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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회]여신원형, 젠더, 섹슈얼리티를 통한 자기 이해1
    2013-01-29 03:23:41
  • 1) 여성이라는 이유로 열등하게 될까봐 아테나의 갑옷 입기

     

    참가자F는 참으로 여자로 보이는 것이 싫었다. 여성성이란 자신을 나약한 사회적 약자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춘기 시절엔 큰 가슴이 조심스러웠고 달거리와 여성적으로 보이는 몸이 부담스러웠다. 젠더화된 여성성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몸은 약점이고 숨기고 싶은 것이 된다. 사회적으로 여권신장을 주창하고 평등을 이상화하지만, 삶의 곳곳에서 여성은 비하된다. 여성이 비하되는 현실에서 여성성에 대한 증오를 내면화하는 것이 생존을 위해서는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열등한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은 여성들은 여성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억압하거나 회피한다.

     

    나는 참으로 여자로 보이는 것이 싫었다. 내 안의 여성은 나를 나약하고 사회적 약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 혹은 여자는 귀여워해주고 잘해주기만 하면 만족해한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지 않아 더 거부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성으로서의 내 몸을 부담스러워 했던 것 같다. 사춘기 시절엔 친구들보다 큰 가슴이 부끄러워 뛸 때마다 조심스러웠고, 대학에 가서도 행동에 제약을 주는 달거리와 나를 여성으로 보게 하는 가슴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렸을 땐 내 몸이 단지 물리적으로 불편한 것이었으나 세상을 막 알아가던 시절에 내 몸은 약점을 숨기듯 그렇게 감추고 싶은 것이 되었다(참가자F).

     

    남자가 되지 못한 여자라고 생각했던 참가자K는 늘 남성의 영역에 서고 싶었고 “너 여성적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온몸에 힘이 빠졌다. 참가자E는 남자로 태어나지 못해서 “섭섭이”라 불렸다. 남자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것은 선천적인 열등감이 된다. 참가자K와 참가자E처럼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성숙하고 열등한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은 여성은 엄마의 자궁이 아니라 제우스 머리에서 무장한 모습으로 태어난 아테나 여신처럼 여성성을 기억하지 않고 갑옷과 방패를 몸처럼 입게 된다. 겉으로 강하고 자신감 있고 유능한 여성들은 선천적으로 손상되고 열등한 것을 보상하기 위해 고단한 노력을 하게 된다.

     

                                                                 ▲아테네 시의 수호여신 아테나(출처:kusadasi.tv)

     

    나 같은 경우엔 덩치도 작고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너 여성적이야… 그러면 기분이 좀 나쁘고 힘이 쫙 빠지고, 그래서 일부러 힘센 거 보여주고... 내가 그렇게 얼마나 남성적이고 강하고, 그렇게 했던 거 같은데. 나는 그러니까 남자가 되지 못한 여자라는 결핍감을 늘 갖고 살았던 셈이고... 내가 서고 싶은 위치는 늘 남성의 영역에 있었다(참가자K).

     

    태어날 때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섭섭하다하여 ‘섭섭이’라 한동안 불렸고, 아들이라는 동생은 가족, 친지들 사이에서 나보다 더 인정을 받고 귀한 존재였어요... 여신원형 집단상담에 참여하면서 고질적인 문제의 뿌리를 알게 된 느낌이에요... 나는 왜 남성들과 대화가 더 편한지, 추진력과 구체적인 지혜는 있는 반면 왜 친밀한 관계가 부족한지 아테나여신의 원형을 통해 알게 되었죠. 제우스 머리에서 무장한 모습으로 태어난 아테나 여신은 꼭 나의 모습을 압축해 놓은 듯해서 서글프면서 인정하게 되었어요(참가자E).

     

                                                                             ▲아테나의 탄생(출처:paleothea.com)

     

    “어디 여자가, 분답다, 설친다”라고 말하는 아버지, 사회제도로서 가족 구성원의 역할에 충실한 엄마와 아빠는 ‘여자답지 못하다’는 말로 참가자Q에게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여자아이를 강요한다. 여성적인 것, 남성적인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메시지는 개인의 성향이 발현되는 시기에 “아 여자는 이래서는 안되나 보다”라고 생각하도록 정체감에 영향을 준다.

    아빠한테 진짜 많이 들었던 얘기가 어디 여자가, 분답다, 설친다 같은 말을 많이 들었어요. 엄마한테는 조신해라, 얌전해라 그런 말을 많이 들었던 거 같구요. 따지고 보면, 여기 여신들 중 달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 원형이 딱 그런 거잖아요... 제 안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 성향은 그냥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그런 것인데 말이죠. 하지만 자라면서 받는 사회적인 피드백이 여성성과 남성성의 이분법적 분리에 근거해서 그런 저의 성향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피드백을 받다보니까, ‘아, 여자는 이래서는 안 되나 보다’(참가자Q). 

