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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토바이 타는 여교수 28회
    최고관리자 / 2016-05-24 01:02:34
    • 이지훈 교수의 <오토바이타는여교수>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이프웹진에 연재되었던 글로 2015년 사이트개편 당시 분실된 데이타를 복구해 재연재하는 글입니다.

      카테고리가 아직 복구되지 않아 임시로 <문화난장북리뷰>로 업데이트되는 아래의 글은 2012년 4월에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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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와 벌: 살리에리, 영원히 기억될 것이니

    밀로스 포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1984)에서, 모차르트의 그 웃음소리, 기억하는가? 경박하고 상스러운 하이 톤의 웃음소리. 배우 탐 헐쓰(Tom Hulce)가 모차르트의 성격을 표현하고자 만들어낸 웃음소리다. 그 웃음에는 유치함, 뻔뻔스러움, 자신감, 서민계급의 점잖지못함(vulgarity), 궁정에서의 어울리지 않는 몸가짐, 혹은 귀족계급에 대한 조소, 이 모든 게 섞여있는 듯하다.

    반면 살리에리(F. 머레이 아브러함)의 표정과 행동은 우아하고 신중하다. 어쩌면 거의 경건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모차르트와 조우할 때의 그의 몸가짐과 표정에는 어쩔 수 없이 억제된 고통이 나타난다. 그의 우아함 아래 감춰진 통증이 눈에, 입가에, 모호한 색조를 띠고 올라오는 걸 눈치챘는가? 질투, 시기, 경멸, 놀람, 증오. . ."신은 어찌하여 저런 유치하고 경박스러운 자를 저렇게 사랑한단 말인가?"  "Why not me?" 그의 눈빛은 이런 소리없는 절규를 전하고 있다.

     

    천재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그래, "Amadeus""신의 사랑"이란 뜻이다. 신이 사랑한 이는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아니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였던 것이다. 신은 모차르트에게 재능을 주었고, 살리에리에게는 주지 않았다.

    재능. Gift. 그건 신의 선물이다. 그건 인간이 원한다고 주어지는 게 아니다. 선물은 오롯이 주는 자의 마음에 달렸다. 선물은 그 사람이 원하는 걸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주고 싶은 걸' 주는 거다. 그래서 신은 살리에리가 아니라 모차르트를 택해 자신이 주고 싶었던 것을 주었던 것이다

    천재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누가 말했던가? 이 말이 우리를 얼마나 오랜 오해 속에 가두어 두었던가? 그리고 이 말은 우리를 얼마나 오래 위로해 주었던가우리가 천재가 아닌 이유는 1% 영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99% 노력을 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하하.[이상(李霜)의 웃는 얼굴이 왜 여기에 겹쳐지는지 모르겠다.]

     

    신과 흥정하다

     

    피터 셰퍼(Peter Shaffer)  문제작 <에쿠우스>의 작가다. 말 다섯 마리의 눈을 송곳으로 찌른 한 소년과, 신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이야기가 <에쿠우스>. <아마데우스>1979년에 썼고 영국 국립극단이 공연하여 히트했다. 당일 공연으로 남겨둔 몇 장의 티켓을 사기 위해 런던 관객들이 아침 6시부터 줄을 섰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일은 영국 관객에게는 대단한 이변이다. 작가는 모차르트보다 살리에리에 주목했고 살리에리를 "모든 평범함의 수호신"(Salieri:Patron Saint of Mediocrities)으로 그려냈다.

    그러나 살리에리가 정말 평범한 작곡자였을까그는 1780년대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누린 영향력 있는 음악가였다. 슈베르트, 베토벤, 리스트는 모두 살리에리의 가르침을 받았고 그의 작품은 멀리 남미에까지 알려졌다고 한다. 생전에 최고의 명성과 부를 누린 작곡자로, 모차르트가 죽기 전에 심한 재정난에 시달렸던 것과는 대조된다. 두 사람은 17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한 작곡자였고 연주가였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천재성이 인정받고 명성이 급상승해감과 반대로 살리에리의 작품은 1800년 이후로는 급하락하여 점점 잊혀져갔다. 죽기 전에,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자신의 작품들이 하나씩 망각의 세계로 꺼져감을 지켜보아야 했던 살리에리. 아마도 이것이 신과 흥정한 그에게 내린 가장 큰 벌이었을 것이다.

