고 비하했던 것 같아요... 성 역할에 대한 제 인식의 변화는 이런 거 같아요. 굳이 나누지 않아도 좋다는... 구분에 대한 인식이 변한 거지요. 사람! 그저 그런 성향의 사람이 있는거다라고 받아들이려구요(참가자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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