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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회]저승사자 강림 신화 2
    이프 / 2013-09-23 04:27:24
  • 과양생이 처는 김씨 고을 김씨 원님에게, 아침이면 아침 소지(所志-청원이 있을 때 관아에 내던 서면, 소원을 적은 종이) 낮에는 낮 소지 저녁이면 저녁 소지, 하루에 세 번 석 달 열흘 백일 소지를 올렸다. 소지만 아홉 상자 반이 넘어가자 원님도 ‘아니 어떻게 하늘 저승의 염라대왕을 잡아 온단 말이냐!, 도대체 가당하기나 한 일이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진대 밑에서 소지 올리는 모습(출처/한국민속신앙 사전)

     

    과양생이 처는 하루 세 번 석달 열흘 소지를 올려도 도무지 처리를 해주지 않자, 관아 마당 울담에 올라가 외쳤다.

    “우리 같은 백성이 석달 열흘 소지를 올려도 염라대왕을 잡아오지 못하니, 원님 노릇 그만두고 당장 떠나십시오.”

                                                         ▲소지 올리는 모습(출처/ 한국민속신앙 사전. 충북 청양군)

     

    “아니 이게 무슨 소립니까?”

    “아이고 부인, 고을에 과양생이 처란 자가 있는데 한 날 한 시에 삼형젤 낳고, 한 날 한 시에 삼형제가 죽었다잖소. 그러니 염라대왕을 잡아다 주면, 왜 그렇게 한 날 한 시에 죽었는지 따져보겠다며 하루 세 번씩 소지를 올린 지 석 달하고도 열흘이 지나가고 올린 소지가 아홉 상자 하고도 반이 넘고 있소. 그런데 마을 원님인 나로서는 그에 대한 답을 못하고 있으니 딱한 일 아니오.”

     

    “설운 원님아, 이 욕을 들어 어찌 사오리까? 소지 처리나 해 보는 것이 어쩝니까?”

    “이 소지 처리를 어찌 할 수 있겠소?”

    “세상에 도대체 누가, 염라대왕을 잡으러 저승으로 갈 수가 있단 말이요?”

    “설운 원님아, 관아에서 가장 똑똑한 이가 누구입니까?”

    “그야 강림이오. 문 안에도 아홉, 성문 밖에도 아홉, 열여덟 여자를 거느리고 산다고 하오.”

     

    “그러거든 내일 아침부터 통지를 돌려 동헌 마당의 개폐문을 열고, 칠일 이레까지만 열 관장들을 입참시켜 보십시오. 어느 관장 하나라도, 떨어져도 떨어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저승 염라왕을 잡아 올테냐?, 이승에서 목숨을 바칠 테냐?’고 문답을 하다 보면 아마 저승 가서 염라왕을 잡아오겠다고 할 것입니다.”

     

    김치원님은 부인님 의견이 그럴 듯하니, 그날 열 관장에게 개폐문을 열고 통지를 돌려놓았다. 다음날 아침부터 열 관장을 동헌 마당에 입참 시켜 보니 열 관장 모두 틀림없이 입참해 있었다. 이튿날도 열 명이 틀림이 없고, 사흗날도 열 명이 틀림없었다. 나흘 닷새 엿새까지도 틀림이 없다. 칠일 이렛날이 되었는데, 동헌 마당에 입참을 시켜 보니, 강림이 하나가 늦어 떨어졌다.

     

    강림이는 그날, 문밖 열여덟 기생호첩에 반하여 잠을 잔다는 것이, 날이 새는 줄 몰라 늦게 일어난 것이었다.

    동헌 마당에서는 원님이 ‘강림이 궐이여!’, ‘강림이 궐이여!’, ‘강림이 궐이여!’ 외치고 있었다. (궐; 마땅히 해야 할 일, 참여해야 할 모임에 빠짐)

    강림이가 번쩍 눈을 떴다. 창문 바깥은 이미 훤하게 밝아 있었다. 동헌 마당으로 달려들어 바라보니, 앞에는 전패 뒤에는 후패가 있고, ‘앞밭에 작두를 걸어라, 뒷밭에 형틀을 걸어라’, 자객을 불러 칼춤을 추면서 쿵쾅거리고 있었다.

    강림의 목에 큰칼이 씌워졌다.

     

                                                                     ▲강대원 심방이 만든 기메 - 차사기

     

    “원님아, 원님아! 강림은 이제 죽을 목에 들었습니다마는. 살 도리는 없습니까?”

    “그러거든 저승에 가서 염라왕을 잡아 올테냐? 아니면 이승에서 죽고말테냐?”