    살리에리는 상업에 종사하고 물질이 최우선이었던 부모와는 달리 인생의 목표를 음악에 두었다. 12세에 그는 부모를 떠나기를 원했고 예수의 십자가 밑에서 감히 신에게 흥정을 한다. 그가 원한 건 음악을 통한 명성”(Fame)이었다. 대신 자신은 신을 위해 도덕적인 삶을 살 것을 제안한다. 음악은 신의 예술이었고 자신은 신을 위해 음악을 하고 신은 자기를 유명하게 만들어줘야만 한다는 조건이다. 그런데 갑자기 살리에리의 부모가 죽고 먼 친척이 그를 빈으로 보내 음악공부를 시켜주게 되자, 17세에 고향 라가노(베니스 근처의 조그만 소읍)를 떠나면서 살리에리는 신이 자신의 흥정을 받아들였다고 믿는다.

    그는 신께 감사하며 아주 경건한 삶을 영위한다. 모차르트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신의 사랑을 받은 자 모차르트가 비엔나에 정착하며 요세프 2세의 궁전에 나타났을 때 모차르트는 25세였고 살리에리는 31세로 두 사람은 고작 6살 차이였다. 하지만 살리에리는 이 때 이미 궁정 작곡자의 위치에 있었고 몇 년 뒤에는 궁정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되며 음악계에서 최고의 권력자가 된다.

     

    "뭡니까? 말해줘요, 신이여, 이 고통은 뭔가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가 등장하는 첫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과장된 가발을 쓰고 우스꽝스러운 웃음을 웃으며 요세프 2세 앞에서 살리에리가 작곡한 행진곡을 피아노로 치는 모습을. 모차르트는 한번 들었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할 뿐 아니라 반복되는 지루한 부분을 변주까지 하여 들려준다. 이 때 살리에리는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아마 표정관리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모차르트의 음악(K361 세레나드)을 처음 들었을 때 “What is this? Tell me, Signore! What is this pain?"("뭡니까? 말해줘요, 신이여, 이 고통은 뭔가요?”) 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살리에리가 자신의 운명을 처음으로 인지했을 때의 질문이며, 이 질문은 아담이 최초로 자신이 벌거벗은 몸임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공허한 느낌과 같다.

    살리에리는 신이 자신이 아니라 모차르트를 선택했고 그를 통해 찬양받고 영광받기를 원함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도덕적으로 사는 것이 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자신이 신에게 한 맹세 때문에 절제하고 있었던 제자 카테리나 까발리에리(소프라노)가 모차르트에게 이미 몸을 허락한 사이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가 다른 여제자들도 침대로 끌어들이기를 서슴치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황제의 딸 엘리자베스 공주의 음악 선생을 구할 때 살리에리는 이런 품행 문제를 핑계로 모차르트를 천거하기를 거부하고 자신이 공주의 선생이 된다.(희곡에는 별 볼일 없는 재능없는 음악가를 천거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귀족을 위한 음악은 반대했던 모차르트

     

    이후 살리에리의 삶은 완전히 바뀐다. 신은 이제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 아예 도전의 대상이고 그는 자기 의지로 마음대로 살기로 마음먹음으로써 신에게 반항한다. 하지만 살리에리는 이런 자신을 신이 어떻게 벌할지 궁금해 한다. 한편 음악교사 자리를 바라고 있던 모차르트는 큰 실망과 좌절을 한다. 이 좌절이 그에게 경제난을 심화시키고 또 귀족사회로부터 소외당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제자들도 발이 끊기고 후원자들도 없어진다. 그에게는 주제넘은” ”건방진“ ”저속한“ ”무식한등의 수식어가 따라붙게 되며, 반면 살리에리는 다수의 오페라를 작곡하는 등 왕성한 활동이 이어지고 명예와 부의 정점에 오른다.

    주제넘고 건방진이란 말은 모차르트의 성향을 잘 말해 주는 수식어이기도 하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유럽 최고의 작곡가라는 걸 과시했고, 자신이 최고임을 말했다고 한다. 살리에리의 오페라를 진부하다고도 했다. 그러니 귀족들은 모차르트에게 반감을 가졌고 그의 스타일이나 매너가 저속하고 촌스럽다고 비웃고 비난했다.

