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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회]여신의 흔적들에서 찾은 생명선
    조승미 / 2013-02-26 04:36:35
  • 이제 이 글방의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 왔나 보다. 2년 반 정도 이어온 이 연재를 그만두려한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오래 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길어야 반년 정도 하려나 했다. 당시 내 머리에 떠오른 용량이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탐색이 이어져 갈수록 여신의 발자국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사실 지금도 소재가 고갈되기는 커녕, 점점 더 방대해져감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그러니까 문을 닫는 이유를 변명하자면 탐색자의 기력이 고갈되어서라고 할 수 있다.

    기력도 기력이고 능력의 한계도 매번 절감했다. 혼자서 얄팍한 지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통감했다.

     

                                                                                     ▲출처:aurowille.org

     

    시시해 보이지만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불교를 품은 여신들을 찾는다’, 겁 없이 덤벼들었다.

    비유하자면 마당에 돌부리 하나 튀어나와 잠시 땅을 파면 되겠지 하다가, 이것이 온 동네 그리고 온 산의 지맥과 연결된 것임을 느끼고, 두려워 나가떨어져 있는 형국이라고 하겠다. 예전에 TV에서 어느 마을의 이야기를 보여준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마을에는 알 수 없는 한 웅덩이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한다. 동네 애들은 거기다 돌도 던지고 오줌도 누고 했는데 어른들은 그럴 때마다 그 물에다 그러면 안된다고 야단을 치셨다고 한다. 도대체 그 웅덩이의 실체가 무엇인지 늘 궁금했던 할아버지가 의뢰하여 그 물의 흐름을 추적했다. 웅덩이의 물은 땅을 파 보니 점점 더 큰 지하수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지하수는 웅덩이 뒤 켠 지하 동굴의 깊은 호수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동굴의 호수물이 마을의 개울 바닥에서 조용히 샘솟아 흘러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가 마시고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맑은 개울물은 어두운 동굴을 통과한 땅 속의 물이었으며 그것은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웅덩이 물과도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에게 현재 여신의 흔적은 이런 웅덩이 같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시해 보이고 없어도 될 것 같은, 하지만 오랫동안 그것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믿음이 희미하게나마 이어지고 있는... 왜냐면 이것이 끊어지면 바로 우리의 생명선에 위험이 생긴다는 것을 무의식에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출처:heysukim114.tistory.com

     

    문을 닫으면서 아쉬운 마음에 그동안 탐색해 온 여신의 흔적들을 모아 짧은 영상물을 만들어 보았다. 이 여신들은 불교라는 마당에 솟아있는 바위돌이기도 했고, 한쪽 구석에 조용히 고여있는 듯 보이는 웅덩이이기도 했다. 그 비루한 모습에 감히 그것이 불교를 품는다기보다 오히려 불교가 자비심으로 이것들을 포용해 준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오랜 시간을 기억하면 할수록, 우리의 시야가 더 넓은 것을 같이 보게 될수록 이들은 너무나 소중한 정신의 중심이고 생명의 근원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길을 찾는 여정이 어떤 식으로든 계속 이어지고 더욱 넓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 동안 나의 산란터였던 이 연재는 이제 나의 손을 떠난다. 떠나보내려니 우리 아버지의 연이야기가 떠오른다. 아버지는 어릴 적 정월대보름이면 겨울 내내 가지고 놀던 연의 줄을 끊어야 했다고 하셨다. 하도 자주 생생하게 말씀하셔서 직접 내가 겪었거나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너무나 아끼고 좋아했던 연. 부서지기라도 할까 봐 저녁에 집 앞의 큰 나무에 매어두고는 아침이면 다시 손에 들고 나가 온 들을 뛰어 다니며 놀던 그 연. 대보름이 지나도록 가지고 놀면 농사일을 시작해야 하는 어른들한테 야단을 맞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줄을 끊어 보내야 했던 기억이 어른이 되어도 내내 허전함으로 마음에 남으셨던 모양이다.

    팽팽하던 연 줄을 놓아 보내는 그 느낌, 지금 나의 손 안에서도 느껴지는 듯하다. 휑하고 지릿하다. 2년 반 동안 내가 매일 가지고 놀던 나의 글들, 이제 손을 놓는다. 안녕, 잘 가라. 그리고 그동안 이 연재를 아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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