    “저승 가서 염라왕을 잡아오겠습니다.”

    대답을 듣자 원님은 강림의 목에 채워진 큰칼도 벗겨내고, 흰 종이에 검은 글을 써서 주면서 저승에 가는 증표라고 내밀었다.

    겁결에 대답을 했지만 꼼짝없이 저승으로 가게 된 강림의 걱정은 말이 아니었다.

     

    앞이 깜깜해진 강림은 사색이 된 얼굴로 여기저기 부탁하려 돌아다녔다.

    동료관원들에게 찾아가니 모두들, 우리는 염라대왕이 어찌 생겼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임무는 받아본 적도 없고 도무지 방도도 없다면서, 도망가 버렸다.

    성 안에 사는 아홉 각시에게 찾아가 저승으로 염라대왕을 잡으러 가야 한다고 말하니, 걸음아 나 살려라 삽시간에 모두들 도망가 버렸다. 성 밖에 사는 아홉 각시를 찾아가도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도망가 버렸다.

    “내 일을 어찌하면 좋으리.”

    강림의 눈에 눈물이 한강수가 되어갔다. 이구 십팔, 열 여덟 호첩에게 가보아도, 어느 가속 하나 살려주겠다고 하는 가속은 없었다.

     

    남문 밖 동산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니, 곱게 머리 땋아 시집 올 때 본 후로 안 본 큰부인이 생각났다. 큰부인 집에나 찾아가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큰부인은 절구방아에 보리를 물로 말아 놓고 보리방아를 찧고 있었다.

    강림이가 먼 올래로부터 들어와 가자,

    “이여방애 이여방애,

    매정하고 매정한 설운 낭군님아,

    오늘은 저 올래의 먼 문도 열어 있습디까?

    가시울타리도 치워 졌습디까?

    무슨 바람이 불었습니까?

    어떤 일로 왔습니까?”

     

                                                              ▲기메 - 대명왕 차사기-(출처/디지털 제주문화대전)

     

    강림은 아무 대답 없이 사랑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머리 위에 이불을 푹 덮어쓰고 누워버렸다.

    강림의 큰부인은 그래도 집 안에 든 손님인지라 진지상을 차려서 강림이 누운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이 문 여십시오. 이 문 여십시오. 남자의 대장부가 여자의 좁은 생각으로 그 정도 한 말에 노해서 문까지 잠그고 누웠습니까? 이 문 여십시오.”

    그래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큰부인은 문을 박 잡아 뜯고 들어갔다.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남편이 누워 있었다. 이불을 확 걷어내고 보니 남편 얼굴은 눈물이 한강수가 되어 있었다.

     

    “이게 어떤 일입니까? 무슨 일입니까? 죽을 일인지 살 일인지 한마디만 일러주십시오.

    “그런 것이 아니라 칠일 모임에 동헌 마당에 입참을 못하니, 저승 가서 염라왕을 잡아 올 테냐, 이승에서 목숨을 바칠 테냐, 야단치는 바람에 겁결에 대답하는 것이 저승 가서 염라왕을 잡아오겠다고 말해 버렸소. 이 일을 어쩌면 좋소? 난 이제 죽을 일만 남은 거요.”

     

    “아이고, 설운 낭군님아, 그만한 소지 하나 처리를 못해서 걱정을 합니까? 그 소지 처리는 내가 할 테니 염려 말고 진짓상을 받으십시오.”

    큰부인의 말을 듣자 강림은 그제야 서른여덟 이빨이 다 보이도록 허우덩싹 웃으면서 진짓상을 받았다.

     

    살아 있는 사람 몸으로 염라대왕을 모셔 와야 하는 이 엄청난 일에, 강림의 큰부인은 온갖 정성을 다할 다짐을 했다. 나주 영산 은옥미를 꺼내어 방아에 찧어 눈 같이 하얀 가루를 만들고 시루떡을 정성껏 쪘다. 첫 번째 시루는 문전 시루, 두 번째 시루는 조왕 시루, 세 번째 시루는 강림이 저승 가는 길에 먹을 시루.

    떡을 다 쪄놓고는 목욕재개한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조왕님께 간곡하게 축원을 드렸다.

    “강림이 저승가는 길이나 인도하여 주십시오.”

    주야장천 축원을 해 가는 것이 칠일 이레 되는 날 저녁, 제아무리 강림의 큰부인의 정성이라지만 너무 고단한지라, 고개를 숙여 무릎에 머리를 대가더니 무정눈에 잠이라, 깜빡 잠이 들었다.

     

    조왕할머니가 꿈에 나타나 말씀하셨다.

