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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회]잠들어 있던 우리 여신들을 모두 일으켜 세워보았습니다.
    2012-07-31 03:34:26
  • -3차 여신스터디 모임 보고

     

    7월 7일 오후, 세 번째 여신스터디 모임이 있었습니다. 부암동 아트 스튜디오, 스페이스 메이란(Space Meilan)은 계속 우리의 여신 신전이 열리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새로운 분들이 대거 참가해 주셔서 우리 모임의 행보가 더욱 힘차게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충남대 김명주 교수님과 이승례 선생님을 비롯하여, ‘오토바이를 탄 여교수’ 이지훈 교수님, 그리고 타로상담가 이다감 선생님, 서울대 양현아 교수님 등이 새로 참여하셨습니다. 앞으로 더욱 풍성한 여신모임이 예감됩니다.)

     

    여신영성 체험을 중심으로 진행

     

    이번 모임은 여신연구에 관한 학문적인 검토보다는 여신영성 체험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몇 가지 새롭게 시도하고 사람들이 함께 나눈 경험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우리 여신의 신전을 꾸며 보았습니다. 마고, 삼신할미, 계양할미, 바리데기를 비롯하여, 홍산 우허량 여신묘에서 출토된 여신상, 그리고 불교신앙 속에서 이어져온 우리 여신들의 모습, 여의보주를 든 관세음보살, 여성 산신, 할매부처, 미륵할매, 그리고 여전사의 역사 여원치 마애불까지 총 10분의 여신들을 신전에 모셨습니다.

     

    ▲우리 여신들의 신전. 마고, 삼신할미, 계양할미, 바리데기를 비롯하여, 홍산 우허량 여신묘에서 출토된 여신상, 여의보주를 든 관세음보살, 여성 산신, 할매부처, 미륵할매, 그리고 여전사의 역사가 담긴 여원치 마애불까지 총 10분의 여신들.

    전남 화순 운주사에는 누워있는 커다란 두 와불이 일어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하여, 우리도 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잠들어 있던 우리 여신들을 모두 일으켜 세워보았습니다.

    작은 신전은 이들 여신들의 기운으로 꽉찬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셔진 여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 공양물을 올렸습니다.

     

    향, 등불, 꽃, 맑은 물, 쌀, 과일.

    이 여섯 가지를 공양물로 올리는 소위 육법공양은 한국 사찰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의례인데, 그 형태와 의미가 우리의 오래전 신앙문화를 담고 있다고 생각되어 그대로 시도해 보았습니다.

     

     
                                  
                                                            ▲청수 물잔들과 꽃(위). 그 옆에 모셔진 티벳의 타라여신

    청수 물잔과 꽃은 자신이 바치고 싶은 여신 앞에 각자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삶에 지쳐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마고할미, 계양할미의 품에 안기기도 하고, 전사의 투지가 필요한 사람은 여원치불 앞에서 기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건강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은 우리의 생명을 관장하시는 삼신할미께 기원을 보내도 좋을 것입니다.

     

         
    ▲각자 마음에 와닿는 여신에게 공양물을 올리고 절실한 것을 비는 참가자들.
     

    ▲공양이 끝난 후의 제단. 수천년의 긴 잠 끝에 깨어나고 있는 우리 여신님, 할미들.

    연애와 종교가 해방되기 위하여

     

    의례를 마친 우리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2부에서 명상을 통한 여신영성체험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 안에 있는 진짜 생명력의 원형을 발굴해 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것이겠지만,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명상 속에서 사랑과 자비의 기운을 주위의 사람들에게 보내주었습니다. 함께 기뻐함이 행복의 원천임을 우리 가슴의 진동이 알려줍니다.

    하지만 우리의 가슴은 한편으로 미움과 분노, 슬픔과 좌절, 두려움과 한스러움 등으로 막혀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막힌 것을 뚫고 생명의 기운 가득한 창문을 열어 제낄 수 있을 까요?

    우선, 우리가 가진 지혜로는 이들을 외면하거나 이들을 몰아내기 위해 싸우기 보다,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이 현명한 길임을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쉼없는 전쟁 속에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몰론 싸움은 여전히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치고 피폐해진 우리는 어디에 마음을 두고 쉬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내밀한 연약함을 내보이고, 또 그것을 통해서 다시 강한 생명력을 발견하는 계기를 연애와 종교에서 얻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부장 사회에서 이 두 가지는 여성들에게 가장 억압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의 억압성을 폭로하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쳐온 것이 여성해방주의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큰 해방을 얻어야 할 곳에서 가장 강한 억압을 경험하는 그 모순.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특히 여성주의자들이 지금 여신을 부르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우리 안의 생명력을 찾아

    진짜 생명의 원천과 연결될 수 있는 시간: 할미-꽃-숲

     

    우리는 이어서 조금 다른 방식의 명상을 하였습니다. 밖으로 사람들에게 보내던 사랑과 자비의 기운을 이제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신전에 모신 여신들이 나를 빙 둘러싸서 보호해 주는 것을 마음에 그리며 지친 나의 몸과 마음에 생명의 기운을 가득 채웠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써클(circle, 원형으로 손을 잡고 만들어 가는 여성들의 모임)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을 보다 안전하게 내어 보일 수 있는 공간, 원형의 에너지 파장 속에서 진짜 생명의 원천과 연결될 수 있는 시간. 이것이 우리가 써클을 만들어 얻고자 함이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즐겁고 충만했던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저의 머리에는 ‘할미-꽃-숲’이라는 이름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불러 왔던 우리 여신의 이름은 ‘할미’였습니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다 지울 수 없었던 그 여신의 존재는 우리 땅에 수 많은 할미산, 할미성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꽃’은 우리 신화에서 꽃피우기 내기라던가, 꽃밭 가꾸기 미션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영적인 면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숲은 우리가 안전하게 모여들 수 있는 곳이자 생명의 힘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것은 자연이기도 하지만 함께 하는 여성들의 서클 안이기도 할 것입니다. 자신의 경험이 소중하게 들려질 수 있는 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그 경험의 의미가 살아나고 경험이 증폭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할미-꽃-숲으로 여성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매번 새로워지는 이 숲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계속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우리 숲에 들어오시는 것을 환영합니다. 할미를 만나고 꽃을 피우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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