     

                                                                            ▲달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

    2) 성적 욕망을 긍정하고 수면제를 먹여 재운 아프로디테를 깨우기 


    여성들은 섹슈얼리티를 발현하고 싶은 욕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섹슈얼리티는 여성의 힘과 관련한 중요한 주제이지만 여성이 성적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참가자J가 이야기 하듯이 성에 대해서는 내숭을 떨거나 은밀해야 세상살이가 편하다.

    현대사회는 남녀 모두를 성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이 함께 성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성에 대한 의식도 변화하였다. 그러나 성을 즐기는 여성은 ‘나쁜 여자’라는 분류도 여전하다. 참가자I가 말하는 것처럼 여성들이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욕망과 열정을 실현하고 사는 것에는 ‘나쁜 여자’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사실 전에는 여성들과 성에 대한 솔직한 자기고백이 공유되는 만남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성은 은밀해야 하거나 내숭을 떠는 것이 훨씬 세상살이에 편했기 때문이다(참가자J).

    지금 내가 가장 계발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아프로디테 원형이에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감수성을 깨울 수 있는 아프로디테가 되고 싶어요... 내 맘대로 내 멋대로 나쁜 여자로 살고 싶은데. 이렇게 살려면 큰 용기가 필요한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기존의 질서를 거스르며 살 수 있을지 여전히 내 자신이 의심스러워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 안의 아프로디테가 이제 나와야 한다는 것인 거 같아요(참가자I).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들은 정숙한 여성이면서 남성의 성적 도구여야 하는 이중적 섹슈얼리티를 부여받는다. 참가자B는 아프로디테 여신이 깨어나면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수면제를 먹여 재웠다고 말한다. 여성은 참고 받아들이고 성적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성역할 메시지는 몸의 느낌과 쾌락을 충족하고자 하는 욕망을 잠재운다.

    참가자들에게 가부장제 이전의 신화인 고대 수메르 이난나 여신의 이야기는 여성의 몸과 욕망을 긍정하는 계기로 작용하며, 그리스신화의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과 성적 매력은 남성적 시선의 욕망의 대상을 넘어 자기 충족적이면서 욕망과 쾌락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토대가 된다. 참가자B는 그림 작업을 통해 내 몸 전체가 사랑받고 싶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난나 여신처럼 자유롭고 신나는 관계를 위해 남편과 섹스에 대한 소통을 시작하였다. 다른 사람을 위한 성적욕구와 실천이 아니라 나를 위한 욕구를 중심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랑과 아름다움, 섹슈얼리티의 여신 아프로디테

    내 몸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전에 잠깐 명상을 했을 때 자유롭게 흐느적거리는 내 몸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자유로운 몸, 내 몸을 자유롭고 신나게 할 수 있는 포즈인 일자 다리 찢기 자세로 그렸고, 온 몸에 여러 가지 색깔의 하트를 그렸지요. 이건 내 몸 전체가 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것이에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질 부분은 차가운 초록색으로 그리게 되었어요. 이건 남편과의 섹스가 삽입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과 질에서 별로 성감대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해요(참가자B).

     

    아프로디테 원형은 잠자고 있어요. 아니, 수면제를 먹여 잠재웠다는 것이 더 맞을 듯. 남편과는 편안하고 서로 신뢰하는 사이지만 연인의 느낌은 아닌 듯해요. 특히 남편과 섹스 문제로 트러블이 있는데 이 상황에서 아프로디테 원형이 깨어나면 결혼 제도 안에서 문제가 생길 거 같다는 두려움도 있고요(참가자B).

     

    최근에 남편에게 남편의 삽입 위주의 섹스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조금씩 소통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난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거의 접고 있었는데, 자유롭고 신나 보이는 이 여신을 내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참가자B).

     

    자신의 몸을 그렇게 표현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이난나의 당당함과 자유로움이 부럽고 자신을 사랑하는 그 모습을 저는 닮고 싶어요(참가자H).

     

    아프로디테의 성향을 활성화시키는 것에는 약간 두려움이 있긴 했지만, 창조적이고 강렬한 이 원형의 활성화가 제게는 참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성에 대한 억압이 심해서 성이라고 하면 괜한 죄의식을 느꼈고, 그래서 이런 건 드러내면 안 되고, 그런 생각이 강했어요. 근데 이제 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욕망과 열정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그것에 대해 깊이 느껴보고 싶어졌고, 그러다보니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변화를 느끼게 되었죠(참가자Q).

     

                                         ▲이난나와 두무지. 이난나는 자기 가슴을 자랑스레 손으로 받치고 있고  두무지의 성기는
                                   노골적으로 강조돼 있다. 이 둘의 만남을 묘사하고 있는 고대 기록은 전혀 거리낌 없이 성애적이다.