    “큰부인아, 어찌 잠을 자느냐. 어서 나가 보라. 저승길이 바쁘니 빨리 내보내라.”

    큰부인은 얼른 방으로 달려가 강림을 깨웠다.

    "어서 저승으로 가십시오.”

    “이게 무슨 말이냐? 저승을 어떻게 가며 어디로 가면 좋단 말이냐! 갈 방도를 알려준다 하지 않았느냐!”

    “염려 말고 일어나서 은대야에 세수나 하십시오.”

     

    강림이 세수를 마치자 큰부인은 강림에게 남방사주 바지, 백방사주 저고리를 입히고 백릉 버선을 신기고 한산 모시 두루마기에 적패지를 채워 문 앞에 내세웠다. 저승차림이 완연했다. 

     

                                                                     ▲큰굿 중 강림으로 분한 강대원 심방

    “남인 님아, 낭군님아, 김씨 원님이 저승에 들어가게 하는 증표나 주십디까?”

    “저승 증표를 주더라.”

    “내놓으십시오. 보십시다.”

    받아보니 흰 종이에 검은 글자를 쓴 것이었다. 큰부인은 동헌마당으로 한 방에 달려갔다.

    “원님아, 저승으로 염라대왕을 잡으러 가는 데 어찌 이런 글자로 되겠습니까? 저승 글씨가 어찌 이리 됩니까? 흰 종이에 검은 글씬 살아있는 사람의 글씨 아닙니까? 저승의 글씨가 산 사람의 글씨일 리가 있습니까? 붉은 종이에 흰 글자로 써 주십시오.”

    “옳다. 내가 실수했구나.”

    원님은 큰부인의 현명함에 감탄하며 붉은 종이에 흰 글자를 써주었다.

    그때 낸 법으로 사람이 죽어 명정(죽은 사람의 관직과 성씨 따위를 적은 기)을 쓸 때는 붉은 바탕에 흰 글자를 쓰게 된 것이다.

    강림은 채비를 완벽하게 해내는 큰부인에게 감탄했다.

    "이 옷들은 언제 이렇게 준비를 해 두었소?“

    “벌써 이렇게 될 줄 알고 지어 놨습니다.”

    그때 내놓은 법으로 우리 인간법도 인간 사람 죽기 전에, 살았을 때 저승 의복인 수의를 차려놓는 법이다.

     

    큰부인은 명주 전대를 허리에 감아주며 단단히 당부했다.

    “저승 초군문에 가기 전에 급한 대목을 당하거든 이 명주 전대 허리띠를 손에 놓아 세 번 떨어 흔들면 알 도리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도 모르게 귀 없는 바늘 한 쌈을 강림이 입은 관대 섶에 깊숙이 찔러두었다.

    “설운 낭군님아 어서 가십시오.”

     

    강림이 부모님께 이별을 고하니, 아버님이 대성통곡 울어갔다.

    “설운 아기 저승 가는데 무엇으로 다리를 놓아 줄꼬?”

    아버님은 자식에 대한 마음 큰 어른의 행위라 망건 벗어 다리를 놓았다.

    “설운 아기 저승 가는데 이 어미는 무엇으로 다리를 놓을까?”

    어머님은, 자식에 대한 마음이 아래를 감추어 주는 마음이니 속곳을 벗어 다리를 놓았다. 큰부인은 버선으로 다리를 놓고 행전으로 다리를 놓고 다님으로 다릴 놓고 신으로 다리를 놓았다.

    그때 낸 법으로 우리 인간 부부간의 법은 열 아기를 낳아도 조금도 보람이 없는 법이 되었다. 신이나 버선이나 저승으로 신고 갈 때는 좋았지만 저승에 갔다 와 벗어버리면, 언제 신었던가?, 신었던 것 같지 아니하고 까마득해 지는 게 부부간이다.

     

    "어서 길을 나서십서. 가다가 어른이나 아이나 보이거든 무조건 큰 절을 올리고 시루떡도 나눠드리면 무슨 방법이 생겨날 겁니다.”

    큰부인은 강림을 문 밖 동산까지 전송하고 돌아왔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저고리 앞섶이 펄럭거리며 헤쳐졌다.

    “정든 남인님과 서로 이별하니, 바람 하나에도 옷 앞섶이 이리저리 흩어지는구나. 옷 앞섶을 단단히 모아야겠구나.”

    그날부터 강림의 큰부인은 그런 굳은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다짐했다.(계속)

     

    참고: 현용준「제주도 무속자료사전」, 문무병「제주도무속신화」, 제주문화원「제주신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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