    살리에리는 더욱 자신만만하게 모차르트의 길을 방해하고 가로막았다. 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성공했을 때 살리에리는 신을 시기질투하고 그래도 신이 아직 자기의 인생에 관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가로의 결혼>9회 공연으로 막을 내리자 결국 내 패배가 성공으로 전환된다고 기뻐한다. 귀족들은 이 작품의 하극상 성향에 반발했다. 얼마 후 발발한 프랑스 혁명은 어쩌면 이 오페라의 정신과 잇닿아 있다. 귀족이나 일부층만을 위한 음악에는 반대했던 모차르트의 음악관이 반영된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명성을 보장받은 살리에리

    영화는 182373세의 살리에리가 정신병원에서 자신이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고백하면서 자살 시도를 하는 데서 시작한다. 모차르트의 죽음은 미스테리에 싸여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직접적인 원인은 모차르트가 상한 돼지고기 볶음을 먹고 모종의 식중독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모차르트의 상황이다. <라퀴엠>의 작곡 의뢰를 받았는데 이 남자는 검은 만또로 몸을 감고 얼굴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 정체 불명의 남자는 거금의 선불을 주고 짧은 시간 안에 곡을 완성하도록 종용했고 돈이 궁한 모차르트는 이 곡의 완성에 쫓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는 당시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겹쳐서 모차르트는 쇠약해지고 35세의 나이로 죽게 된다. (곡은 미완성으로 남았고 나중에 제자 쥐스마이어가 완성하게 된다.)

    이 정체 불명의 남자는 나중에 발세그 공작(Count Walsegg)임이 밝혀지긴 하지만 영화에서는 살리에리로 암시된다. 희곡에서는 모차르트가 스스로 그 남자의 가면을 벗기자 그 가면 안에서 살리에리의 얼굴이 나옴으로써 더욱 확실히 밝혀진다.

    모차르트의 죽음과 관련한 소문은 사후 즉시 일어났다고 한다. 살리에리가 그의 죽음에 모종의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다. 이런 루머는 러시아의 작가 푸쉬킨으로 하여금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라는 희곡을 쓰게 했다. 1831년이니 살리에리가 죽은 후 6년후이다. 그리고 러시아 작곡자 림스키코르사코프는 같은 제목의 오페라를 썼다. 1898년이다.

    그리고 피터 셰퍼가 희곡으로 쓰고 밀레스 포먼이 영화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살리에리는 이 영화로 그가 신에게 약속받고 싶었던 명성을 확실히 보장받고 있다. 아니 보다 확실히 모차르트의 죽음에 연루된 자로서 모차르트가 거론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운명처럼 저주처럼 같이 거론됨으로써 그의 명성은 확고히 성취된 듯하다.

     

    살리에리의 독백은 처절하다

     

    그가 신에게 흥정한 것이 명성임에 주의하라. 그것은 자신의 음악성이 아니었다! 그는 뒤늦게 깨닫는다.

     

    난 천천히 깨달았어. 신의 벌이 어떤 것인가를!. . . 내가 어렸을 때 신 앞에서 원했던 게 뭐였지? 그게 명성이 아니었던가? . . . 최고가 되는 명성?. . . 그래, 봐라, 난 명성을 가졌어! 난 쉽게 유럽 최고의 이름 있는 음악가가 되었다! 명성의 최고봉에 있었어. 명성에 파묻혔지. -- 하지만 작품은 무가치했어! 이것이 내게 내려진 선고야! 30년 동안 가장 유명한이란 수식어를 달고 살았지. 하지만 이제 내 작품이 무명으로 꺼져가는 걸 지켜봐야해.“

    살리에리의 독백은 처절하다.

    , 앞으로는 삼가야 할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평범을 뛰어 넘을 수 없다고 해도 이런 처절함이 있는가? 우리가 종종 천재나 비범한 사람에 견주어 자신을 살리에리의 비참함으로 비유할 때 그건 너무나 가볍고 무책임한 짓임을 마음에 새겨야 하리라.

    그리고 연극의 마지막. 죽기 직전, 살리에리는 자신이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수호신이라고 하면서 자기에게 기도하면 우리 죄를 사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그의 마지막 오만이다. 신에게 흥정하다가 이젠 우리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흥정을 시도한다. 내게 기도하라, 그러면 내가 너희 평범함을 용서해 줄 것이니라. . .

    그리하여 그는 영원히 우리에게 평범함으로 기억되는 벌을 받는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그려진 모차르트

    (출처:http://blog.naver.com/frida0169/155977422)



    노년에 들어 회한에 잠긴 살리에리

    (출처:http://blog.naver.com/frida0169/155977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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