    3) 타인에게 보여 지는 몸에서 내가 환영하고 긍정하는 몸으로

     

    샤워를 하고 거울 앞에 선 자기 몸을 맘에 들어 하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 참가자F는 거울 앞에 비친 그저 평범한 아줌마의 몸이 참 마음에 든다. 자기 몸을 수용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어린 여성으로 남고 싶어서 아줌마를 부정해야 하는 이 사회에서 아줌마의 몸을 환영하는 것은 타자의 시선이 아니라 내 몸을 주체적으로 인식하면서 여성으로 사는 것이다.

     

    내 몸은 그저 평범한 아줌마의 몸이지만 그 몸이 참 맘에 든다. 샤워를 하고 거울을 보는 시간도 많아졌다. 다소 쳐진 가슴도 예뻐 보이고 좀 빼야할 것 같은 똥배도 귀여워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내 몸에 감사하고 정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림에 있는 모습은 요즘의 내 심정이다. 참 미안했고, 아껴주고 싶고 가꿔주고 싶은... 그래서 가능한 여성의 생김새 그대로 예쁘게 색깔도 따뜻하게 표현했다. 난 그냥 나일뿐인데 난 참 내 몸을 많이도 억압했던 것 같다... 20대 한창 예쁠 시기에 소외되었던 내 몸은 아줌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환영받는 나의 몸이 되었다(참가자F).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젊고 아름다워야 매력의 포인트가 되고 권력을 가지게 된다. 나이 들거나 예쁘지 않은 몸은 선택되거나 관심을 끌 수 없는 무력한 자원이 되곤 한다. 여성은 자신의 육체와 동일시되고 육체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근원이 되기도 한다.

    참가자A의 이야기처럼 여성의 몸은 더 꾸며지기를 바라게 되고, 아름다운 몸은 남성을 통해 부와 명예를 대리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그러나 만약 몸이 여성이 갖는 유일한 자원이라면 나이를 먹어 늙고 아름다움을 잃을 때 그 힘은 약화되거나 소멸된다. 몸이 가져다주는 힘은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나가는 자유나 자율권과는 다르다. 몸의 부끄러움, 열등감은 강박증과 신경증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얼굴, 가슴 성기부분에 특히 강조해서 예쁘게 특별하게 그린 것 같은데... 몸 자체 있는 그대로를 인식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보이는 곳에만 집중하고 계발을 해서 그 여성적인 것을 이용해서 힘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을 느끼고, 또 하나 내 자체로 충분히 예쁜데 그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더 무언가 크게 바라는 것 같다... 내 몸보다 무엇에 더 꾸미는 것을 더 바라는 것 같고 또한, 그것들을 이용해서 내가 얻고 싶은 부와 명예를 얻고 싶은 욕망이 많은 듯하다(참가자A).

     

    참가자M은 예쁘지 않아서 여성으로서 갖는 권력이 없었으며 외모적 열세를 보완하기 위해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육체로서의 여성’이라는 매력의 근원을 가지지 못한 여성은 한 인간으로 인정받고 싶은 갈망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저는 항상 제가 못생겼고 그리고 당당하게 연애를 할 수 있다란 생각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아쉽지만. 그래서 어린시절에 내가 결혼하지 못할 거란 생각을 쭉 해왔었어요... 막연하게 여성에게 가장 큰 권력은 외모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외모적으로 열세한 나는 여성으로서 사회에 성공하기 위해선 그들보다 더 능력을 갖추어야 된다(참가자M).

     

    참가자N은 그림 작업을 통해 내 몸에 깃든 긍정적인 느낌이 아이와 연관된 것임을 알게 된다. 아이를 위해 내어놓는 어머니의 몸과 아이의 온전한 포옹은 몸의 느낌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게 하였다. 좋은 것에 대하여 알게 되는 경험은 몸에 느낌이 좋지 않을 때 거절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몸의 느낌에 대한 집중은 파트너와 새로운 몸의 접촉의 충만함도 가능하게 한다.

     

    내 몸에 깃든 느낌을 색깔로 표현하면서 내 몸의 많은 부분이 아이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긍정적인 느낌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가지게 된 것이다... 좋은 느낌이 무엇인지 몸으로 알게 되었고 그렇지 않을 땐 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몸으로 좋은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그것이 얼마나 나 자신을 충만케 하는 지도 깨닫게 되었다. 사랑이 담긴 눈빛, 사랑으로 쓰다듬는 손길, 그리고 온전한 포옹과 그냥 내어놓는 몸의 흥분 등 몸의 느낌은 모두 아이로부터 배운 것이다. 연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몸의 좋은 느낌에 집중하는데 큰 진전이 있었고 이는 관계의 충만함과 이어졌다(참가자N).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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