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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녀
    이프 / 2013-07-02 06:02:23
  • 단군을 낳은 웅녀는 어디로 갔을까? 단군신화에서 웅녀는 단군을 낳기 위해 잠시 자궁을 내어준 대리모 같다. 단군을 낳았다는 진술 이후 웅녀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충남 공주의 곰나루에 가면 곰사당이 있다. 30여 년 전 곰나루 부근에서 발굴된 도무지 곰 같지 않은 돌곰을 모신 사당이다. 연전에 방문했을 때는 관리가 제대로 안 된 탓인지 덩그러니 돌덩이 하나만 놓여 있는 웅신각(熊神閣) 밖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곰나루 전설의 슬픔이 사당 안에도 무성한 것 같았다.

     

                                                                        ▲공주 곰나루에서 발견된 곰 
      

                                                                               ▲ 공주 곰사당 
     
    어떤 남자가 나무하러 갔다가 암곰에게 잡혀 굴에서 동거한다. 몇 해 동안 남자와 곰 사이에 새끼 두 마리가 태어난다. 자식을 낳은 후 안심하고 곰이 굴을 비운 사이 남자는 도망쳐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뒤늦게 알게 된 곰이 따라와 자식을 죽이겠다고 위협하지만 남자는 가버린다. 곰은 두 자식을 물에 던지고 자신도 몸을 강물에 던진다. 곰이 죽은 후부터 배가 뒤집히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나라에서 사당을 지어 곰을 위로해 주자 그런 일이 그쳤다. 
     

    익히 알려진 곰나루 전설이다. 그러나 이 전설에는 문면에 드러나지 않은 비밀이 적잖이 숨어 있다. 우선 곰과 나무꾼이 동거하고 거기서 자식이 태어난다고 하는 것이 수상하지 않은가. 남자의 도망과 곰의 자식 살해와 자살도 뭔가 석연찮다. 마치 최근 자주 듣게 되는 삶을 비관한 부모 자식의 동반자살 같은 비극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단순히 한을 품고 죽은 원귀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다는 원혼 전설과는 여러 모로 다르다. 이 웅녀의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실마리는 의외의 장소에서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어떤 사냥꾼이 사냥하러 갔다가 암곰에게 잡혀 굴에서 동거한다. 몇해 함께 사는 동안 곰은 새끼 한 마리를 낳는다. 그후 사냥꾼은 암곰이 굴을 비운 사이 도망을 친다. 뒤늦게 알게 된 곰이 새끼를 두쪽으로 찢어 한쪽을 사냥꾼에게 던진다. 남은 쪽은 곰으로, 던져진 쪽은 에벤키 인으로 자라났다.


    이 이야기는 곰나루에서는 너무도 먼 북방 흥안령 일대에 거주하는 에벤키 족의 기원신화, 혹은 시조신화이다. 그런데 놀랍지 않은가? 에벤키 족 기원신화와 공주의 곰나루 전설이 쌍둥이처럼 닮았다니. 운명의 갈림길인 강가에서 에벤키 족의 웅녀는 아이를 찢어 사냥꾼에게 던지고 우리의 웅녀는 제 몸을 던져 다른 길을 선택하지만 강가에 이르기까지 이야기의 진행은 동일하다. 본래 같은 이야기였다고 믿고 싶을 정도다.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내밀한 곡절이 있는 것일까? 실마리인가 했더니 또 다른 수수께끼다.


    단군신화의 웅녀, 에벤키 족의 웅녀, 곰나루의 웅녀

     

    이쯤에서 가장 유명한 웅녀, <단군신화>의 웅녀를 만나보자. 『삼국유사』에 그려진 웅녀는 굴에 살면서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빈다. 물론 호랑이도 빌었다. 환웅은 신령한 쑥 한 타래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먹고 백일 동안 해를 보지 않으면 사람의 형상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된, 아니 여자가 된 곰은 이번에는 아이를 배게 해달라고 빈다. 신 환웅이 사람으로 변하여 곰과 짝을 이뤄 아들 단군을 낳는다. 이것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웅녀의 이야기다.

    그런데 웅녀의 이야기라니?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아이를 낳게 해주세요. 두 가지 기원과 두 가지 소원 성취가 웅녀가 출연하는 이야기의 전부인데 이게 과연 웅녀의 이야기일까? 웅녀의 이야기라면 고소설 <박씨전>의 박씨 부인처럼 웅녀가 주인공이 되어 활약하는 이야기여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다. 단군신화는 환웅의 아들 단군이 고조선을 세우고 다스리는 그들의 이야기이지 웅녀의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웅녀는 자신의 고유한 이야기를 지니지 못한 인물이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허스토리(her-story)' 가 없는 여성이다. 그렇다면 웅녀의 스토리는 어디 있는가? 그리고 단군신화의 웅녀와 에벤키 족 시조신화의 웅녀, 곰나루의 웅녀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사직단 서쪽 단군성전 
     

    이제 남은 마지막 단서는 영남 지방에 전승되고 있는 <봉화산의 암곰>이라는 전설이다.


    봉화산 꼭대기 커다란 소나무 아래 암곰이 살고 있었다. 암곰은 사람이 되는 것이 소원이어서 백일기도를 올려 예쁜 소녀가 된다. 이 웅녀는 사냥할 때 곰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길을 잃고 쓰러진 사냥꾼을 구해 준다. 웅녀의 강요로 둘은 굴속에서 동거한다. 일년 후 웅녀의 경고를 무시하고 사냥꾼은 처자식이 그리워 도망친다. 사실을 알게 된 웅녀는 사냥꾼을 찾아 헤매다가 소나무 아래 목을 매 죽는다.


    이 봉화산의 웅녀는 자살을 한다는 점에서 곰나루의 웅녀와 같다. 웅녀에게 발목을 잡힌 남자가 굴속에서 동거한다는 점에서는 에벤키 족의 웅녀, 또는 곰나루의 웅녀와 같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소나무 아래 사는 암곰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 백일기도를 올려 여자가 된다는 전반부의 이야기다. 이 암곰의 소원과 변신이 <단군신화>에 그려진 웅녀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봉화산의 암곰> 이야기에는 에벤키 족 시조신화, 단군신화, 곰나루 전설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하지만 이들 이야기들의 얽힘이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은 <단군신화>에서 소원을 빌던 웅녀가 곰나루의 웅녀, 그리고 에벤키 족의 웅녀와 절대로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 식구들이었을 이 곰들의 이야기는 어째서 이렇게 서로 다른 얼굴로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오랜 기억의 편린들을 간직한 채 전승되고 있었을까? 거기에는 신화의 역사적 변모라는 오랜 내력이 감춰져 있다.<계속>


    **윗글은 조현설 교수(서울대 국문과)의 책 『우리신화의 수수께끼』(한겨레출판)에서 발췌했습니다. 관심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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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한겨레 21>에 실린 박노자의 글 '단군보다는 소서노가 어떤가' (2007년 11월 1일)



    바로가기▶http://www.hani.co.kr/section-021163000/2007/11/0211630002007110106830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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