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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회]공동체를 중시하는 아내, 백주또
    이프 / 2013-04-16 02:10:30
  • 송당의 당신인 백주또는 자립적이고 개체적인 제주 어머니들의 원형이다. 자립적인 그녀는 부지런하고 다부지다. 남편도 없이 혼자 몸으로 아들 18, 딸 28, 손자 378명을 키울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게 여길 법도 한데 그녀는 남편에게 살림을 가르자고 제안한다. 그녀가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내 몸 하나 부서지노라면 저 아이들 정도야 못 키우랴’는 부지런함과 정직함, 그것을 기초로 한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옷 달라, 밥 달라 조르는 열여덟 아들, 스물여덟 딸들을 위해 농경을 시작하고 그 많은 자녀들을 부지런함이라는 무기하나로 묵묵히 키워낸다.

     

    ‘모성’에 맹목적으로 매몰되지 않는 어머니

     

    그녀는 개체적이다. 아이들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자식에게 투영시키면서 아이들을 희생시키거나 껍데기뿐인 아이로 만들어 버리지는 않는다.

    ‘아들 간 데 18, 딸 간데 28, 손자 간데 378’이라는 신화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혼자 키운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들이 제각각 제주의 전 지역으로 퍼져나가 마을을 세우고 그 마을의 중심인 당신堂神으로 버젓하게 성장하지만, 자신의 노력과 희생을 하소연하지도, 치장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덕이라며 수선을 떨지도 않는다. 아들, 딸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을 크게 간섭하는 경우도 없다. 어디에 가서 살며 어떤 일을 하며 살 건지, 누구와 짝을 맺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녀들 자신의 몫으로 남긴다.

    주종관계의 논리를 멀리 하려는 그녀의 자세는 만족이나 결핍을 자신의 힘이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이런 그녀의 개체성은 자유로운 연대의 공동체를 가능하게 한다.                                        

     

     

     

     

     

     

     



     

       


     


     


     

                                             
     
     
     
     
     
     
     
     
     
     
     
     
     
       

     

     

     

     

    ▲구술자마다 자식들의 계보가 조금씩 다르다.(출처. 신당기행( 제주전통문화연구소)

    그 중 열여덟 아들이 좌정한 마을을 다 열거한 경우가 김오생 구송본이다. 이에 의하면 열여덟 아들 중 첫 번째 아들은 덕천리의 마을신이 되었고. 열한 번째 아들은 조천읍 와흘리의 마을신이, 열여섯 번째 아들은 구좌읍 김녕리의 마을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계보가 있어서 백주또는 제주의 모든 마을신들의 어머니 신이 되며, 1만 8천 신 이 있다는 ‘신들의 고향’, 제주도 무속신앙의 원조라 불리워진다.

    스물여덟 딸의 계보는 남아 있지 않아 남성중심의 체제는 신화 속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송당당 백주또 당궤
                                                  ▲조천 와흘당. 비석에 백주또의 열한 번째 아들 백주도령이라 새겨져 있다.

     
    좌: 음력 정월 열사흘에 열리는 송당에서의 신과세제.
    우: 그 다음날 열리는 송당의 11번째 아들인 조천읍 와흘당의 신과세제(사진/제주전통문화연구소 제공)
     

    공동체를 배반하지 않는 아내

    종종 그녀는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빠져 나오곤 한다. ‘관계’라는 것은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인간적 원칙들을 파기하게도 하고, 때에 따라 변형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식의 단계를 뚜렷하게 거치지 않아도 그런 경향은 버릇처럼 그녀에게 딱 밀착되어 있다. 그녀는 권력, 사랑, 업적, 재산과 같은 것들을 내 것, 우리 쪽의 것이라는 배타적 영역에 두지 않는다. 잘 배분하고 공유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화를 보면 그녀는 자기 집 소뿐만 아니라 남의 집 소까지 잡아 먹어버린 남편 소천국에게 ‘소를 잡아먹는 것은 예사로 있는 일이지만 남의 소를 잡아먹는 것은 소도둑놈, 말도둑놈 아닙니까? 살림분산 합시다.’라 얘기한다.

     

    그녀가 남편인 소천국에게 ‘땅 가르고 물 갈라' 살림분산을 제안하는 것은 농경으로 생산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꾼 상황에서 소와 같은 중요한 가축을 잡아먹어서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남의 소‘를 잡아먹은 악행에 원인이 있다고 보인다.

    많은 식구가 농경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소였지만, 자기네 소를 잡아먹은 것이라면 그건 예사로 있는 일일 수 있으니 지나갈 수 있다. 밭가는 사람, 배고프다 하잖은가.

     

    하지만 남의 소를 잡아먹어 버리는 것은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버지이지만 용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 가정을 위해서라면 남의 것을 훔쳐오라 내몰기도 하는 세상에서, 백주또에게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오히려 이혼을 결정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결국 ‘남편’이라는 개인적인 관계에 앞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경제정의와 도리를 백주또 여신은 요구하는 것이다. 벡주또 원형은 신뢰로 이루어진 계약, 공동체와 마을의 통합을 위한 가치들을 자신만을 위한 개인주의의 가치에 앞서 선택한다. 집단의 질서와 조화, 자유와 평등에 대한 관심과 존중을 그녀는 기꺼이 우선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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